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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r 20. 2021

두 번 다시 못 올, 풋풋하고 애틋한 첫사랑

엘리노어 & 파크 by 레인보우 로웰

고등학생. 왕따. 아웃사이더. 첫사랑



어디에선가 얼핏 제목을 들었고, 한국인인듯한 park이라는 성에 호기심이 갔고, 표지가 너무 예뻤다. 그래서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엘레노어와 파크라는 두 명의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내레이션 하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챕터들이 번갈아 나온다. 그래서 각 캐릭터의 마음을 상세히 알 수 있고, 아마 그 점은 같은 또래들에게 큰 공감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엘레노어는 전학생이다. 전학생인 만큼 눈에 띄지 않게 다른 학생들 사이에 스며들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그녀는 남들보다 오동통했고, 풍만했고, 흩날리는 빨간 곱슬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나 헐렁하고 낡은, 마치 아저씨들이 입을 것 같은 옷들을 미스매치로 입고 다니는 것도 별 도움은 안됐다. 아이들은 그녀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파크는 한국계 혼혈이다. 한국인이 없는 시골이라 다른 친구들은 그가 중국계인지 한국계인지도 늘 헷갈려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파크는 스스로 벽을 치고 안에 들어가 앉는다. 사는 건 별로 재미없다.


그런데 새로 전학 온 빨간 머리 여학생이 스쿨버스에 올라탔다. 모두들 (새 왕따가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이는) 그녀가 자기 옆자리에 앉는 걸 거부했고, 버스기사는 출발해야 하니 빨리 앉으라고 그녀를 닦달한다. 보다 못한 파크는 자기 옆자리에 엘레노어를 앉게 한다. 아, 짜증 나.



한글 번역판 표지

출처: 교보문고

영어 제목을 그대로 옮겼다. 물론 주인공 이름이니까 그대로 옮겨도 되지만, 좀 아쉽긴 하다.





만화책, 그리고 음악


시작은 만화책이었다. 학교 가는 스쿨버스 안에서 파크는 늘 만화책을 읽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옆자리에 앉아는 있지만 말은 한마디도 안 섞었던 엘리노어가 자신의 만화를 곁눈질로 같이 읽고 있다는 걸 눈치챈다. 파크는 책장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둘은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면 아무 말도 없이 내려서 각자 교실로 간다. 하지만 파크는 전날 밤이면 다음날 버스에서 읽을 만화책을 신경 써서 미리 가방에 챙겨두기 시작했다. 집에서 다음장을 먼저 읽고 싶지만, 버스에서 읽기 위해 꾹 참기도 했다. 만화를 매개로 둘은 차차 입을 열게 된다.


그러다가 파크는 엘리노어가 어떤 가수의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 빈 테이프에 그 가수의 노래를 녹음해서 건네준다. 하지만 카세트 플레이어가 없었던 엘리노어. 둘은 버스 안에서 파크의 카세트 플레이어로 함께 노래를 듣는다.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이렇게 둘은 만화와 음악을 통해 서로 마음까지 열게 되는데...





한 책을 보는 서로 다른 시각



난 원래 10대들을 위한 책은 잘 안 읽는다. 취향이 그쪽이 아니라서. 그런데 이 책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엘리노어는 학교에서도 왕따를 당했고, 집도 가난했고, 불같은 성격의 새아빠 때문에 늘 조마조마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저 평범하고 애틋할 수 있는 둘의 첫사랑은 엘리노어의 이런 상황들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고, 스릴이 넘친다.


10대들의 단면을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보스턴 글로브 혼북 수상을 하기도 했지만, 욕설이나 왕따 등이 지나치게 직설적이라 학부모들이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출처: Goodreads

엘리노어와 파크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표지. 곱슬거리는 빨강머리와 검은 머리의 소년. 음악으로 연결된 두 사람. 둘의 풋풋한 감성마저 느껴져서 참 맘에 드는 표지다.





제목: 엘리노어 & 파크

원서 제목: Eleanor & Park

저자: 레인보우 로웰 (Rainbow Rowell)

옮긴이: 전하림 옮김

출판사: 보물창고

특징: 보스턴 글로벌 혼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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