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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는 날

정 옥 임

by 불이삭금

김장하는 날


정 옥 임



오늘은 당신 떠난 지 석 달이 되는 날

김장을 했어


무와 파를 썰고 갓도 넣고

온갖 양념을 섞어 간을 보려는데

간을 봐줄 사람이 없네


나 혼자는 짠지 싱거운지 몰라


옛날에는 당신하고 나하고 둘이서

간을 맞췄는데

지금은 맛이 있는지 없는지

얘기할 사람이 없어


그래도 당신은 내가 해주는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그랬지


오늘따라 사무치게 생각나는 당신

맛있는 것을 먹을 때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나

늘 당신 생각


오늘따라 당신이 너무 보고 싶다


좋은 옷 한번 입어 보지 못하고

자기 몸이나 입에 들어갈 돈은

모두 사치라고 하던

당신이 너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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