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인생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유지어터‘다.
본래 유지어터란,
다이어트하는 사람을 다이어터라 부르듯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감량한 뒤
이를 노력해서 유지하는 이들을 뜻하곤 한다.
내가 말하는 유지어터도
본래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와 일상, 인생 전체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을
티 안 나게 하나하나 소분하여 관리하고
노력해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보기에 대단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라도
나는 내 하루를 살아내고 삶을 가꾸고 유지하는
유지어터이자, 내 세상의 최고 경영자다.
나 스스로에게 유지어터, 최고 경영자라는
이중직책을 부여한 만큼
뭔가 삶을 유지하는 거창한 비법이 있을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유지어터의 삶 유지 비법은
화려하지도 능수능란하지도 않다.
심지어 색깔도 향기도 없는, 무색무취의 방법이다.
유지어터는 ‘무지’한 일상을 살아낸다.
‘무지(無地)’란 바탕에 아무런 무늬 하나 없는
천이나 종이를 말한다.
그러므로 무지한 일상은,
조금도 자극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이
단순하고 지루하고 심심하고
때로는 따분하기까지 하다.
유지어터의 무지한 일상은,
그럴듯한 프린팅이나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무지 셔츠를 매일 깨끗하게 세탁하고
정갈하게 다려 입는 것과 같다.
심지어 아무도 그 깨끗함과 정갈함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그래도 매일 무지 셔츠를 세탁하고
다려 입으며 유지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삶의 유지어터의 자세다.
현재를 유지하고,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 같은 루틴을 반복하는 유지어터의 삶은
솔직히 따분하다.
항상 같은 점심 메뉴를 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사람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며 건강을 유지하려 애쓴다.
그에게 아침 운동이란 화려하고
자극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하고 지루한 반복일 뿐이다.
그러나 그 무지한 일상의 지속에서
그의 삶은 유지된다.
더 나은 삶으로 천천히 내달리고 있다.
지루한 반복과 함께 그의 삶은 더 확실히 나아진다.
내가 내 삶을 유지하고 지탱하기 위해 행하는 것들은 무척이나 매우 작은 조각들이다.
미지근한 물 마시기.
가족을 위해 건강한 요리 하기.
집안 곳곳 환기하고 청소하기.
나 자신을 위해 러닝머신을 뛰고,
바쁜 시간 속 틈을 쪼개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 일에 집중하기.
아무런 화려함도, 도파민 펑 터지는 자극도 없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무지한 일상 조각들이다.
가끔은 너무 작은 것들이고 재미도 없어서
내려놓고 싶은 조각들이다.
아마 잠시 멈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작은 조각들을 내버려 두면
내 일상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주 천천히 흐트러져서,
다시 조각들을 맞추기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 무척 작은 조각들의 퍼즐을
똑같이 지루하게 반복하며 맞춰낸다.
내 삶을 유지하고 관리하기 위해
단순하고 지루해서 특별할 것 없는
무지의 일상을 살아낸다.
그러나 무지한 일상을 매일 똑같이 살아낼 수 있음에
작은 조각들 틈 사이에서 기쁨을 느껴낸다.
저절로 피어오르며 느껴지는 기쁨이라기보다는,
의식적으로 일부러 기쁨을 느껴내려 노력한다.
내일도 별반 다를 것 없는
무지한 하루를 살아낼 계획이다.
밤새 흐트러졌던 머리를 정리하고
깨끗한 무지 셔츠를 어제처럼 정갈하게 다려 입어야지.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내 삶의 유지어터로 출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