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이삭금 Oct 02. 2021

생존이 게임이 되는 세상

헝거 게임 by 수잔 콜린스

희망적이지 않은 미래


이 책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끔찍한 재앙과 전쟁으로 초토화가 되어버린 북미. 그 모든 걸 딛고 다시 나라가 재건됐지만, 재건된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력과 강압으로 사람들을 억압했고, 반란을 일으키는 구역은 본보기 삼아 완전히 짓밟아 버렸다. 수도인 캐피톨에는 먹을 게 넘쳐나고, 사람들이 요상한 화장과 패션으로 온몸을 치장하고 다니지만, 주인공 캣니스가 사는 12구역엔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도 나온다.


화려하게 사치하며 잔인한 스포츠 경기를 즐겼던 로마인들처럼, 캐피톨 사람들도 ‘헝거 게임’을 즐긴다. 각 구역에서 십 대 남녀 청소년을 각각 한 명씩 뽑아, 이들 24명이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게임이다. 목숨을 걸고. 마지막에 살아남은 한 명에게는 (그리고 그가 속한 구역에는) 온갖 부와 명예가 쏟아지지만, 나머지 23명은 죽어야만 하는 게임. 그리고 이 게임은 온 나라에 생중계된다.



출처: 교보문고

번역서와 원서 표지가 같아서 번역서만 가지고 왔다.



그저 동생을 살리고 싶었을 뿐, 그저 자신이 살고 싶었을 뿐.


캣니스가 살고 있는 12구역에서, 하필 아직 어린 12살 여동생 프림이 이번 헝거 게임 참여자로 뽑히게 된다. 저 어린 동생이 가게 되면 바로 죽을 게 불을 보듯 뻔한 일. 캣니스는 동생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대신 참가하겠다고 나선다.


그녀의 목표는 오직 그거였다. 동생을 살리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헝거 게임에서 살아남는 것. 그런데 빈민가나 다름없는 12구역을 떠나 블링블링한 캐피톨에 도착하고 헝거 게임을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이 나라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자신들의 목숨을 건 싸움과 죽음을 생방으로 지켜보며 후원하고, 웃고 떠들고, 손뼉 치는 그들에게,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헝거 게임을 지휘하고 있는 저 높은 분들에게, 시원하게 한 방 먹이고 싶어졌다.



출처: 다음 영화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호불호


이 시리즈는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책은 물론이거니와 영화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사람에 따라서 책이나 영화를 더 선호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청소년들이라면 다들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책에 더 자세한 설명이 나와있기 때문에 영화보다는 책이 더 좋았다. 하지만 책이 재미있었느냐고 묻는다면, 글쎄.


일단은 주인공인 캣니스가 굉장히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이고, 투덜거리는 모습으로 묘사가 되기 때문에 읽는 게 짜증이 났다. (뭐, 이해는 간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야 하는데, 이제는 헝거 게임에 나가서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니. 낙천적이거나 명랑한 모습은 보이기 힘들 거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별로 맘에 드는 주인공은 아니었다.)


그리고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콜로세움에 있는 글래디에이터들도 아니고, 십 대 청소년들을 사지로 몰아넣고 그걸 생중계로 보며 즐긴다는 설정도 짜증이 났다.

내가 늙은 거겠지. ㅠ.ㅠ


그러고 보니 요새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이라는 <오징어 게임>도 목숨을 건 서바이벌 게임이라지. 이런 류의 책/영화/드라마가 트렌드이긴 한가 보다. 내 개인적 취향엔 안 맞지만.






나를 깨우는 말들


1.

He tells of the history of Panem, the country that rose up out of the ashes of a place that was once called North America. (p. 18)

그는 판엠의 역사를 말한다. 한때 북 아메리카라 불리던 곳에서, 잿더미 속에서 일어난 나라.


그저 가상의 디스토피아일 거라고 생각했다가, 이 부분을 읽고 깜짝 놀랐다. 폐허가 된 후 다시 만들어진, 먼 미래의 북미였구나.



2.

모두를 죽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헝거 게임, 단 한 명만 살아남는 헝거 게임.

거기에 여동생 프림이 뽑혀버렸다. 주인공 캣니스는 동생을 대신해서 자신이 가겠다고 자청해서 나섰는데.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용감히 나선 그녀를 위해, 그리고 이 말도 안 되는 행사인 ‘헝거 게임’에 이의를 표하기 위해, 시민들이 어떤 행동을 보인다.


So instead of acknowledging applause, I stand there unmoving while they take part in the boldest form of dissent they can manage. Silence. Which says we do not agree. We do not condone. All of this is wrong.
Then something unexpected happens. At least, I don’t expect it because I don’t think of District 12 as a place that cares about me. But a shift has occurred since I stepped up to take Prim’s place, and now it seems I have become someone precious. At first one, then another, then almost every member of the crowd touches the three middle fingers of their left hand to their lips and holds it out to me. It is an old and rarely used gesture of our district, occasionally seen at funerals. It means thanks, it means admiration, it means good-bye to someone you love. (p. 24)

그래서 박수 대신에, 그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용감한 형태의 반대를 하는 동안 나는 꼼짝도 않고 그곳에 서 있었다. 침묵. 침묵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용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모든 게 다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난다. 적어도 나는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12구역 사람들이 날 아낀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프림을 대신해서 나선 순간부터 어떤 변화가 감지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 듯했다.
처음에는 한 명이, 그리고 또 한 명이, 그러다가 거의 모든 군중이, 왼손 가운데 세 손가락을 자신들의 입술에 대었다가 나를 향해 들어 보였다. 그건 가끔 장례식에서 볼 수 있는, 우리 구역에서는 오래된, 가끔 사용되는 제스처였다. 그건 고맙다는 뜻이다. 그건 존경한다는 뜻이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한다는 뜻이다.



3.

헝거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먹을 것도 자급자족해야 한다. 캐피톨에서 제공하는 음식이 있지만, 그 음식을 차지하려면 서로 말 그대로 피 터지게 싸워야 한다.

캣니스는 자신의 활쏘기 기술을 활용해서 동물을 사냥하며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니는데.

먹을 게 온통 넘쳐나던 캐피톨의 사람들이 떠올랐다.


What must it be like, I wonder, to live in a world where food appears at the press of a button? How would I spend the hours I now commit to combing the woods for sustenance if it were so easy to come by? What do they do all day, these people in the Capitol, besides decorating their bodies and waiting around for a new shipment of tributes to roll in and die for their entertainment? (p. 65)

나는 궁금했다. 버튼만 누르면 먹을 게 나타나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어떨까? 음식을 구하는 게 아주 쉽다면, 내가 지금 먹을 것을 구하느라 숲 속을 헤매고 다니는 이 시간들을 나는 어떻게 보내게 될까? 캐피톨에 사는 이 사람들은 몸치장하고, 그들의 오락을 위해 죽어나갈 조공인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것 외에, 하루 종일 뭘 할까?


음식을 구하느라 온종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앱 버튼 (혹은 전화기 버튼) 하나만 누르면 먹을 게 나타나는 세상에 사는 우리는. 하루 종일 뭘 하며 사는 걸까?





제목: 헝거 게임

원서 제목: The Hunger Games

저자: 수잔 콜린스 (Suzanne Collins)

옮긴이: 이원열 옮김

출판사: 북폴리오

특징: 헝거 게임 시리즈 중 1편.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한글 해석은 이원열 님의 번역이 아니라 제가 원서를 읽고 해석한 것입니다. 한글 출판본과는 번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을 감아라, 살고 싶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