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정호의 항해 & 은 의자 by C. S. 루이스
지난번에 다뤘던 3, 4편에 이어 이번에는 나니아 연대기 5, 6권을 한꺼번에 다뤄볼까 한다.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그래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의 전개는 충분한 재미를 준다.
펜시브네 네 남매 중 상대적으로 어린 루시와 에드문드는 방학동안 사촌 유스타스네 집에 머물게 된다. 평소에도 네 남매가 모여 속닥거리며 '나니아'라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와 모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촌 유스타스는 이 두 남매에게 여전히 쌀쌀맞게 군다. 그날도 방안에서 이렇게 티격태격하고 있던 이들은 갑자기 벽에 걸려있던 그림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다. 출렁이는 파도를 타고 항해를 하고 있는 배의 그림이었는데, 어느 순간 정말로 이들 얼굴에 바닷물이 튀고 바람이 불어닥치더니, 그림 속으로 - 그러니까 '나니아' 속으로 - 빨려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들이 얼결에 올라타게 된 '새벽 출정호'에는 나니아의 왕 캐스피언이 타고 있었는데, 그는 선조대에 실종된 걸로 알려진 일곱 명의 군주를 찾아 배를 타고 세상의 끝까지 가고 있던 중이었다. 루시와 에드문드, 그리고 사촌 유스타스는 이들과 함께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된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표지에 나와 있는 네 명은 펜시브네 네 남매가 아니다. 유스타스, 나니아의 왕 캐스피언, 루시, 에드문드, 그리고 생쥐 기사인 리치핖이다.
나니아를 처음 창조한 사자 아슬란은 펜시브네 남매에게 얘기한다. 나이가 들면 더이상 나니아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펜시브네 네 남매가 모두 나니아로 돌아가서 모험을 벌이는 건 지난 4편인 <캐스피언 왕자>가 마지막이다. 그래서인지 5편인 <새벽 출정호의 항해>에서는 셋째와 넷째인 에드문드와 루시만 나온다. 나이가 많은 맏이와 둘째, 피터와 수잔은 더이상 '나니아'로 올 수가 없는 것이다. (이 내용은 다음 편 글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지난 글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캐스피언'이라는 이름이 낯익을 것이다. 4편에 나왔던 캐스피언 왕자(그때는 삼촌이 왕위자리를 노리고 있었지만)가 5편에서는 나니아의 왕이 되어 나온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5편에서는 나니아의 땅이 나오지 않는다. 루시와 에드문드, 유스타스가 나니아에 오는 순간부터 이미 항해중인 배 위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후에도 계속 여러 섬들을 전전하면서 사라진 일곱 군주들을 찾아다닌다. 물에 닿는 모든 걸 황금으로 만들어버리는 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의 섬, 모습은 보이지 않는 목소리의 섬 등 이들은 각각의 섬에서 다양한 위험과 맞딱뜨리게 된다.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출처: 다음 영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1.
Adventures are never fun while you're having them.
원래 모험이란, 모험이 벌어지는 동안에는 하나도 재미없는 법이지.
맞다. 원래 당사자는 힘들고 죽을 맛인 거다. 옆에서 보는 사람, 편하게 스크린 너머로 혹은 책장 너머로 보는 사람만이 즐거운 법이지.
2..
One of the most cowardly things ordinary people do is to shut their eyes to facts.
평범한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비겁한 일은 바로 진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거지.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지 않아도, 높은 곳에 올라가지 않아도 내가 겁장이라는 걸 깨닫는 방법은 많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이거. 내가 진실에 눈을 감아버리는 거.
제목: 새벽 출정호의 항해
원서 제목: Voyage of the Dawn Treader
저자: C. S. 루이스 (C. S. Lewis)
옮긴이: 햇살과 나무꾼
출판사: 시공주니어
특이사항: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음
이번 편에서는 5편에서 활약했던 유스타스가 또다시 등장한다. 하지만 펜시브네 남매가 아니라, 유스타스의 학교 친구 질과 함께 나니아로 오게 된다. 아, '친구'라는 말은 어폐가 있는 것 같다. 둘은 그저 얼굴만 아는 데면데면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어쩌다보니 이 둘이 나쁜 아이들에게 쫓기게 되었는데, 황급히 열고 들어선 문이 알고보니 나니아로 이어졌던 것 뿐.
서로 친하지도 않고, 이기적이고, 지기 싫어하는 이 둘에게 사자 아슬란은 임무를 맡긴다. 사라져버린 캐스피언 왕의 아들을 찾아오라는 것. 아슬란은 이들이 잊지 않도록 꼭 명심해야 할 행동 지침들을 내려주지만, 이들은 그걸 잊어버리고 우왕좌왕하게 되는데. 거인의 성을 지나고, 땅 속 나라에까지 들어가는 일행들. 이들은 과연 사라진 왕자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니아 연대기가 판타지의 대작, 모험의 정석인 것은 맞다. 간혹 단점들이 보이긴 해도, 대단한 책이고, 재미있는 책이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5편에서는 배를 타고 바다 위에서 모험을 겪었는데, 이번에는 땅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언뜻 보기에도 위험해보이는 땅속 인간들. 과연 유스타스와 질은 무사할 수 있을까?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제목은 <은 의자 (Silver Chair)>인데, 정작 한국판에도 영어판에도 의자 그림은 없다.
1.
Crying is all right in its way while it lasts. But you have to stop sooner or later, and then you still have to decide what to do.
우는 동안에는 우는 것도 그대로 나쁘지 않아. 하지만 언젠가는 울음을 멈춰야 하고, 그러고 나면 넌 여전히 뭘해야 할 지 결정해야 하지.
운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울음을 그치고 나도 문제는 그대로 남으니까. 결국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건 울음을 그친 네가 해야 할 일이니까.
제목: 은 의자
원서 제목: Silver Chair
저자: C. S. 루이스 (C. S. Lewis)
옮긴이: 햇살과 나무꾼
출판사: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