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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지 Sep 17. 2023

맞벌이인데 연 3천도 못 모은다면

통장잔액 : 1,210,000원


매달 맞벌이 소득 중 내 월급은 고스란히 저축해보자 마음먹어 보지만, 카드값 제하고 예정에 없던 건강 검진에, 휴가비용 일부, 세금까지 내고나니 남은 돈은 1백만원 남짓이다. 이러다간 올해 저축 목표의 절반인 연3천도 못 모을 태세다. 왜 힘들게 맞벌이를 하고 있는건지, 회의감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요 며칠 가계부 쓰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브런치에서 '가계부' 키워드 글들을 찾아 읽어보았다. 다들 "더 이상 이렇게 돈에 끌려다니며 살기 싫다"는 절박한 동기에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가계부 쓰기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가계부 쓰기, 왜 이렇게 어려운걸까?


나의 경우를 분석해보았다.

1. 여러 개의 신용카드 사용해 지출 파악이 어렵다.

2. 매달 예상치못한 일로 초과지출하게 된다.

3. 지출이 많아 가계부 쓰기를 중도 포기하게 된다.

4. 이후 '될대로 되라지' 거침없이 카드를 긁는다.

5. 매달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1번으로 돌아간다. (무한반복…)




그동안 가계부 쓰기를 여러번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소비의 경계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쓸 돈이 모자라게 된 이유는 미래 소득을 가져다 현재에 써버렸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깟 몇 프로 안되는 포인트를 적립받기 위해 소비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절대로 미래 소득을 가져다 현재에 쓰면 안된다.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고 직불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지금 책을 덮고 가위를 가져다가 신용카드를 잘라라.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다.   
- 돈의 속성


그간 재테크 책에서 신용카드를 쓰지말라는 조언을 여러번 접했지만 편리성과 할인 혜택 등 실질적인 이유로 신용카드 사용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매달 한도를 정해놓고 현금쓰듯 하면 되지,

굳이 카드를 없앨 필요까지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내 무의식 체계는 좀처럼 속지 않았다. 신용카드라는 것을 귀신같이 알고서 매달 한도 없이 질러대는 것이다. 신용카드를 없애지 않으면, '선저축, 후지출' 구조를 만들려는 내 목표에는 절대 근접할 수 없으리라, 그리하여 내 인생은 절대 바뀌지 않으리라, 강한 예감이 들었다.


신용카드를 없애자, 예외 없이.


먼저 월급날 '제로(0)'로 귀결되는 현 가계 상황을 월급날 '생활비(+)'인 상태로 만들어야 했다. 다시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수밖에ㅠ




다음으로는, 매월 쓸 생활비를 4개로 쪼개어 돈에 꼬리표를 달기로 했다.


1. 월급통장 :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대출이자 등 고정지출 자동이체

2. 생활비 통장(체크카드 연결) : 최소생활비를 입금해두고 가능한 이 안에서 생활

3. 예비비 통장(파킹통장) : 보너스 등 비정기수입(+), 경조사비, 세금, 병원비, 수리비 등 비정기지출(-)

4. 재테크 통장 : 종자돈 만들 적금, 예금, 펀드 등


가장 큰 특징은 '예비비' 통장을 만든 것이다. 그간 예상치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그냥 그 카드로 지출하다보니 매달 생활비가 들쭉날쭉하여 적정 예산규모 파악이 어려웠다. 또 초과지출하게 되어 가계부 쓸 의욕이 좌절되곤 했다. 예비비 통장이 있으면 매달 일정한 소득과 지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불규칙한 소득이나 지출 흐름을 관리할 수 있다. 예비비 통장에는 매달 50만원씩 넣어두기로 했다.


일정함이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외에도 나와 남편, 아이들 용돈 통장과 체크카드도 각각 만들었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월급 통장에는 자동이체될 고정비용만 남겨두고, 생활비통장, 예비비통장, 각자의 용돈통장, 그리고 재테크통장에 각각 정해진 금액의 돈을 보낸다. 이렇게 항목별로 나누어 관리하면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어디로 새어나가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남은 과제는, 매달 적정 지출 목표를 책정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이다. 가계부 쓰기가 이토록 힘든 건, 단지 지출 기록에 지나지 않고 '예산 내 규모있는 지출 습관'을 만들어가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변화와 관련되기 때문일 것이다.


하루 빨리 종자돈 모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는 요요를 가져오듯 무리한 절약은 중도 포기만 가져올 수 있다. 또 성장을 위한 투자,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한 지출은 남겨 놓아야 한다.




J인 나는 어릴 때부터 '계획짜기'에 몰두해왔다.


초딩: 내 방과 책상 배치 계획

중고딩 : 공부 계획

대딩 : 영어공부, 다이어트 계획

직딩 : 자기계발, 아이들 교육 계획


한정된 자원(시간, 돈, 에너지)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문제는 늘 나를 사로잡았고 계획은 늘 그저 계획으로 끝나기도 했지만 작심3일을 반복하다보면 아무것도 안한 것보다는 낫기도 했다.


이제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된 만큼 종자돈을 모으기 위한 지출 관리 계획에 전념해보기로 했다. 아래 문장 하나를 마음에 품고서.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을 잘 관리해야 한다.  - 돈의 속성
Photo by Andres Pere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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