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
Art is long, life is short.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의술의 길은 먼데 인생은 짧도다.
- 히포크라테스가 남긴 잠언집의 첫 문장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허위 사실 유포'라는 표현은 '허위'가 정반대 뜻인 '사실'을 꾸미고 있으므로 '거짓 유포'라고 고쳐 써야 옳다. (p. 216)
음악에 도무지 소질이 없고 음악 지식도 별로 없는 나는 이 책을 준비하기 전까지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적>이 말을 탄 도적 떼인 줄 알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을 읽어 본 일이 없는 나는 도서관 서가에서 <사자들>이 보일 때마다 사자처럼 용맹한 투사들을 떠올렸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를 여적 읽어 보지 않았는데 그 뜻을 알기 전에는 신통방통한 영웅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 다 같은 한국어인데 왜 이리 어려운가. 독자가 헷갈릴 수 있는 여지를 번역자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p. 163)
외국 사람 이름을 한글로 표기하면서 습관처럼 괄호를 열고 원어를 병기하는 번역자들이 있는데 대부분 지면 낭비다. 독자가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p. 377)
좋은 대본을 고르는 일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라.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p. 25)
맥락상 뭔가 부자연스럽거나 미심쩍을 때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자료를 찾아보는 성실함만 갖추면 된다. (p. 94)
노련한 궁사들은 바람이 세게 불면 표적지에 조준을 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각자 터득한 오조준을 한다. 엉뚱한 곳을 향해 쏘는 것 같지만 과녁에 명중시킨다. 번역자에게도 오조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일부러 오역을 감수하거나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균형이 깨진 표현을 쓴다. 모두 의사소통을 잘하려는 한결같은 목적 때문이다. (p. 165)
빼도 문장 뜻에 지장이 없으면 빼는 게 맞다.
...
원문이 그렇다 하여 번역문에서 기계적으로 따를 필요가 없다. (p. 347)
맥락과 어감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원문을 곧이곧대로 옮길 게 아니라 약간 다듬어도 괜찮다. (p. 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