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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May 01. 2021

내가 나를 모르는데, 타인은 어찌 알겠느냐?

타인의 해석 by 말콤 글래드웰

우리가 매일 만나는 '타인'.



우리는 기본적으로 나와 소통하는 모든 이들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만일 모든 사람이 다 거짓을 말한다고 믿는다면 사회생활은 커녕 일상생활도 해나갈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타인과 얘기하는 게 힘들기도 하다. 그 타인이 작정하고 속인다면 그걸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이 책 <타인의 해석>에서는 우리가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믿어서, 어떤 경우에는 너무 의심하고 오해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왜 타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미리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단순히 내가 어리석고 순진해서 사기를 당하거나 오해를 하는 건 아니다. 학력이나 나이, 직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타인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는 데 실패한다. 때로는 별 일 없이 넘어갈 수 있지만, 때로는 그 해석의 실패로 큰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영국 총리 체임벌린은 히틀러를 만나본 후 그는 전혀 전쟁을 일으킬 사람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만일 그가 히틀러가 전쟁을 일으킬 거라는 걸 의심했다면 이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까? 


타인의 분석을 업으로 삼는 사람도 실수를 하기도 한다.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러시아나 멕시코, 쿠바 등지에 외교관으로 나가 있는 사람들. 그들은 과연 본국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가? 혹시 회유나 유혹에 넘어가 적국의 스파이로 활약하는 것은 아닐까? 미국에서는 의심 정황이 포착된 이런 외교관들에 대해 심층 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의 심층 조사에서 절대 배신할 리 없다고 결론난 외교관이 타국에 비밀정보를 넘겼던 일도 있었다.


수많은 실험과 연구 결과들은 우리가 타인에 대해서 얼마나 쉽게 오해할 수 있는지, 그리고 때로는 그 결과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키는지 알려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출처: 교보문고

원제는 <타인에게 말하기(Talking to Strangers)>인데, 번역서 제목은 '타인의 해석'이다. 나름 괜찮은 번역인 듯. 다만 우리말 제목, 원서 제목, 저자 이름, 선전 문구, 홍보 스티커, 저자 사진 등등 뭔가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복잡해 보이는 표지다. 이 중에 뭐든 하나는 독자를 끌어당겨라, 하는 의미였을까?




타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 책은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서 타인과 대화하는 게 왜 어려운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건 무엇이고, 그로 인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알려준다. 여러 가지 사례가 나오기 때문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데, 특히 영어 오디오북으로 들을 경우 각 사례들에 실제 녹음본을 들려준다거나, 성우들이 해당 사례집을 재연해서 들려주기 때문에 마치 라디오극이나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도 들어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매일 타인을 만나고 그들과 소통을 한다. 그들은 일로 만나는 사이일 수도 있고, 어쩌다 들른 가게 점원일 수도 있고, 내가 탄 택시의 기사님일 수도 있다. 더 놔두면 위험하니 당장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치과의사일 수도 있고, 직접 키운 유기농 재료만 썼다고 말하는 음식점 주인일 수도 있다. 그 짧은 순간 우리는 그들을 판단하고 내 마음대로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진실을 말하는지 우리를 속이는 건지, 우리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다. 타인은 그런 존재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다. '나'를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나'라는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타인'도 마찬가지다. 그가 내 앞에서 보이는 행동, 표정, 말투 등으로 그 사람의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 저 사람이 어색한 표정을 짓는 게 거짓말이 서툴러서인지, 원래 낯을 가리는 사람이어서인지, 아니면 조금 전에 전 부인과 한바탕 싸워서 기분이 안 좋아서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타인을 무턱대고 믿을 수도 없지만, 또한 무턱대고 의심만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 책이 거기에 명확한 해답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미약하나마 실마리는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타인과 접촉이 잦은 사람, 사회생활을 앞둔(그래서 타인을 만날 일이 더 많아진) 직장 초년생이나 대학 신입생 등에게 특히 더 유용할 듯싶다.




출처: 교보문고

영어 원서 표지. 흰색 바탕에 말풍선 그림을 중앙에 놓아서 깔끔한 표지가 완성됐다.





제목: 타인의 해석

원서 제목: Talking to Strangers

저자: 말콤 글래드웰 (Malcolm Gladwell)

옮긴이: 유강은 옮김

출판사: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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