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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Sep 10. 2023

학원 대신 주식? 현실은…

K학부모의 사교육비 적정선은

월급의 상당부분이 아이들 사교육비로 나간다. 덕분에 퇴사니, 휴직이니 쓸데 없는 생각을 아예 접게 되었으니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는 않다. 가끔은 무급여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기도 한다.


사실 에듀푸어가 될 생각은 1도 없었다. 주변에서 아이들 교육에 올인하고 극도의 절약 생활을 하는 분들 몇 번 본 적 있어도 나랑 관계없는 일이니 언제나 소 닭보듯 했는데, 내가 그렇게 될 줄이야. 현 교육 제도나 아이 상황에서 사교육이 필수재임을 뒤늦게 깨닫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올인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여름방학 때에도 예상치못한 거액의 학원비 지출이 있었다. 이 과목은 학원 다니고, 저 과목은 인강으로 듣고, 그 과목은 혼자서 하라고 해야지...나 혼자 마음을 먹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늘 그랬듯이. 결국 과목별로 학원 끊어주고 ㅇ백만원을 내야했다. 지금까지 미뤄온 사교육비 청구서를 한꺼번에 받는 기분이란...


그래, 삼전을 팔자


평생 모아가기로 마음먹었던 삼성전자 주식은, 그렇게 아이 학원비를 내기 위한 비상금으로 사용되었다. 사교육 대신 주식을 사주고 싶었지만, 현실은 주식을 팔아 사교육 시킬 수 밖에…




에듀푸어의 부작용 한가지는, 뭐든 비싼 학원비에 견주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제주도 여행비 200만원? 한 달치 학원비도 안되는데...질러!

책 한권 값 13만원? 에이, 학원비 1회분도 안되는데...(바로 결제)

라테비용? 한 달을 아껴봐야 학원비 1회값도 안되는데. 그냥 마셔!


100억원을 가졌어도 (100억원 자산이 만들어내는 월 소득의) 급여 생활자의 생활 태도를 넘어서는 순간 재산이 하향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검소하고 단정한 삶을 살아야 한다. - 돈의 속성


100억 자산가는커녕 집한 채가 전부인 월급쟁이인데, 100억 자산가보다 더 쓰고 있는건 아닌지, 가끔 두려움이 엄습했다.


(나) 우리 이렇게 살아도 돼? 우리 노후는...

(남편) 거의 다 끝나가잖아. 대학가면 용돈은 벌겠지.


걱정하는 내게 남편이 위로를 해주었다.


...그런데 엊그제 저녁,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아들) 엄마, 저...유학 가도 돼요?


(나) 헐...ㅜㅜ 갑자기?...

음,,,,,,

일단, 한번 알아보자.




아이가 내심 유학을 가고 싶어한다는 것은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다만 뻔한 집안 사정을 고려해 아이도 그동안 입밖에 꺼내지 않았고 우리 부부도 모르는 척 해왔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 단칼에 자르면 너무 좌절할까봐, 일단 알아보자고 말했지만, 속으로는 덜컹했다. 유학 보냈다가 집 말아먹은 사례를 주변에서 여러번 보았기 때문이다.


어머님 친구인 Y아주머니는, 강남 요지 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시내 중심지에서 문방구 도매상 2군데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는 온라인 쇼핑도 활성화되지 않았던터라, 그야말로 돈을 쓸어담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모두 대학 입시에 실패하면서 영미권으로 유학을 보내게 되었고, 두 아이 유학 뒷바라지 도합 6-7년만에 아주머니는 전 재산은 눈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그냥 가게 물려줘서 장사를 시켰더라면...


유학 이후 취업에 실패해 변변한 직업도 없이 어렵게 사는 첫째와,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둘째. 두 집을 전전하며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는 아주머니를 보며, 어머님은 안타까워하셨다.



남편 친구 P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외벌이 가장인데, 공부 잘하는 딸을 미국 명문대에 유학 보냈다가, 매년 1억 이상 들어가는 비용을 대느라고 결국 집을 팔고 말았다. 5년 전 8천만원 들여 올수리한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서울 외곽으로 이사가는 날, P씨 부인은 근심어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대학 졸업하고 나면 대학원에 가고 싶대요, 글쎄…공부를 너무 잘해도 걱정이야.

   



입시를 앞둔 지금이야, 합격만 하면 '돈'이고 '롱디'고 뭐든 문제가 안될 것 같지만, 막상 붙고 나면, 학비 이외에 오가는 비행기값, 교통비, 방월세, 책값 등 자잘한 비용도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내 가계 사정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법. 한번 형편에 맞지 않게 돈을 쓰기 시작하면, 돈이 줄줄 새어나가는 것은 금방인 것이다.


아들에게 줄 내 마음 속의 대답은 이미 정해졌다.


대학은 가성비 좋게 가고,

대학원을 유학 가면 어떨까?

(장학금 받아서~)

요즘 그게 트렌드래.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가 여기까지임을 아이는 이해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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