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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n 27. 2019

영어원서, 어떤 책을 읽을까?

초보가 영어원서 고를 때 자주 하는 실수

영어로 책을 읽으려면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사실 이 질문에는 정해진 답이 없다. 아니, 개인에 따라 수많은 답이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개인의 기호나 영어 수준에 따라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은 달라지니까.


일단 이 글에서는 초보자가 영어 원서를 고르는 여러 가지 기준과 그에 따른 장단점을 알려드리고자 한다. 이 조언을 참고해서 자신에게 딱 알맞은 책을 첫 책으로 고르시길, 그래서 실패 없이 첫 권을 완독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초보자들이 책을 고를 때 장단점


1. 내용을 알고 있는 책


영어 실력에도 자신이 없고, 평소에 책을 자주 읽던 사람이 아니라면 덜컥 영어 원서를 골라 든다는 게 겁 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초보들은 "자신이 이미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책"을 고르려는 경향이 있다. 내용을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책의 재미도 보장이 되고, 혹시 영어가 좀 어려워도 이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동화책, 이미 한글로 읽었던 책, 디즈니 만화나 영화, 미드 등을 소설로 옮긴 책.


장점: 예상하고 있는 장점들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다. 내용을 미리 아는 만큼, 책의 재미는 보장된다. 책이 너무 지루하거나 재미없어서 읽다가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영어가 어려워서 해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도 이미 아는 내용이기 때문에 대충 때려 맞춰서(?) 이해할 수 있다.


단점: 한글로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영어로 읽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자신의 한국어 어휘력과 영어 어휘력을 생각해 보라. 번역본은 쉬웠어도 원서의 난이도는 상당히 높을 수 있다. 내용을 다 알고 있는 책이라고 해서 결단코 쉬운 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현대물 영화나 미드를 옮긴 책의 경우는 생활 회화(대화체)의 해석이 어려울 수 있다. 일상회화나 속어 같은 경우 사전에도 안 나오는 말이 있기도 하니까. 간혹 영화/미드의 대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 경우는 겉표지와 제목은 같지만 영화/미드의 내용과 상당히 동떨어진 책들도 있다.



2.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책


영어도 잘 못하니까 무조건 쉬운 책으로 시작하자고 맘먹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어떤 게 쉬운 책일까? 그걸 잘 모르니까 대개는 동화책이나 초등학생 용 도서를 고르곤 한다.


예를 들면: 안데르센 동화집, 그림 동화집, 피터팬, 보물섬 등등 어렸을 때 읽었던 고전 동화들을 주로 고른다. 아니면 "미국 초등학생 추천 도서"나 로알드 달, 닥터 수스 등 요즘 동화책이나 만화책.


장점: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는 이미 내용을 알고 있다. 영어가 어려워서 몇 장씩 건너뛰며 읽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동화들은 대개 길지 않고 짧다.


단점: 1번의 단점과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이 읽는 책이라도 우리에게는 결코 쉽지 않다. 고전 동화의 경우는 오래전에 쓰인 책이기 때문에 거기에 나오는 단어들도 고어이거나 어려운 단어가 많다. 현대물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현대물은 단어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와 문화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만화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특히나 스누피, 캘빈 & 홉스, 가필드 등의 짧은 만화들은 그 안에 숨겨진 맥락이 많아서 단어 뜻을 다 찾아본다고 해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쉬울 거라고 생각해서 고른 책이 막상 읽어보면 하나도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3. 짧은 책


길고 두꺼운 책은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짧은 책은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초보자들이 많이 도전한다.


예를 들면: 150~200 페이지 내외의 짧은 책. 오헨리 단편소설집,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셰익스피어 등의 짧은 고전. 혹은 어린 왕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등의 현대물.


장점: 글 한 편이 짧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 책 한 권을 6개월이나 1년까지 질질 끌면서 읽는 사람들에겐 빨리 읽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책 한 권을 영어로 읽었다는 성취감을 빨리 맛볼 수 있으니까.


단점: 미안하지만 짧다고 해서 쉬운 책이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온갖 어려운 단어들이 촘촘히 박혀있기도 하고, 문맥도 난해할 수 있다.
"고전"으로 소문난 좋은 책들은 요즘 책들과 문장 자체가 달라서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4. 내가 좋아하는 분야나 작가의 책


그럼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으로 읽으면 어떨까? 재미가 있다면 조금 어려워도 신이 나서 읽게 되지 않을까?


예를 들면: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공포소설을 좋아한다면 스티븐 킹, 공상과학소설이라면 당연히 마이클 크라이튼!


장점: 덕후들의 덕력을 얕잡아보면 안 된다. 자신의 수준보다 조금 어려운 책이라 할지라도 그 분야나 작가를 무척 좋아하는 덕후들이라면 사전을 뒤져가면서라도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단점: 근데 생각해 보니 난 그 정도 덕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머리 싸매면서 읽기엔 너무 어렵다. 그냥 번역본 읽으면 되지. 요새 번역도 진짜 잘 돼있는데.



5. 베스트셀러나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책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단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 남들이 좋다고 추천해 주는 책으로 시작해 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는 건 그만큼 검증이 됐다는 거니까.


예를 들면: 사피엔스, 해리 포터 시리즈 등등


장점: 읽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기가 쉽다.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쳤으므로 책의 질이나 재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 있다.


단점: 계속 같은 얘기를 해서 미안하지만,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내가 읽기에 쉬운 책이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많이 팔린 책이라는 뜻이지 사람들이 많이 읽은 책이라는 뜻이 아니다. 남들도 나처럼 사놓기만 하고 분명 읽지 않은 채 처박아뒀을 것이다.



6. 영한대역


영어로 책을 읽는 게 그렇게 어렵다면 옆에 한글로 해석이 나와 있는 책을 읽으면 될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영한대역본.


장점: 영한대역본은 한글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어려운 단어들의 뜻도 알려주고 있어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영한대역본은 짧은 책들이다.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단점: 영한대역본은 한글 해석이 나와 있기 때문에 원문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원문을 직역했느냐, 의역했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지만, 자세한 문법적/배경적 설명이 없으면 해석된 것만 보고 영어를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또한 어려운 단어들의 뜻도 알려주고 있어서 일일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게 되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책에서 알려주는 단어들은 뜻만 나와 있지 단어의 발음이나 악센트는 나와 있지 않다. 발음이 궁금하다면 어쩔 수 없이 사전을 찾아봐야 한다. 하지만 책에 이미 단어 뜻이 나와 있으니 대개는 사전을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갈 테고, 그러면 그 단어의 발음은 모른 채 지나가게 된다. (단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영어 소설 초보에게 내가 권하는 기준


그럼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하는가? 내가 권하는 기준은 200 페이지 내외(더 짧아도 좋다)의 현대물로, 모르는 단어가 많지 않은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너무 길면 읽다가 지치기 쉽다.(대개 초보자들은, 특히 혼자서 읽을 경우, 책 한 권을 끝내는 데 4~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책 한 권을 끝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려면 비교적 짧은 책이 좋다. 또한 고어나 문어체가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고전보다 현대물을 선택하는 게 좋고(현대물을 읽을 경우 회화 실력을 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왕이면 단어를 찾는 수고를 하더라도 뒷부분이 궁금해서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책이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이어야 한다. 위에 글을 읽어봐서 알겠지만, 동화책이건 단편 소설이건 간에 내가 읽어서 너무 어렵다면 책의 초반 2페이지를 넘지 못한다. 그럼 뭐가 쉬운 책인가? 짧다고 다 쉬운 책도 아니고, 어린이용 도서라고 쉬운 책도 아니고. 어떻게 내 수준에 딱 맞는 쉬운 책을 고를 수 있는 거지?


다음 편에서는 내 수준에 딱 맞는 적당히 쉬운 책 고르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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