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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말해연 Mar 13. 2023

아르바이트를 대하는 자세

대학원까지 다니고 퇴사한 지 얼마 안 된 29살

대학 졸업 후 대학원도 다니고, 짧지만 회사 생활도 해본 29살의 나.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마음먹고, 한 카페 프랜차이즈에 지원을 했고, 내일 면접을 보러 간다.


어쩐지 한국에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삶을 그다지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지 않다. 특히 고학력자이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더욱 그런 시선을 받는 것 같다.


나는 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을까.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나는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하지만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득이 없다. 유튜브는 조금 마이너한 주제로 올리고 있고, 블로그 포스팅은 1개월 차인데 3개월부터 네이버애드포스트 신청이 가능하다. 그래서 일단 큰돈은 아니더라도 용돈을 할 돈과 가능하다면 남자친구와 나의 삶에 보탤 돈이 필요하다. (지금 모든 생활비는 남자친구가 부담하고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노마드로 살다 보면 사람을 면대면으로 만날 기회가 적어진다. 그럴수록 사람들 앞에서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뭔가 긴장이 된다. 그래서 사람을 주기적으로 만남으로써 사회성을 잃어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몸으로 하는 일에 대한 필요성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무엇이든 중도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일본여행을 총 20일 정도 다녀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는 삶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물론 그들이 직원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알 수 없지만, 보통 우리나라에서 사무직이 아닌 일을 하면서 본인이 사장이 아닌 경우 아르바이트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런 일을 하며 사는 일본 사람들, 그 일을 밝은 얼굴로 최선을 다해 하는 일본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필요한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면 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겐 회사라는 곳이 맞지 않았고, 나는 나의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니까.


이번에 아르바이트에 지원하며 내 마음가짐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과거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회사에 다닐 때 나는 퇴근시간에 엄청난 집착을 했다. 퇴근시간이 몇 분이라도 늦어지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이 됐다. 조금이라도 손해 보는 것이 싫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 삶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들로 더 많이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 지금, 나는 퇴근 시간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지원한 카페는 오후 6시 출근 10시 퇴근인데,  나는 목표를 ‘12시쯤 잠자리에 들기’로 정했다. (지원한 카페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이다) 10시에서 12시 사이에 집에 들어가서 씻고 눕기만 하면 된다. 내가 원하는 일들을 하는 삶은 돈은 없지만 마음은 여유롭다. 나는 그 여유로운 마음으로 돈을 벌기로 한 거다. 다음으로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한다는 생각으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일을 할 때 뭔가 일을 해치우기에 바빴다. 여유가 없으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 마음의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 여유로 사람을 사람으로서 대하고 싶다. 나의 그런 행동이 좀 더 살만한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엄청난 포부처럼 보이지만 나비효과를 노린다) 상대를 존중하는 나의 마음이 전해져 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아 회사에서, 집에서 그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 또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지만. 내 안에 일은 생경한 변화에 대해 글로 남기고 싶었다. 아르바이트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도 추후에 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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