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랑 고등학생이라구요? 다 키웠네요. 이제 신경쓸 일도 별로 없겠어요.
얼마 전 지인 한 분이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오신 분이다. 심지어 지난 번에는 이런 말도 했다.
학원을 꼭 다녀야 돼요? 우리 땐 EBS로 다 했는데.
그저 미소로 화답했다. 한국에서 아이 키우는 분들이라면 다들 알겠지만, 아이가 커도 엄마의 할 일은 줄지 않는다. 오히려 난이도는 높아지고 인센티브는 적어지는 편이다. 어릴 때에는 귀엽기라도 하지, 이젠 말도 안듣는 아이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반려견 키우는 엄마가 늘어날 수밖에. 주위에 아이 이야기 신나게 하는 사람은 미취학 또는 초딩 맘밖에 없다, 다들 반려견 이야기하지.
이모님 독립을 앞두고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역시 ① 아이 학원 스케줄링과 ② 학원 가기 전 아이 간식, 밥 챙겨주기였다.
하교 후 아이가 혼자서 집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학원을 돌리기로 했는데(K학원은 보육기능도 크다), 아이 학원 스케줄링은 아이의 수준과 학원별/요일별 시간표, 동선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은 고차원 방정식이었다. 매일 운동을 한 군데 다녀와서 영어 또는 수학 학원에 가도록 스케줄을 짰는데, 머리에 쥐가 날 뻔했다. 듣자하니 대치동에는 아이 상황에 맞게 학원 스케줄링 해주고 매일 학원 등원과, 학원 사이에 비는 시간 관리 해주는 학원도 있다고 하던데, 엄마들의 니즈를 간파한 틈새시장이 아닌가 싶다. 여기는 대치동이 아니니, 알아서 스스로 하는 수밖에.
학원가기 전 간식, 저녁밥 챙기기는 한층 더 난이도가 높았다. 준비성과 신속성, 멀티플레이 능력이 필요한 것이어서, 퇴근 후 저녁거리를 사들고 아이 시간 맞추려고 집으로 뛸 때면, 하루하루 곡예를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간식으로는 바나나, 청포도 등 과일과 찐고구마, 떡, 빵 등을 준비해놓고 출근했다.
저녁밥은, 아이가 학원 오후타임 다닐 때에는 퇴근 후 7시쯤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근처 식당에서 만나 간단히 사먹거나, 테이크 아웃 또는 반찬을 사와 차려먹이곤 했다.
그러던 중 아이 학원이 저녁 7시 타임으로 바뀐 것이다. 내가 퇴근하기 전에 아이는 학원에 가야하니, 아이 혼자서 밥을 차려먹거나 나가서 사먹어야 했다. (배달음식은 정 급할 때만 시켰다.)
지난번 맘카페에서 본 댓글에 따르면, 많은 엄마들이 미리 반찬을 냉장고에 준비해놓고 아이가 밥만 퍼서 차려먹거나, 볶음밥, 카레, 불고기 등 한그릇 음식을 해놓고 아이가 데워먹도록 시키고 있었다. 한 엄마는 음식을 각각 락앤락 그릇에 담아 ‘첫째 점심 반찬', '둘째 저녁 국' 이런 식으로 포스트잇을 붙여 냉장고에 넣어둔다고 했다. 우리집은 큰아이가 기숙사에 가있어 둘째 저녁만 챙겨주면 되니 이렇게 따라해보았다.
다행히 아무리 배고파도 혼자는 차려먹지 않는 큰아이와 달리, 둘째는 내가 깜박 준비를 못해놓고 간 날이면 맨 밥에 김이라도 싸먹거나, 나가서 쌀국수라도 한그릇 사먹는 아이었다. 그래도 밤 10시에나 돌아오는 둘째 저녁밥도 안챙겨주는 것이 영 안쓰러워, 결국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앞당기기로 했다. (월급 안오르는 대신 비급여 복지는 좋아지고 있다.)
요즘 주중에는 퇴근길 반찬가게를 활용하고, 매주 금요일 큰아이가 돌아오는 날에는 특식을 배달해준다. 먹을 것에 진심인 아이들인지라, 한 주를 열심히 보낸 데 대한 '맛난 음식' 보상은 언제나 잘 먹힌다.
이제 중학교 들어가면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밀착 뒷바라지' 해줘야 할텐데 어떻게 하나,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지지만 그 때 걱정은 그 때가서 할 일이다.
'이모님 독립해도 다, 살아지더라'는 다른 직장맘들의 말은 과연 사실이었다. 다만, 집안 청소와 삼시세끼 해결하는 것 이외에 또 다른 문제가 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