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아르바이트하는 29살 | 넷째 주 수요일
오늘도 108배로 하루를 시작했다. 자유로운 사람을 꿈꾸며 ‘나는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입니다.’를 외웠다. 아침에 남자친구와 작은 다툼? 자존심 싸움이 있었는데, 스트레칭을 하며 법륜 스님의 말씀을 듣는데 남자친구와 왜 부딪혔는지 깨달았다. ‘기대’였다. 나는 가까운 사람일수록 ‘기대’를 많이 한다. 그 ‘기대’는 타인이 내 마음대로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그래서 나는 늘 괴로웠던 것이다. 타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내 마음대로 되기를 ‘기대’했다. ‘기대’를 버리자. 그리고 나에게 ‘기대’를 하자.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기대’하자.
108배를 하고, 부모님, 지인에게 받은 나물들로 푸짐한 아침 식사를 했다. 그 후 스트레칭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씻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일을 했다. 그리고 또 점심 먹을 시간이 돼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사실 아침에 일하던 도중 남자친구와 서로 기분 상할 일이 있었는데, 점심을 먹고 평소와 다르게 일하러 방에 들어가지 않는 남자친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가 왔구나 싶었다. 양치질을 하고 식탁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우리는 어떤 문제 때문에 계속 부딪혔다. 그 문제에 대한 서로의 태도 때문에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 만큼 치달아 버렸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둘 중 한 사람만 참거나 희생하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고민은 내가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까지 계속 됐고, 나는 오후에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가기 전 도시락을 싸며 결국 우리는 해결방안을 찾아냈다. (이 이야기는 별도의 글로 적어보려고 한다.)
요즘 바람은 많이 불지만 그래도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그런지 손님이 꾸준히 있다. 그래서 바쁘고 정신없지만, 이 시간이 내게 큰 도움이 된다. 별 생각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는 시간이 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계속해서 이야기하지만 집에서 계속해서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일이 내게 꼭 필요하고, 그렇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복잡하던 머릿속이 단순해져서 개운한 마음 상태가 된다.
요즘도 같이 일하는 매니저님이나 아르바이트생이 식사를 하러 가서 혼자 남았을 때 너무 바쁘거나, 다양한 주문이 들어와서 당황하기도 하지만 나름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매일의 아주 작은 성취들이 삶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자존감을 높게 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와 몸으로 함께 일하면 동료애가 더 잘 생기는 것 같다. 물론 여기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남에게 일을 미루지 않고, 자기 몫을 해내려고 노력하고, 본인이 나서서 하기 때문에 나도 더 열심히 하고 싶어 지는 것도 있다. 이런 생각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이 참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