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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Dec 13. 2024

신발장

정 옥 임

신발장


                                        정 옥 임



신발 정리를 하려고 신발장 문을 연다

남편 신발이 눈앞에 하나 둘 셋


많이 신었던 신발

한 번도 신지 않은 신발

사위가 사 준 신발

아깝다고 신어 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

이제는 주인이 없는 신발


아껴도 소용이 없는데

그렇게 아끼고 아껴둔 신발을

이제 모두 치워야 한다


신발들을 봉투에 하나씩 담으려니

나를 두고 먼저 가버린 남편이 생각난다


그립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저승이 있다면 만날 수 있을까

나중에 만나면

옛날에는 싸우기도 하고 사랑도 했었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오늘은 조금 보고 싶다

사랑하는 내 남편

살아서는 한 번도 말해 보지 못하고

아껴 뒀던 말


사랑했다고

여보야, 사랑했다고

여보라고도 이제야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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