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시스터즈 키퍼 by 조디 피코
모든 아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자신이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궁금해한다. 느닷없이 자기가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을 던져 부모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하고,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보기도 하며, 친구들과 서로 아는 바를 비교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안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왜 태어났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안나의 언니 케이트는 2, 3살 무렵 급성 전골수세포성 백혈병 진단을 받는다. 케이트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골수 이식 기증자를 알아봤지만, 매치가 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가족일 경우 그 확률이 높아지기에 온 가족이 (엄마와 아빠, 당시 5살이던 케이트의 오빠 제시까지) 모두 검사를 해봤지만 매치가 되는 사람은 없었다.
엄마는 결심한다. 그럼, 매치가 되는 아기를, 동생을, 낳으면 되지 않을까. 이왕 셋째를 가질 거라면. 이왕이면. 언니와 모든 수치가 매치되어, 언니를 구해줄 동생을 갖는 게 낫지 않을까.
안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여러 수정란 중에, 검사를 통해 케이트와 완벽한 매치가 되는 수정란으로 골라서.
출처: 교보문고
번역본 표지. 책 제목이 원서 제목을 해석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옮긴 것이기 때문에,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여기에 표지도 별로 도움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출판사에서 어련히 알아서 고민했겠지만, 그래도 제목이나 표지가 조금 아쉬운 건 사실이다.
어느덧 안나도 13살이 되었다. 그동안 그녀는 언니를 위해 제대혈, 림프 세포, 줄기 세포, 골수 등등 많은 것을 제공해왔다. 언니의 병이 호전되다가 다시 재발하면, 언제고 안나는 언니와 함께 병원에 입원을 해야 했다.
이제 16살이 된 케이트는 신장에 무리가 왔고, 곧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안나의 신장을.
안나는 광고에서 본 한 변호사를 찾아간다. 자신의 목걸이를 저당 잡힌 돈으로 수임료를 마련해서. 그리고 변호사에게 말한다. “우리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내 몸에 대한 권리는 내게 있으니까요.”
느닷없이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언니에게 신장을 주지 않겠다는 안나. 그녀를 보며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다. 네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언니가 죽잖니!
이들의 삶은 모두 조금씩 핀트가 엇나가 있다. 그들의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언니를 살리기 위한 도구? 가족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고, 동생의 삶을 방해하면서까지 어떻게든 목숨만 연장하는 것? ‘엄마’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끝까지 딸의 목숨을 포기하지 않는 것? 어느 편도 들어줄 수 없어서 묵묵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 이런 가정이 숨 막혀서, 숨이라도 쉬기 위해 자발적 문제아가 되는 것?
출처: 교보문고
원서 표지. 그러고 보니 원서 표지도 딱히 맘에 들지는 않는다. 제목이나 표지를 구상하기에 어려운 책인 것 같긴 하다.
처음에 나오는 화자가 안나이기 때문에 그녀에게 더 몰입을 하게 되고, 따라서 엄마보다는 안나에게 더 마음이 간다. 하지만 어느 엄마가 자기 딸을 그저 언니를 살리는 도구로만 이용하고 싶겠나. 책을 읽다 보면, 그리고 각 가족 구성원의 입장이 차차 풀리게 되면 그들 모두의 입장이 다 이해가 간다. 선뜻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기 쉽지 않은 상황.
이 소설은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영화의 결말과 책의 결말이 다르다. 영화와 책을 모두 보고 어떤 결말이 덜 괴로울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결말이 더 잔인한 것 같다.
아니, 그냥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 자체가 잔인하다.
읽는 내내 내가 안나라면, 내가 케이트라면, 내가 저 엄마라면, 과연 어떻게 할까, 고민하게 만드는 책. ‘산다는 것’과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출처: 다음 영화
1.
I’m an allogeneic donor—a perfect sibling match. When Kate needs leukocytes or stem cells or bone marrow to fool her body into thinking it’s healthy, I’m the one who provides them. Nearly every time Kate’s hospitalized, I wind up there, too. (p. 10)
나는 동종 기증자다. 완벽한 형제 매치. 케이트가 건강해지기 위해 백혈구나 줄기 세포, 또는 골수가 필요하면 그걸 기증해주는 사람이 바로 나다. 케이트가 병원에 입원할 때면 거의 항상, 나도 병원에 입원해있다.
2.
“The first time I gave something to my sister, it was cord blood, and I was a newborn. She has leukemia—APL—and my cells put her into remission. The next time she relapsed, I was five and I had lymphocytes drawn from me, three times over, because the doctors never seemed to get enough of them the first time around. When that stopped working, they took bone marrow for a transplant. When Kate got infections, I had to donate granulocytes. When she relapsed again, I had to donate peripheral blood stem cells.” (p. 21).
“내가 처음으로 언니한테 기증한 건 제대혈이었고, 난 갓난아기였죠. 언니는 백혈병을 앓고 있는데, 내 세포들이 언니의 병세를 진정시켰거든요. 그다음 언니의 병이 재발했을 때 난 다섯 살이었고, 나는 림프 세포를 기증했어요. 의사들이 처음에 뽑았던 양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세 번이나 림프 세포를 뽑아야 했어요. 그게 효과가 없어지자 이번에는 이식을 하기 위해 내 골수를 뽑았어요. 언니가 감염됐을 때는 내 과립성 백혈구를 기증해야 했죠. 언니의 병이 또다시 재발했을 때 나는 말초 혈액 조혈모 세포를 기증해야 했어요.”
3.
An heir and a spare: this was a custom that went back to my ancestors in England. It sounded callous—having a subsequent child just in case the first one happens to die—yet it had been eminently practical once. Being an afterthought might not sit well with this kid, but the truth is that children are conceived for less than admirable reasons every single day: to glue a bad marriage together; to keep the family name alive; to mold in a parent’s own image. (p. 22).
상속인과 예비인. 이건 영국에 있는 내 선조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풍습이다. 첫째가 죽을 것을 대비해서 둘째를 갖는다는 게 무정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그건 한때 굉장히 실용적이었다. 여분으로 태어났다는 건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긴 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 이유로 매일 수태된다. 삐걱거리는 결혼 생활을 이어 주기 위해, 가문의 이름을 이어가기 위해, 부모님이 그리는 상에 맞게 길러지기 위해.
4.
안나가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더 이상 언니 케이트에게 신체 일부를 기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그리고 소송까지 걸자), 엄마는 안나를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런데 아빠인 브라이언은 아내의 편도, 딸의 편도 들어줄 수가 없다. 두 사람 입장을 모두 이해하니까.
“For God’s sake, Brian . . . whose side are you on?”
And my father: “Who said there were sides?”
But even I could answer that for him. There are always sides. There is always a winner, and a loser. For every person who gets, there’s someone who must give.(p. 58).
“맙소사, 여보. 당신은 누구 편이야?”
아빠: “여기에 무슨 편이 있어?”
하지만 그 답은 나도 알고 있다. 항상 편이 있다. 언제나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 무언가를 얻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걸 주는 사람이 있다.
5.
백혈구가 됐건, 골수가 됐건 케이트에게 기증을 하기 위해서는, 둘째 안나에게 주사를 꼽아야 한다. 주사 바늘이 무섭고 아프다며 울어대는 안나를 혼내던 엄마. 그러다가 문득 현실을 깨닫는데.
“Stop acting like a five-year-old,” I accuse, and then I remember that’s exactly what she is. (p. 172)
“다섯 살 꼬마처럼 굴지 마.” 나는 애를 혼냈다. 그리고는 이내 아이가 진짜로 다섯 살이라는 게 떠올랐다.
큰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둘째에게 주사 바늘을 꼽아야 한다. 주사 맞기 싫다며 우는 다섯 살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의 마음은 어떨까?
6.
“You are allowed to take a break, you know. No one has to be a martyr twenty-four/seven.”
But I hear her wrong. “I think once you sign on to be a mother, that’s the only shift they offer.”
“I said martyr,” Zanne laughs. “Not mother.”
I smile a little. “Is there a difference?”(pp. 174-175).
“쉴 때도 있어야죠. 누구도 24시간, 일주일 내내 희생만 할 순 없어요.”
하지만 그건 틀렸다. “일단 엄마가 되기로 하면 24시간, 일주일 내내 엄마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제 말은 ‘희생’이요.” 잰느가 웃었다. “엄마를 말한 게 아니에요.”
난 미소 지었다. “그 둘이 다른 말이었나요?”
특징: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