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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곤쌤 Sep 26. 2022

대본독립만세

대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스피치의 든든한 기둥이자 둥지인 대본. 하지만 양날의 검이죠. 방향을 잃었을 때 내비게이션이 되어주지만 한편으로는 연결을 방해하는 방해물이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하면 준비된 콘텐츠를 대본화하고 나아가 대본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1. 메시지, 한 줄 요약!

스피치를 한다는 것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대본을 작성하다 보면 길을 잃고 '어떻게 재밌게 할까' 혹은 '어떻게 감동을 줄까'를 고민합니다.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감동과 재미는 사족이 되어 산으로 가게 됩니다. 결국 하고자 하는 '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이 메시지는 길면 안 됩니다. 누가 들어도 한방에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해야 하죠. 이 한 줄은 꼰대 같아도 클리셰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뻔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새로운 메시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어떤 소재로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어떤 뉘앙스로 전달할 것인가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뻔하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꾸밀 필요 없습니다. 포장은 마지막에 합니다. 명확한 목적지가 있어야 가는 과정을 계획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목적지를 분명하게 정하십시오.



2. 구조, 한눈에 딱!

목적지(메시지)가 정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가는 과정을 그려야 합니다. 아직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고 포인트만 잡습니다. 구조를 잡는다는 것은 간단합니다. 메시지를 뒷받침할 근거, 예시를 모으는 겁니다. 전문가의 의견, 논문, 실험, 성공 스토리, 실패, 본인 경험 등 메시지에 알맞은 이야기 3개를 준비합니다.



3개의 이야기를 적절한 밸런스를 잡는 방법이 있습니다. 분야가 겹치지 않으면 좋습니다. 이성적인 실험, 과학적 근거를 하나의 예시로 정했다면, 나머지는 사회현상, 본인 경험 등 이성과 감성의 밸런스를 잡아주시는 게 좋습니다.



예시)

- 실험 결과, 성공 스토리, 본인 실패 경험

- 책 인용, 유명인 이야기, 지인의 경험

- 본인 스토리, 신문기사, 명언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예시를 준비할수록 이야기가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 3개만 준비한다면 이야기가 딱딱하게 느껴지죠. 물론 논문 발표나 회사 PT 같은 경우에는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만 준비해야 하듯 스피치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3개가 정해졌으면 대본을 씁니다. 수정은 최소화하고 끝까지 일단 쓰는 겁니다. delete 키를 웬만하면 누르지 않습니다. 디테일을 신경 쓰면 끝도 없습니다. 중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키워드만 따로 적어두고 생각을 포기해야 합니다.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낳으니까요.



3. 표현, 한 끗 차이!

이제 잠깐 쉬면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단계입니다. 논리에 문제는 없는지, 좋았던 아이디어가 뭐였는지 확인합니다. 메시지만 보고 오다가 놓친 아름다운 것들, 재밌는 이야기, 전달 방법들을 포장단계죠. 꼰대 같은 말은 없었나, 메시지를 어떻게 멋있게 전달하지? 좀 더 기억에 남을 콘셉트는 뭐가 있을까?



그리고 다시 옮깁니다. 말하면서 볼 대본이기에 서술형으로 되어있으면 스피치를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보기가 어렵습니다. 보기 편한 방법으로 바꾸기 위해선 숫자나 구분점을 이용해서 정리하고 어미는 간결하게 맺어주면 됩니다.



여기서부터는 끝이 없는 예술의 단계입니다. 수정할수록 더 좋은 표현이 보일 때가 많으니 본인의 역량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시간에 맞게 끊임없이 수정하고 조각하시면 됩니다. 스피치도 하나의 예술 작품이죠. 키워드 하나, 문장 하나를 바꿈으로써 전달력이 달라집니다. 



예시)

메시지: 대본 쓰는 방법과 대본 안 보는 방법

1. 대본 작성법

    . 메시지는 명확하게 → 메시지, 한 줄 요악!

    . 구조는 탄탄하게 → 구조, 한눈에 딱!

    . 표현은 디테일하게 → 표현, 한 끗 차이!

2. 대본 안 보는 방법

...



+) "대본을 어떻게 외우세요?"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대본을 외우려고 합니다. 안 보고 직접 소통하는 것이 정석인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본을 다 외워서 읽기만 한다면 결국 보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대본은 봐도 됩니다. 대통령도 연설문을 읽고, 발표 천재인 스티브 잡스도 대본을 봅니다. 안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본질인 소통이 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러기에 좀 더 찐 소통을 위해 대본과 이별하길 원한다면 큐시트를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어린 시절, 발표가 무섭던 저는 손바닥에 볼펜으로 커닝용 키워드를 적다가 걸린 기억이 있습니다. 당당하게 큐시트를 활용해봅시다.



면접을 준비해서 대본이나 큐시트 없이 해야 한다면 결국, 반복이 자유를 줄 것입니다. 요리사가 하나의 음식을 만들기까지, 김연아가 하나의 작품을 선보이기까지, 기타 초보가 한 곡을 치기까지 수많은 시간을 반복합니다. 외워서 푸는 시험이 아니라 예체능처럼 체득해야 하는 스피치로 접근한다면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보이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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