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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포 Nov 15. 2019

내가 먼저, 내가 먼저!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 최진석

"내가 먼저, 내가 먼저~"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사랑하는 내 아이가 매일 하는 말이다. 시종일관 뭐든 자기가 먼저, 세상은 오직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강력한 주장이다. 


그런데 미숙한 내 아이의 이런 모습이 '인간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느꼈다. 어쩌면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우리 아이와 같이 '내가 먼저'를 주장하다 세상에 꺾이고 깎여 "당신이 먼저..."라고 인정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나는 그렇다.


매년 더 많은 독서를 목표로 하지만, 나의 경우 현실적으로 일 년에 읽을 수 있는 책은 약 50권이다. 매년 새롭게 출간되는 책은 차치하고서라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책들만 해도 평생 다 읽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내가 매년 한번 이상 꼭 다시 읽는 책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유가 사상의 바이블인 공자의 『논어』다.(공자의 사상을 가장 심도 있게 계승한 맹자의 『맹자』역시 마찬가지다)


매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아, 내가 정말 뼛속부터 유가적인 사람이구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은 역사적으로 유가와 반대편에서 끊임없는 대립을 펼쳐왔던 도가 사상의 시작을 연 ‘노자’에 대학 책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저자는 과거 EBS 인문학 강의를 통해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라는 강의를 진행했고, 나 역시 최근 이 강의를 유튜브로 시청했다. 1강에 약 1시간씩 총 13편의 강의 내용이 배울만하고, 일부는 이해하기 어려워 전체 강의를 여러 번 다시 들었다. 그리고 해당 강의를 엮은 책까지 읽게 되었다. 그게 바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이다.


노자는 공자와 동시대를 살아오며 반대되는 사상을 펼쳤다. 우리에게는 공자가 더욱 익숙하지만, 강의와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중국에서 노자 역시 공자 못지않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노자’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철저히 지켜가자고 한 공자와 달리 노자는 그 어떤 기준도 없이 항상 경계선상의 위치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정해진 틀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라는 개인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이다. 세상 모든 기준과 요구 속에 파묻혀 허우적대는 우리가 지금 고개를 들고 우뚝 서서 노자를 만나야 하는 이유다.


읽으며 메모해둔 이 책의 좋은 문장들이 홀씨가 되어 누군가의 가슴에 자리잡기를. 그리고 힘든 현실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기를 바란다. 


p.216

우리가 배우는 목적이 뭡니까? 결국 언젠가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 인생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존재론적으로 당위의 문제에 해당됩니다. 배움은 수단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목적인 것이죠. 삶은 자기표현의 과정이어야 합니다.    


p.218

‘내가 태어날 때 짐승으로 태어났듯 죽을 때도 짐승의 눈빛으로 죽으리라, 야수의 눈빛을 한순간도 잃지 않으리라’하는 예리한 긴장감을 언제나 유지하기 바랍니다.    


p.229

말을 달리며 즐기는 사냥이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한다.(바라는 것이 아닌 바람직한 목표를 정해두고 달리는 인간의 마음은 미친다) 노자는 세상의 구분을 만들어내는 그 기준은 인위적 관념의 산물. 왜 그런 기준 아래 개별적 자아가 주눅 들고 고통받아야 하는지 의아하게 여겼습니다.     


p.284

길가에 돌멩이 하나도 존재 이유와 가치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이 어떻게 가치가 없고 사는 이유가 없겠습니까. 그 가치와 이유가 스스로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판단 기준이 자신이 아닌 자신의 외부에 있기 때문. 


p.303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에 먼저 집중하라는 의미예요. 천하보다 내게. 세계보다 우리나라에, 보편 문화보다 내 문화에 집중하라는 이야기예요. 내 문화에서 나온 것이 보편 문화며, 내 윤리에서 나온 것이 보편 윤리며, 내가 만든 가치가 보편 가치라는 믿음을 가지라는 겁니다. 이미 있는 보편을 끌어와서 섬기지 말고, 자기에서 출발하여 보편을 형성하라는 것.   

 

p.306

당신은 보편적 이념의 수행자입니까, 자기 꿈의 실현자입니까?

당신은 바람직함을 수행하며 삽니까, 바라는 걸 실행하며 삽니까?

당신은 원 오브 뎀입니까, 유일한 자기입니까?    


내 윤리적 삶은 나로부터 나온다.

내 삶의 원동력은 내가 작동시킨다.

나는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살다 가겠다.    


세상의 모든 철학은 하나로 귀결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렇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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