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by 김중혁
김중혁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이동진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들으면서였다. 말도 재치 있게 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잘해서 팟캐스트를 들으며 호감을 가지게 됐다. 그러다가 그의 수필집 <뭐라도 되겠지>를 읽고는 그의 글 스타일에 반해버렸다. 역시 글도 말만큼이나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이었다. (아직 그의 소설은 읽지 못했다. 소설의 문체는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글쓰기'에 대한 그의 책을 읽게 됐다. 김중혁 작가는 '글쓰기'에 대해 어떤 충고를 해줄지 기대가 되기도 했지만, 제목도 책을 고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름하여 <무엇이든 쓰게 된다>! 정말로 이 책을 읽고 무엇이든 쓰게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읽었다.
출처: 교보문고
내용도 알차고, 책을 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건드리고 있어서 그것도 참 좋았다. 물론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실질적인 충고들도 들어 있다. 무엇이든 쓰고 싶은 사람, 영감을 얻고 싶은 사람, 글쓰기에 대한 조언을 얻고 싶은 사람, 그냥 김중혁 작가의 글이 읽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추천한다.
1.
내가 나를 들여다봐도 참으로 한심할 때가 많고(예를 들면 밤새 게임하다가 ‘이것도 다 소설 쓰는 데 도움이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든가) (p. 139)
어. 나만 그런 거 아니었구나.
2.
아마 많은 예술가들은 살리에리의 심정을 잘 알 것이다. 왜냐하면, 예술가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신의 작품을 참고 견디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찮아 보이는 자신의 작품을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이라도 더 낫게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예술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뭔가 만들어본 사람은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난 모차르트가 될 수 없는가 자문했던 적이 많을 것이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자문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평생 질투와 시기심을 견디며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p. 143)
3.
수많은 자기 계발서들은 성공하기 위해서 말을 잘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성공하길 원한다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런 대화는 없다.
우리가 대화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고, 공감하기 위해서다. 대화의 결과는 이해여야지, 성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p. 193)
'소설을 읽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비록 가공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에 공감한다. 세상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얻을 게 아무것도 없는데 도대체 왜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더 높은 연봉을 위해, 더 많은 스펙을 쌓기 위해 즉, 성공을 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건 아니다. 소설은 사람을,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읽는 거다.
4.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만약’으로 시작하는 설정이다.
…
두 번째 방법은, ‘체험’이다. (p. 219)
지금 당장 소설 꺼리가 떠올랐다. '만약...'에서 시작한 엉뚱한 아이디어!
과연 나는 소설을 완성할 수 있을까? ㅎㅎㅎ
5.
“글로 써보면 알겠지.”
작가라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이야기든 말로는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써보면 알게 된다. 뒤집어 말하면, 써보지 않고는 아무것도 단정할 수 없는 법이다. 주인공은 왜 배신을 할 수밖에 없는지, 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 어째서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는지, 써보면 알게 된다.
작가는 ‘만약’과 ‘체험’이라는 두 가지 날개를 달고 글을 쓴다. 만약이 없는 체험은 퍽퍽한 닭가슴살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고, 체험이 없는 만약은 ‘앙꼬 없는 찐빵’의 맛일 것이다. 두 마리의 토끼를 잘 구슬려 한 방향으로 몰고 갈 때 이야기의 맛이 살아난다. (p. 219)
6.
그렇지만 인간의 중얼거림은 절대 흉내 낼 수 없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들, 말했지만 말하지 않은 것들, 중얼거리지만 들리지 않는 것들, 들리지만 이해할 수 없는 말들 같은 것이야말로 인간적인 것은 아닐까. (p. 272)
7.
나는 지금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이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할 시점이고, 창작해야 할 시점이고, 서로가 만든 창작물을 들여다봐주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서로가 만든 창작물을 들여다보면서 덜 거칠게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설이든 노래든 그림이든 시든 단순한 이야기이든 상관없다. 무언가를 만들고, 결과물에 대해 서로 이야기해보면 무언가 변할 것이다. (p. 285)
8.
우리는 만드는 사람이고, 창작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세상의 그 어느 조직보다도 끈끈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인가를 만들기로 작정한, 창작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마음먹은 당신을 존중한다. 하찮다고 느껴지는 걸 만들었더라도, 생각과는 달리 어이없는 작품이 나왔더라도, 맞춤법이 몇 번 틀렸더라도, 그림 속 사물들의 비율이 엉망진창이더라도, 노래의 멜로디가 이상하더라도, 나는 그 결과물을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건투를 빈다. (p. 287)
제목: 무엇이든 쓰게 된다
저자: 김중혁
출판사: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