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예언자 3: 오드 토머스와 악의 수도원>
이 책은 <Odd Thomas> 시리즈 중 3편이다. 1편과 2편에 대한 독후감은 아래 링크에 있다.
원제: Brother Odd
저자: Dean Koontz (딘 쿤츠)
한국어판 제목: 살인 예언자 3: 오드 토머스와 악의 수도원
특이사항: <Odd Thomas> 시리즈 중 3편.
원서 난이도: 중 (중상)
엄청난 재난이 몰려온다. 허리케인도 아니다. 화산도 아니다.
자연재해보다 더 무서운, 이곳엔 사람이 있다.
주인공 오드(Odd)는 작은 가게에서 팬케이크와 프라이를 만드는 스물 한 살 청년이다. 오드에게는 남다른 재능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죽은 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재난의 현장에 나타난 다는 그림자 같은 존재 ‘바다흐(bodach)’도 오직 그의 눈에만 보인다.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흐’는 살육과 죽음의 향연을 즐기는 초자연적인 존재다. (바다흐 자체가 사람에게 해를 끼치거나 사람을 죽이지는 못한다. 다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를 즐길 뿐.) ‘바다흐’가 보인다는 건 그곳에서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곧 잔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란 뜻이다.
1편 <Odd Thomas>와 2편 <Forever Odd>에서 활약했던 오드가 이번에는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1, 2편의 모험을 겪으며 혼란스러워진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깊은 산 중에 자리한 외딴 수도원에 들어간 것이다. 이곳에는 수도원과 수녀원 외에도, 수녀들이 돌보는 정신지체아와 신체장애아들 수십 명이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오드는 이 아이들이 머무는 방에서 ‘바다흐’를 보게 된다. 처음엔 하나. 그리고 셋. 곧이어 일곱.
설상가상으로 밖에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눈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외부와의 전화도 끊겼다. ‘바다흐’가 보인다는 건 아마도 몇 시간 안에, 길어야 하루 이내에 엄청난 죽음의 광풍이 몰아친다는 의미다. 그건 지진일까? 폭발일까? 어느 미치광이 살인마가 이 눈보라를 뚫고 수도원까지 들어오게 되는 걸까? 오드는어서 빨리 이 재난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과연 제 시간 안에 알아낼 수 있을까. 그 재난을 막을 수 있을까. 엄청난 눈보라 속에서 자기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수십 명의 이 장애아들을 무사히 지킬 수 있을까.
책은 참 흥미진진하고, 마지막까지 긴장감도 높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영어로 읽느라 모르는 단어 찾는 게 좀 귀찮았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읽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특히,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작가의 은근한 위트 때문이다. 낄낄거리게 웃긴 건 아닌데, 은근히 미소 짓게 만드는 위트가 상당하다.
또한 주인공 오드도 굉장히 매력적이다. 일반적인 주인공과는 거리가 먼데, 그만의 매력이 있다. 싸움을 잘한다거나 근육질도 아니고, 총싸움을 잘 하는 것도 아니다. 터프한 마초남도 아니고, 언변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어떨 때는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고지식하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머와 위트는 넘친다. 정말로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청년이다.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처럼
무지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말들.
1.
Here we have no tornadoes, no hurricanes, no active volcanoes, no killer bees.
We do have something more dangerous than all those things. We have people. (p. 24)
여기엔 토네이도도 없고, 허리케인도 없고, 활화산이나 벌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게 있다. 여기엔 사람이 있다.
(‘바다흐’를 본 후 오드가 앞으로 일어날 재난의 원인이 뭘까 추리하고 있는 중이다.)
2.
“When you laugh at yourself, you gain perspective. Then you realize that the mistakes you made, as long as they didn’t hurt anyone but yourself – well, you can forgive yourself for those.”
After thinking about that for a moment, he gave me one thumb up as a sign of agreement. (p. 239)
“스스로를 비웃게 되면,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요. 그러면 내가 어떤 실수를 했건 간에, 그 실수가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거라면, 오직 나만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라면,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거든요.”
그는 내가 한 얘기를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내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3.
“... After reading a twenty-page report on you, Mr. Thomas, I thought I knew everything about you, but as it turns out, I knew little of importance. By that, I do not mean only your... gift. I mean I did not know the kind of man you are.” (p. 298)
“토머스씨, 당신에 대해 적힌 스무 장 짜리 보고서를 읽고 나서 난 당신에 대해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했어요. 헌데, 이제 보니 정작 중요한 건 하나도 몰랐더군요. 이 말은 당신의.. 그 특별한 능력에 대해 하는 말이 아닙니다. 내 말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는 겁니다.”
(오드 토머스에 대해 스무 장 짜리 보고서를 읽었는데도, 정작 중요한 건 몰랐다고 고백하는 남자(이 남자가 누군지는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밝히지 않겠다). 이 사람이 말하는 건 오드가 귀신을 보고, 재난을 예측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오드가 얼마나 순수하고 고귀한 사람인지를 몰랐다는 의미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서 나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알고 있는 그의 한 단편이 전부인양 오버하면서.
* 여기에 있는 한글 해석은 직접 번역한 것이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