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의 일이다. 옆자리 동료직원이 말한다.
(동료) 저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로 '반클리프 아펠 알함브라' 사줬어요.
(나) (반클리프? 명품백 이름인가?) 나는 명품백 별로 안좋아해서...난 주로 귀금속만 받아.
(동료) 어머, 반클리프 알함브라 모르세요? 되게 검소하시다…
바로 검색해 찾아보았다. 아니, 이거 내가 작년에 하고 다니던 귀걸이인데. 동대문에서 2만원 주고 샀던…
나는 명품에 관심이 없다. 그냥 옷이나 신발, 가방, 화장품 등에 별 관심이 없다.
(다만, 감가상각이 적은 금붙이나 귀금속에는 좀 관심이 있다..)
요즘, 절실히 깨닫는 것 한가지는 '치장과 꾸밈을 좋아하는 DNA는 따로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나로 말하자면 타고나기를 관심이 없게 태어난 것 같다. 생전 옷 사러 가는 경우가 없고, 정 회사에 입고 갈 옷이 없으면 퇴근길에 집앞 옷가게에 들러 비싸지 않고 무난한 옷 3-4개를 대충 골라 사온다. 출근할 때에는 가능한 잘 차려입고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그냥 내가 가진 옷 중에서 최대한 단정하게 차려 입는 정도이다.
가끔 쇼핑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같이 쇼핑이라도 하는 날에는 급 불이 붙기도 하지만 단 며칠일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온다. 태생적으로 옷이랑 가방 등 좋아하고, 명품 브랜드, 화장품 브랜드 등에 능통한 여인네들을 보면, 그저 신기하고 부러운 마음이 든다.
사실 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건강한 몸매와 좋은 피부, 풍성한 머리칼이다. 피부와 머리칼은 근래 노화가 진행되면서 새삼 관심을 갖게 된 것이고, 몸매 관련해서는 약 10여년 전에 가슴아픈 계기가 있었다.
결혼 후 10여 년쯤 지나 대학 홈커밍데이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실로 오랜만에 대학 동창들을 다시 만나게 된 만큼 새로 산 옷을 입고 잔뜩 멋을 부리고 갔다. 그런데 대학시절 은근한 경쟁관계에 있던 한 친구는 그냥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고 나왔을 뿐인데, 너무 날씬하고 예쁜 것이다. 그냥 마른 것이 아니라 뭔가 균형 잡히고 탄력있는 날씬함에 계속 눈길이 가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결혼 후 관리 안한 몸매에, 어설프게 꾸미고 나온 나는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비결이 뭐냐고 물으니, 친구는 그냥 '수영'을 다닌다고 했다.
수영? 그렇게 간단한 리가 없는데…어쨌든 그 다음 날로 나는 수영과 요가를 시작했다. 늘 살 뺀다고 체중계 몸무게에만 연연하던 나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있는 몸매.
그날 이후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은 명품이 아니라, '청바지에 흰티셔츠가 잘 어울리는 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