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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l 12. 2019

내 수준에 맞는 영어 소설 고르기 1 - 매직 파이브

'다섯 개'만 기억하세요!

영어 소설을 읽으려면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일단은 "쉽고 재미있으며 비교적 짧은 (200 페이지 내외) 현대물"을 고르는 게 가장 안전하다. (영어원서를 처음 시도한다면 100페이지 안쪽의 책을 권한다) 섣불리 잘못 골랐다가는 내 수준보다 너무 어려워서 한 페이지도 채 읽지 못하고 다시 책꽂이에 장식용으로 꽂아놓게 될 공산이 크다. 그럼 어떤 책이 내게 맞는 책일까? 내게 꼭 맞는 책을 고르려면 이 방법을 써보자.




내 수준은 초등학생? 중학생?


쉬운 책을 고르는 흔한 방법은 아이들 책을 고르는 거다. 어린아이용이니까 당연히 쉬울 것 아닌가. 사실 아이들 책도 만만치가 않아서 중학생 도서만 해도 무척 어렵고, 초등 고학년 도서도 초보자에게는 읽기 버거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용으로 나온 동화책이라면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것도 두 개씩이나. 우선은 아이들용 책은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 뽀로로가 아무리 재미있다 한들 'SKY 캐슬'이나 '미스터 션샤인'만 할까. (뽀로로를 무시하는 건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뽀로로도 재미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른들 취향엔 배신 때리고, 모함하고, 격렬하게 사랑하고, 누구 하나 죽어나가고 하는 게 더 맞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두 번째 단점은? 책이 어린이용이라는 건 그 나이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내용이거나, 어린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해서 그 안에 나오는 단어마저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한국 동화를 예로 들어보자. 한국어 회화를 익힌 외국인이 동화를 읽겠다고 '흥부전', '선녀와 나무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이 나오는 전래 동화책을 골랐다면 그에겐 이 내용이 쉬울까?


초가집, 기와집, 박을 타다, 선녀, 광주리, 동아줄...


'한국어 고급 회화'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런 단어들 때문에 그 외국인에게 한국 전래 동화는 무척 어렵게 느껴질 거다.


비단 전래 동화만이 아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기 때문에 현대물의 경우에도 학교나 또래 집단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Hopscotch, pig-latin, recess time, assembly.


미국 초등아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우리는 사전을 뒤져 봐야 겨우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학교 시스템, 아이들이 사용하는 어휘, 학생들의 문화 등을 모르면 책을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얘기다.


그럼 어떤 것이 내 수준에 맞는 책인가?




손쉽게 알아보려면 매직 파이브(magic 5)!


가장 손쉽게 알아보는 방법은 책을 아무 곳이나 펼친 후 왼쪽, 오른쪽 두 페이지를 훑어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세어 보는 거다. 그렇게 해서 모르는 단어가 두 페이지에 걸쳐서 5개가 안 될 경우 그 책은 자기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이게 바로 '매직 파이브' 비법이다.


하필 내가 펼쳐본 곳이 유난히 쉬운 부분이었을지도 모르니 한 두어 군데 정도 더 펼쳐 봐서 자기가 모르는 단어가 5개가 되는지 훨씬 넘는지 살펴보자.


책장을 훑어봤을 때 모르는 단어가 하나도 없을 경우는 자신의 수준보다 무척 쉬운 책이다. 자신이 이미 아는 단어와 문법 지식을 동원해 '독해' 자체를 연습하기에 좋다. '독해'를 처음 시도하는 왕초보에게 알맞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독해가 조금 익숙해진다면 이것보다는 한 단계 더 높여서 읽어야 공부가 된다. 공부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그냥 책이 재미있어서 보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모르는 단어가 5개 정도일 경우는 현재 자신의 수준에 딱 맞는 책이다. 본문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의 뜻을 유추해 볼 수도 있고, 사전을 찾아보더라도 책의 흐름이 많이 끊기지 않으며, 새로운 단어를 배울 수 있어서 공부도 된다.


모르는 단어가 5개 이상, 특히 10개 이상일 경우는 자신에게 무척 어려운 책이다. 모르는 단어가 워낙 많아서 문장에서 뜻을 유추하기도 쉽지 않고, 일일이 사전을 찾는 것도 귀찮을뿐더러 그렇게 하다간 글의 흐름도 놓치게 된다. 십중팔구 두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게 될 확률이 높다.


사실 이 방법도 완전히 정확한 건 아니다. 슥 훑어보면서 자신이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라고 했는데, 그렇게 봐서는 안 드러나는 어려운 단어들도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give, away, in, see, off, hands, down은 쉬운 단어들이다. 그래서 책장을 넘겨봤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각종 구동사와 이디엄(숙어)들이 나온다.


give away: (비밀 등을) 누설하다
give in: 항복하다, 굴복하다
see off: 배웅하다
hands down: 쉽게, 의문의 여지없이


이런 구동사와 숙어들을 모르고 있었다면 다 아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전혀 해석이 안 된다. 또한 실전에 적용되는 문법을 몰라도 해석에 걸림돌이 된다. 모르는 단어가 없으니 쉽다고 생각해서 고른 책도 막상 읽어보면 어려운 이유다.


그렇다면 내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객관적인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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