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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ul 31. 2021

세상의 구원자 멜라니. 한데, 그것은 누구의 세상인가?

멜라니: 구원의 소녀 - by M. R. 캐리

이상한 학교, 이상한 아이들


영국 교외의 한 건물. 초등학생 나이의 아이들이 교실에 모여 수업을 듣고 있지만, 이곳은 학교가 아니다.

이들은 모여 먹고 자고 살지만, 여기는 기숙사가 아니다.

이들은 모두 부모가 없지만, 여기는 고아원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수업이 끝나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독방으로 돌아가면, 방 밖에서 문을 잠근다. 아이들은 다음날 아침 밖에서 문을 열어줄 때까지 밖으로 나올 수 없다.

아이들은 혼자서 걸을 수 있지만, 자신의 방과 교실 사이를 오갈 때면 언제나 휠체어를 탄다. 두 발에 족쇄를 채우고, 양 손은 휠체어의 팔걸이에 하나씩 묶는다. 목도 돌리지 못하게 의자에 사슬로 묶어둔다.

군인 한 명이 이들을 휠체어에 사슬로 묶을 동안 나머지 군인 한 명은 총을 겨누고 있다.


사실 이 아이들은 잠재적 좀비들이다.



세상에 다가온 종말


처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책을 읽을 때는 무척 놀랐었다. 도대체 아이들을 - 그것도 겉보기에는 너무나 똑똑하고 생기발랄한 평범한 아이들을 - 왜 이렇게 가둬놓는 것인가 하고. 

이 책 속 세상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좀비가 창궐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식물에서 나온 곰팡이균이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이 좀비로 변해 서로를 물어뜯고 죽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좀비이면서도 좀비가 아닌 아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일반 좀비와 달리 생각을 하고, 배우고, 감정을 느낀다. 몸속에 침투한 좀비 바이러스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발현하지 않고 억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군과 정부는 이 아이들을 연구하기로 마음먹는다. 어쩌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체를 발견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좀비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만 않았을 뿐, 이 아이들도 잠재적 좀비. 그래서 이들을 이렇게 묶어두고 가두어 놓았던 것이다.



출처: 교보문고

영어 원서 표지와 한글 번역판 표지가 같다. 표지의 소녀가 이 책의 주인공인 멜라니이다. 좀비 아이들 중 가장 똑똑하고,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




멜라니, 그녀는 구원의 소녀인가?


이 책은 좀비 아이들 중 한 명인 멜라니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 똑똑하고 감정이 풍부한 멜라니에게 감정 이입을 하게 되고, 아무리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라지만 이 소녀를 실험용 쥐처럼 이용하려는 과학자들에게 반감을 가지게 된다.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절체절명의 순간, 밖에서 떠돌던 좀비 무리들과 '정커스(Junkers)'(좀비가 아닌 인간이지만, 이 혼란을 틈타 살인과 방화, 강도를 일삼는 무리들)들이 군기지를 공격해 들어왔다.


달려드는 좀비와 정커스들을 피해 무사히 런던에 있는 군 본부까지 갈 수 있을까? 과학자들과 군인들은 잠재적 좀비인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탈출할 수 있을까? 갑작스레 좀비의 존재와 마주친 이 아이들은 자신들을 '인간'이라고 생각할까, '좀비'라고 생각할까?



오락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책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좀비'와 '어린아이'를 엮어서 다소 철학적인 질문도 던지고 있지만, 그 외에도 이 책은 액션과 스릴, 공포를 적절히 버무려 오락용으로 읽기에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 오락용으로 읽어도, 그 속에 담긴 깊은 함의를 생각하며 읽어도 좋을 책이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나는 이 소설의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동의하지 못한다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이 소설이 이런 식으로 끝날 줄 몰랐다. 말도 안 되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밤,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책의 결말이 떠올랐다. 내가 예상한 결말보다 책 속의 결말이 더 나은 것이었을까? 결국에는 그게 옮은 결정이었을까? 멜라니는, 한국 번역판 제목처럼 '구원의 소녀'인 걸까? 영화 한국판 제목처럼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인 걸까? 진짜로?


결말의 호불호를 떠나 독자를 잠 못 자고 뒤척이게 만들었으니, 성공적인 결말인 것 같기도 하다.



출처: 다음 영화

2016년에 <멜라니: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좀비 영화인만큼 화면에 피칠갑은 기본이다.




제목: 멜라니: 구원의 소녀

원서 제목: The Girl with All the Gifts

저자: M. R. 캐리 (M. R. Carey)

옮긴이: 박나리 옮김

출판사: 은행나무

특징: 2016년에 <멜라니: 인류의 마지막 희망인 소녀>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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