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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Oct 10. 2024

부모는 처음입니다만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 버렸다>

제목: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 버렸다

원서 제목: Things my son needs to know about the world.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Fredrik Backman)





출처: 교보문고


원래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제목이다. 가족과 자식에 대한 그렇고 그런 에세이 같아서. 하지만 저자인 프레드릭 배크만의 책들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도 읽게 됐다. 그의 이전 책 <오베라는 남자><베어타운>은 유머러스하면서도 그 안에 감동과 교훈을 잘 버무린 책이었다. 그러면서도 깊이가 있는. 한마디로 정말 다루기 힘든 재료를 최상의 배합으로 섞어 요리를 만든 셈이다.


너무 기대를 한 걸까. 이 책은 거기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다. 물론 이건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니까 조금 다를 수는 있겠지만.


아, 물론 책은 참 좋다. 다만 재료의 배합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단맛이 조금 강해서 그럴 뿐.

다른 책들보다 유독 '유머'가 더 툭툭 튀어나온다. 에세이이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쓰려고 한 것일 수도 있지만, 재미가 너무 강조되면 진실성이 옅어지는 느낌이 있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취향이다.


전에 읽었던 데이비드 세다리스의 에세이 Me talk pretty one day도 지나치게 유머가 많아서 읽기 힘들었다. 세상 모든 것을 희화화하니 오히려 거부감이 든달까. 어쩌면 그 여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100% 내 취향에 맞지는 않았어도 책은 좋았다.

그냥 내 취향이 너무 까다로운 걸지도.


가족과 자식에 대한 평범한 에세이지만 재미있게 읽다 보면 가슴 뭉클해지거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 온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출처: 교보문고





내가 사랑한 문장들


1.

Every other generation of parents could just say they “didn’t know.” That’s what our parents do.



But my generation knows, OKAY? We know EVERYTHING! So if anything goes sideways with your childhood, I’ll be held responsible. (p. 8-9)


다른 세대 부모들은 그저 "우린 몰랐어" 하고 발뺌할 수 있어. 우리 부모님도 그랬으니까.

...

하지만 우리 세대는 다르다고, 알겠니? 우리는 모든 걸 다 아는 세대라고! 그러니까 혹시라도 아이들에게 뭔가 잘못이 생기면 그건 순전히 내 탓이 되는 거라고.


요새는 정보가 넘쳐난다. 어떻게 해야 건강하고 올바르며 행복하게 잘 키울 수 있는지 온갖 조언이 넘쳐난다. 그런데도 애한테 문제가 생긴다고? 그건 부모탓이지, 아무렴! (사실은 아니지만, 일부 사람들과 부모 자신이 저렇게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공포 아닐까.

모든 게 순전히, 온전히 내 탓인데. 책임을 져야 하는 게 다름 아닌 소중한 내 아이의 인생이라니.

이렇게 두렵고 무서울 데가!


2.

It’s okay to be an idiot while you’re a teenager. It’s a teenager’s job. (p. 23)
십 대일 때는 좀 바보 같아도 괜찮아. 원래 십 대는 그런 거야.


정작 십 대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3.

Because one day I’ll look away for two seconds and when I turn around again you’ll be all grown up. (p. 27)


왜냐하면 언젠가 내가 그저 눈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돌아보면 넌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을 테니까.


진짜야. 눈 한 번 깜빡했을 뿐인데.


4.

You get home and you sit and watch your child sleep and wonder exactly who’s meant to take responsibility for this now. Because it can’t possibly be us. I drink juice straight from the carton and your mother never puts the DVDs back in the case. We’re not cut out for this kind of thing. (p. 60).


집에 돌아와 앉아서 아이가 자고 있는 모습을 지그시 보다 보면 도대체 이 아이를 어느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단 말인가 현타가 오기도 한다. 설마 그게 우리 부부일 리는 없잖아. 나는 주스를 컵에 안 따르고 병에 입 대고 마시는 사람이라고. 네 엄마는 DVD를 꺼내서 보고 나면 제 케이스에 다시 끼워 넣는 법이 없어. 우리는 이런 큰 책임을 질 만한 역량이 없는 사람들이라니까.


이것 역시 모든 부모가 하는 생각 아닐까.

나 같은 사람이 애를 키운다고?

내 인생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서 허덕이는데, 내가 애를 키운다고?


5.

I want you to always remember that you can become whatever you want to become, but that’s nowhere near as important as knowing that you can be exactly who you are. (p. 81).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될 수 있어.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네 모습을 받아들여도 된다는 걸 아는 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해.


6.

I think of you a bit like I think of the T. rex in Jurassic Park.

At five thirty in the morning, when you’re staring at me, I know only one thing.

The tiniest. Little. Movement. And it’s all over. (p. 99)


가끔은 네가 영화 <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티렉스 공룡 같다고 생각해.

아침 5시 반에 네가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면 내 머릿속에는 오직 이 생각뿐이야.

조금만. 까딱. 움직여도.

모든 게 끝난다.


어린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다들 동감할 부분이다.

잠에서 안 깬 척 실눈을 뜨고는 속으로 '다시 자라, 다시 자라. 너는 졸리다. 졸리다.' 아이에게 주문을 걸다가.

결국 내가 깼다는 걸 아이가 눈치채는 순간...

그게 몇 시가 됐건, 그날이 일요일이건 휴일이건 상관없이.

하루가 시작되는 거다.


7.

I hope you’ll realize that the brave person isn’t the one who starts a fight even though he doesn’t know whether he’ll win or lose. The brave person is the one who knows he would win and still holds back. (pp. 141-142)


자기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는데도 싸움을 시작하는 게 용기가 아니라는 걸 네가 알았으면 좋겠어. 진정으로 용감한 사람은 자기가 이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싸움을 참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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