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는 '일'의 가치가 의심스러울 땐 '직업', '직장', '꿈'을 분리해서 생각해보라고, <자존감 수업>의 저자 윤홍균 선생님은 말했다.
나의 경우 직업이 곧 직장이지만, 결코 꿈(자아실현)은 될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꿈을 이루고 싶어 조기퇴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매달 고정적인 소득과 자존감, 재정적 안전감을 포기할 수 없어 가능한 오랫동안 직장(=직업)을 다니기로 마음을 고쳐먹었고, 퇴사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해서 노후 용돈벌이와 활력을 얻기로 마음 먹었다.
퇴사 후 하게 될 일은 지금 직업의 연장일까, 아니면 내 꿈의 실현일까. 어찌되었건 평생 일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급선무는 '평생 일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만드는 것이다.
먼저 한 일은, 회사에서 내 '꿈'과 가장 관련있는 부서에 지원해서 간 것이다. 솔직히 핵심 부서는 아니다. 오히려 기피 부서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읽고 기획하고 쓰는 일. 이전에는 나도 남들처럼 '인정받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평생 일하기로 마음 먹은 이상, 무엇보다 전문성을 키워야겠다, 생각이 들었고, 남들과 똑같이 경쟁해서는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내 꿈과 가까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워 나가자
내가 내린 결론이다. 더 이상 이리저리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두번째 한 일은, 동네 피트니스에서 PT를 끊고, 피부과 미백관리 프로그램을 끊은 일이다. 평생 일하려면, 아무래도 다이어트와 운동, 피부관리를 통해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매 끼니 단백질 챙겨먹기, 매일 비타민 먹기, 주2-3회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
평생 일할 몸을 만들기 위한 루틴이다. 핵심은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에 있다. 한두 달 한다고 해서 별 차이는 나지 않겠지만, 5년, 10년 쌓이면 큰 차이를 만들지 않을까.
<50, 우아한 근육>의 저자인 이민숙 작가는 자신의 '50세'를 위해 들어둔 적금을 고스란히 헬스장 등록비로 썼다고 한다. 그리하여 쉰살의 나이에 64g의 저질체력을 46kg의 근육질 몸매로 만드는 인생 역전을 이루어낸 것이다. 들어놓은 적금이 없는 나는 주식을 팔아 50세 되기 전에 인생을 바꿔보기로 했다. 평생 모아가려던 삼성전자 주식 70여주를 눈물을 머금고 팔아 5백만원을 만들었고, 그 돈으로 개인 PT와 피부과를 끊었다.
마지막으로, 전화영어를 시작했다. 영어는 평생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 뿐더러, 나중에 퇴직 후 해외 한달살이를 하는 데에도 여러모로 요긴하다.
평소 해외에 나갔다 오지 않았는데도 영어를 잘하는 직원이 있으면, 밥을 사주며 비결을 물어보곤 한다. 나로 말하자면, 어학연수를 1년 다녀왔는데도 여전히 울렁증이 심하기 때문이다. 국내파 영어 고수들의 비결은 다양했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 해리포터 책을 닳도록 읽고 들은 케이스, 유튜브로 자기 관심사인 콘텐츠를 꾸준히 보다보니 영어가 자유로워진 케이스, 어릴 때부터 엄마가 시켜준 전화영어, 화상영어를 꾸준히 해온 케이스 등등..주로 영문과 출신 엄마가 옆에 끼고 가르쳐준 경우가 많았다.
나도 한번 믿고 해보자, 그들이 된다면 나도 되겠지
바로 전화영어를 등록했고 한번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출퇴근할 때와 설겆이 하고 빨래갤 때 등 짜투리 시간에는 넷플릭스 영어 콘텐츠를 보기로 했다.
현재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평일)
출퇴근 : 넷플릭스 영어 다큐 (또는 밀리의 서재)
점심 시간 : 약속 없는 날에는 스벅에서 글쓰기
퇴근 후 : 피트니스 운동
밤 10시-11시 : 전화 영어
(주말)
오전 : 피부과 (또는 도수치료) / 집안청소
오후 : 스벅에서 글쓰기
오후 4시-6시 : 피트니스 운동
저녁 : 아이들과 동네산책 또는 영화 보기
평생 일하기로 한 대신, 퇴직 후에 하려고 미뤄놓았던 일들을 지금 바로 시작한 셈이다.
50세에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안달할 필요가 없다. 내가 나를 인정하는 것만이 남는다. - 이민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