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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말해연 Mar 27. 2023

‘내 인생은 초심자의 반복’

퇴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29살 | 첫째 주 이야기


#면접이야기

면접 본 이야기부터 하면, 면접을 본 상황이 조금 재미있었다.

내가 지원한 카페는 테이크아웃 매장으로 앉아서 이야기 나눌 공간이 없어서,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를 사서 스타벅스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을 진행한 매니저님도 선한 느낌이었고, 다른 매니저님들, 아르바이트생들도 거의 다 20대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곳저곳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잠깐이지만 회사생활도 해보니 일이 힘든 것보다 사람이 힘든 게 정말 10배는 힘든 것 같다.

사람 사이에서 힘든 건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흔히 세대차이도 있고, 성향차이도 있고, 여타 다른 차이가 있겠지만,

매니저님을 만났을 때 나와 결이 비슷한 것 같고,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이 나이대도 비슷하다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꼭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됐다!!!”


#아르바이트 시작 전의 마음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이런저런 두려움이 올라왔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지도 꽤 됐고, 체인점마다 레시피가 다르고 시스템이 다르니까 새로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도 조금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것을 도전하며 살아온 나는 늘 초심자가 되기를 반복했다.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 혹은 기르게 된 능력은 ‘친화력‘이랄까.

나를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선을 지키면서도 친밀하게 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배우는 것‘이 새로운 곳에서 내가 생존하는 법이다.

그 배움을 되새기며 네이버 검색창에 ‘*** 알바 후기’를 찾아봤다.

어떤 메뉴가 있는지, 마감 아르바이트생은 무엇을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 훑어봤다.



#아르바이트 첫날

아르바이트 첫날은 금방  찾아왔다.

어렸을 때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 해가 갈수록 내일이고 뭐고 피곤해서 뻗기 일쑤다.

여느 때와 같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일들을 오전과 오후에 걸쳐 했고, 그러다 5시가 된 것을 알았을 때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제 곧 가는구나..!’

휴게시간에 먹을 저녁 도시락을 싸면서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를 반복했다.

나는 일의 경중에 상관없이 늘 어떤 일 앞에서 떨림을 느낀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아르바이트하는 카페가 집에서 걸어서 8분? 정도 거리에 있는데 첫날이니까 집에서 5시 반에 나왔다.

뭔가 첫날은 일찍 가야만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어서. 이것도 나의 성실함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일까?

5시 40분도 안 돼서 도착했는데 면접을 진행했던 매니저님이 당황하며 ’엄청 빨리 오셨네‘했다.

그 혼잣말을 듣는데 뭔가 안도감이 들었다. 내 할 일만 잘하면 되지 쓸데없는 인정에 매달리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생각에.

창고 겸 직원 휴게실에는 내 유니폼과 바구니, 옷걸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 어딘가에 소속될 때의 안도감? 안정감 같은 것이 조금 올라왔다.

사람 마음이 웃긴 게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면 자유로워지고 싶고,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어딘가에 소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유니폼을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원래 마감은 2명에서 일을 하는데 그날은 나 포함 3명이 일했다.

나는 거의 하는 일 없이 2명에서 어떤 일들을 분담해서 하는지 따라다니며 관찰했다.

본인의 일뿐만 아니라 서로 나서서 하겠다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나 생경했다. 이제껏 한 번도 이런 사람들과 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사들도 자기 몫을 떠넘기기 급급한 곳들에서 일하다가 매니저든, 아르바이트생이든 서로 나서서 하겠다는 모습에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했다.

‘배려하는 마음을 받으면 배려를 배려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첫날은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새로운 것들이 왕창 들어오고, 안 쓰던 방식으로 몸을 써서 그런지 너무 피곤해서 집에 와서 뻗었다.

첫날 휴게시간 그리고 도시락



#아르바이트 둘째 날

다음날 아침 끙끙 앓으며 일어났다. 온몸이 쑤셨다…

일주일에 적어도 3번 이상 운동을 하던 나인데… 이렇게 저질 체력이었나 싶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은 오후에 외국어 교실에 가기 때문에 오전에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일을 했다.

그다음 점심을 먹고, 외국어 교실에 가서 수업을 듣고, 다시 집에 돌아와 하던 일을 마저 하고, 도시락을 챙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둘째 날에는 매니저님 한 분과 둘이서 일을 해야 해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아직 음료 레시피를 받지 못해서 매장 곳곳에 붙어있는 레시피를 곁눈질하며 음료를 제조하고, 눈치껏 청소를 했다.

첫날에는 긴장해서 고프지 않던 배가 둘째 날부터는 머리와 몸을 쓰는 만큼 고팠다.

다행히 이날 남자친구의 친구분이 우나쥬를 사서 남자친구 편으로 내게 보내서 감사하게 저녁을 먹었는데.

좁은 창고에 있는 뒤집힌 우유 박스에 앉아 저녁을 먹었는데 먹다가 도시락이 분리돼서 마지막 장어 한 점이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ㅎ

둘째 날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정신이 없었다.

일하다가 밥 먹고 또 일하면 4시간이 금세 지나있었다. 이날도 역시나 집에 돌아와서 기절.

둘째 날 휴게시간 그리고 도시락



#아르바이트 셋째 날

셋째 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더욱 천근만근이었다.

그런데 몇 주 전부터 우리 집 화장실 물이 아랫집으로 새서 아침부터 화장실 공사를 했다.

(좌) 우리집 화장실 공사 / (우) 사람이 살지 않는 아랫집 상태

 물이 어디에서 새는지 알아보려면 아침에 물을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씻지 못했는데, 다행히 전문가가 오후 3-4시쯤이면 공사가 끝날 것 같다고 했다.

공사 때문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해야 해서 현관문을 열어 놨는데 우리 집에 고양이가 나가지 않을까 신경 쓰면서 왔다 갔다 해야 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안방 문을 닫고 고양이와 함께 안방에 있다가 공사가 길어지자 도저히 소변을 참기가 힘들어서 집 근처 빌딩 화장실에 가기도 했다.

(좌) 작업테이블에서 먹은 점심 / (우) 옆 동네 목욕탕

방에서 점심을 먹고 공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데 어디를 잘못 건드리셨다고 공사가 더 길어질 것 같다고 했다.

씻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야 했던 나는 옆동네 목욕탕에 가서 씻었다. 우리 동네에는 목욕탕이 없기 때문에… 씻고 돌아와 도시락을 챙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이날 음료 레시피를 받아서 마음이 좀 놓였다. 주문을 받고, 할 일을 하고 틈틈이 레시피를 외웠다.

어렸을 때만큼 새로운 걸 할 때 빠르게 익숙해지지 않아서 마음이 자꾸만 조급해졌는데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한 달 동안 수습기간이잖아. 수습기간이 왜 필요하겠어. 다 적응하고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을 주는 것이겠지.‘

그리고 손님이 몰려와 마음이 급해질 때 마감시간에 쫓겨 허둥거리려고 할 때 예전과 같이 사고 치지 않고 숨을 쉬고 한 템포 느리게 행동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비해 빠릿빠릿하진 못하지만 이렇게 내 부주의함을 순간 알아차리고 지혜롭게 넘길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역시나 셋째 날도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 퇴근하고 집에 와서 깨꼬닥.

셋째 날 휴게시간 그리고 도시락



#아르바이트 넷째 날

넷째 날 아침에는 오랜만에 개운하게 일어났다. 오래간만에 앓지 않고 푹 잤다. 그래서 컨디션도 괜찮았다.

아침에 할 일을 하고, 원래 오후에 외국어 교실에 가는 날인데 남자친구 어머님을 뵈러 가게 돼서 수업을 쨌다.

(좌)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 / (우) 어머니께 받은 선물:)

어머님 댁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얻어먹고 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러 갔던 건데 어머님이 그날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밥만 먹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얼마 안 남은 시간을 활용해하던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도시락을 싸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같이 일하는 매니저님과도 꽤 친해지고 일도 조금은 익숙해져서 에너지가 전날에 비해 덜 드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직도 정확히 외우지 못한 레시피가 많았지만 이제 곁눈질도 늘어서 안보는 척 레시피를 보면서 음료를 만들었다.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기니 좀 더 웃고, 떠들면서 일했더니 시간이 더 빠르게 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하루에 일정 시간 몸을 쓰기로 한 내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했다.

삼일 정도는 힘들었지만 사일 차는 뭔가 좀 튼튼해진 느낌이랄까? 손목과 팔뚝 같은 곳이.

이제는 퇴근할 때 룰루랄라하며 집에 돌아가 책도 조금 읽고 다이어리도 쓰고 잘 수 있게 됐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넷째 날 휴게시간 그리고 또 카렠ㅋㅋ



#아르바이트 다섯째 날

다섯째 날 아침 일어나니 오전 운동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번주는 조금 사리는 걸로.

이날은 오랜만에 점심에 친구를 만나 밥도 먹고 카페에도 갔다.

5월에 우리의 친구가 결혼을 하는데  우리 둘이 축가를 부르기로 해서 노래도 정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이 친구도 다수의 사람들이 사는 것과는 좀 다르게 사는 친구라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서로 공감도 많이 되고, 힘이 된다.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빠르게 일을 하고, 도시락을 싸서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그제야 아르바이트 공간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었고, 같이 일하는 분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 일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순간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찾아서 했고, 이날은 꽤 수월하게 일한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도 에너지가 쌩쌩해서 일도 조금 더 하고 다이어리도 쓰고 잠에 들었다.

(좌) 아르바이트하는 가게 대표님이 주신 빵과 매니저님이 주신 쿠키 / (우) 다섯째 날 휴게시간 그리고 또또 카레!


새로운 일은 쉽든 어렵든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건 시간.

그 시간을 잘 보내면 편해지겠지!


다음 주의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 ’퇴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29살‘의 아르바이트 둘째 주 이야기 커밍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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