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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말해연 Apr 14. 2023

‘No more give and take'

퇴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29살 | 넷째 주 목요일


#4월13일 목요일

어제 반나절에 걸쳐 남자친구와 해결방법을 찾아 그 끝에 깨달은 바를, 오늘 108배 기도문으로 외웠다.

나는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람입니다.


내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기브 앤 테이크’의 자세를 여전히 취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무언가를 해줄 때 바라고 해주지는 않는데 나중에 바라게 되고, 똑같은 것을 바라지 않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살았기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해주고도 결국에는 괴로워졌다. 그래서 진정으로 돌려받기를 바라지 않고 주는 나를 상상하며 기도했다.


(좌) 아침 / (우) 점심

108배를 하고, 아침을 먹고, 스트레칭을 하고, 씻고, 책상에 앉아 일을 했다. 어제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고, 해결방안을 찾으며 이런저런 배움과 깨달음이 있어서 글로 써 내려가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그래서 오후까지 한참을 책상에 앉아 글을 썼다. 물론 제때에 점심은 챙겨 먹었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로 내가 경험한 바를 정리해서 써내려 가다 보면 크게만 느껴졌던 일도 우습게 느껴질 때가 있고, 이만하고 넘어갈 수 있었음에 감사하기도 하다. 어제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은 후자에 가깝고, 그 일을 통해 당연해져서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감사하게 됐다.


오후에 글을 다 쓰고, 조금 쉬다가 도시락을 챙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기 위해 집에서 나섰다. 요즘 황사가 심해서 완화된 정책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 중국은 미세먼지 지수가 1,000이 넘는다던데… 사람이 살 수 있는 수치인가 싶다. 아르바이트에 가는 길에 베이커리에서 초코소보로 2개를 사서 일하고 있던 매니저님 두 분에게 하나씩 줬다. 월요일에 받았던 모카번에 대한 보답이랄까. 이렇게 보니 나는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받았으니 무조건 줘야 한다’는 생각에 빵을 사간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받으면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 나도 무언가를 주고 싶다. 그런데 한 편으론 ‘테이크‘를 했는데 ’기브‘를 하지 못하면 마음이 조금 불편하고, 얼른 뭐라도 줘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확실한 ’ 기브 앤 테이커‘인 것 같다. 받고 나서 주려는 마음도 계산적인 마음인 걸까?


함께 일하는 매니저님이 식사를 하러 간 6시에서 7시 사이에는 손님도 없고, 할 일도 거의 없었다. 내가 출근하기 전에 일하는 매니저님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모두 해놓고 가서 평소보다 할 일이 없었는데 손님도 없었다. 그래서 휴대폰도 조금 만지작 거리고, 레시피도 조금 보고, 더 해야 할 일은 없나 매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가로운 시간이 가고 7시가 좀 넘으니 손님들이 계속해서 왔다. 정신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주문한 메뉴를 제조해서 내보내기를 반복하고 있을 때 매니저님이 돌아왔고, 있던 손님을 다 보내고 나서야 내 저녁식사 시간이 왔다. 오늘도 매니저님이 넉넉하게 쉬게 해 줘서 밥도 천천히 먹을 수 있었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다녀올 여유도 있어서 몸도 마음도 편안했다. 8시부터 함께 마감을 하고, 물류도 정리하고, 손님도 맞고,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은 흘러갔다. 손님이 없을 때는 매니저님이 좋아한다고 말한 ‘볼 빨간 사춘기’의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카페노래방도 즐겼다. 행복이 별게 없다. 이런 시간들이 소소하니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마감 10분 전부터 손님이 없어서 필요할지도 모르는 것만 빼고 거의 다 마감을 해서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내일이면 이곳에서 한 달을 보낸 것이 된다. 한 달 동안 적응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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