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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여행

The Secret Life of Bees

by 불이삭금

원서 제목: The Secret Life of Bees

저자: Sue Monk Kidd (수 몽 키드)

한국어판 제목: 벌들의 비밀생활

특이사항: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100주 이상 올라왔었다. 다코타 패닝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어 원서 난이도:



009.jpg 한국어판 <벌들의 비밀 생활> 표지


배경은 1964년 미국 남부, 아직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난무하던 시기다. 흑인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고, 투표인단 서명을 실시하기로 하지만 미국 전역에서는 투표인 서명을 하러 가는 흑인들을 공공연히 테러하는 일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었다.


14살 된 백인 소녀 릴리는 어려서 엄마를 여의고, 가부장적이며 권위적인 아빠 밑에서 홀로 쓸쓸히 자라 왔다. 집안일을 돌봐주는 흑인 로잘린이 가장 엄마 같고, 친구 같은 존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지고 만다. 투표인 서명을 하러 가던 로잘린이 백인들과 시비에 휘말려 경찰 유치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시비가 붙었던 백인들은 유치장까지 쫒아 와서 로잘린을 폭행하고, 로잘린은 흑인 병동에서 치료를 받게 된다. 릴리는 아빠로부터 로잘린을 폭행했던 백인들이 지독한 인종 차별주의자들이며, 아마도 다시 경찰서나 병원을 찾아가 로잘린을 죽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릴리는 로잘린을 살리기 위해 병원에서 로잘린을 빼돌려 탈출하고,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무작정 길을 떠났던 로잘린과 릴리는 갈 곳이 없어 헤매다가 결국 릴리 엄마의 고향을 찾아간다. 릴리의 엄마는 어릴 때 그곳을 떠났기 때문에 엄마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릴리는 뭔가에 이끌리듯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릴리는 벌을 치며, 그 꿀을 '검은 성모상(Black Mary)'이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는 흑인 달력 자매들을 만난다. (달력 자매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자매들 이름이 August, June, May이기 때문이다.) 달력 자매들은 릴리에게 엄마가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준다. 그들의 집에 머무르면서 릴리는 벌을 치는 법과 인생에 대해 배우게 된다.


릴리는 엄마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다. 어릴 때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 막연하게만 알고 있는 엄마의 사망 사고,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잘못이 있지 않을까 하는 죄책감, 엄마가 자신을 사랑했을까 하는 서러움. 릴리는 이런 모든 감정을 하나하나 받아들이면서 점차 어른이 되어간다.


이 책은 어린 소녀의 성장기, 혹은 여성의 연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렇게만 써놓으면 지루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정말 멋진 책이다. 책 전체를 줄 치고 싶을 정도로 멋지고 깨달음을 주는 말들이 가득 들어있다. 책이 별로 길지도 않고, 영어도 쉬운 편이다. 다만 중간중간 나오는 흑인/남부 사투리가 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영어 독해 실력이 중급 정도 된다면 이 책을 영어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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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를 깨 우 는 말 들

잠을 깨우는 모닝커피처럼

무지에서, 편협한 사고에서, 무기력한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는 말들.


1.

I felt she knew what a lying, murdering, hating person I really was. How I hated T. Ray, and the girls at school, but mostly myself for taking away my mother.

I wanted to cry, but then, in the next instant, I wanted to laugh, because the statue also made me feel like Lily the Smiled-Upon, like there was goodness and beauty in me, too. Like I really had all that fine potential Mrs. Henry said I did.

Standing there, I loved myself and I hated myself. That’s what the black Mary did to me, made me feel my glory and my shame at the same time. (p. 71)
검은 성모상은 내가 거짓말쟁이이고, 살인자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끔찍한 사람이라는 걸 다 알고 있는 듯했다. 내가 얼마나 아빠와 학교 친구들을 미워하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엄마를 죽여버린 나 자신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아는 것 같았다. 울고 싶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에는 웃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검은 성모상은 내가 ‘사람들이 보고 웃어주는 릴리’가 된 듯이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마치 내 안에 선함과 아름다움이 있는 것처럼. 마치 헨리 선생님이 말한 그 모든 훌륭한 잠재력이 내 안에 있는 것처럼.

거기에 선 채 나는 나를 사랑했고, 나를 증오했다. 검은 성모상이 날 그렇게 만들었다. 내 영광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검은 성모상을 보고 릴리가 느낀 복잡다단한 내면을 너무나 잘 묘사한 부분이라 마음에 든다.


2.

“I thought, ‘Well, this is the tackiest color I’ve ever seen, and we’ll have half the town talking about us, but if it can lift May’s heart like that, I guess she ought to live inside it.’”

“All this time I just figured you liked pink,” I said.

She laughed again. “You know, some things don’t matter that much, Lily. Like the color of a house. How big is that in the overall scheme of life? But lifting a person’s heart – now, that matters. The whole problem with people is – “

“They don’t know what matters and what doesn’t,” I said, filling in her sentence and feeling proud of myself for doing so.

“I was gonna say, The problem is they know what matters, but they don’t choose it. You know how hard that is, Lily? I love May, but it was still so hard to choose Caribbean Pink. The hardest thing on earth is choosing what matters.” (p. 147)
“나도 이렇게 생각했어. ‘이건 내가 본 것 중에 제일 촌스러운 색깔이야.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이걸 보고 죄다 떠들어대겠지. 하지만 메이가 이걸 보고 행복해진다면, 여기에 살아야지, 뭐.’”

“난 지금까지 아줌마가 분홍색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내가 말했다.

오거스트가 웃었다. “릴리야, 세상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있거든. 예를 들면 집의 색깔 같은 거 말이야. 인생에서 그게 뭐 얼마나 중요하겠어? 하지만 한 사람의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 그건 아주 중요하지. 사람들 문제는..”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안 중요한지 모른다는 거죠.” 내가 아줌마의 말을 대신 끝맺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내가 하려던 말은, 사람들은 뭐가 중요한지 알고 있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는 거야.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릴리? 난 메이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이 ‘캐리비안 핑크’를 선택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거야.”

(달력 자매가 살고 있는 집은 ‘핫 핑크’로 페인트칠 되어 있다. 집을 그 색깔로 페인트칠 한 이유에 대해 오거스트가 릴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일, 사랑, 성공, 가족, 우정, 명예, 꿈. 우리는 살면서 수만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때 우리가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우리는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는다. 남들의 이목 때문에, 나의 평판 때문에, 혹은 선택하지 않는 게 더 쉬우니까.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것 같고, 더 쉬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을 선택하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3.

“Didn’t you tell me this past week one of the things you loved was bees and honey? Now, if that’s so, you’ll be a fine beekeeper. Actually, you can be bad at something, Lily, but if you love doing it, that will be enough.” (p. 167)

“너 나한테 벌이랑 꿀을 좋아한다고 말한 게 바로 지난주 아니었니? 그게 사실이면 넌 멋진 양봉가가 될 거야. 사실 뭔가를 잘하지 못할 수도 있어. 하지만, 릴리야, 만일 그게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걸로 된 거야. 충분해.”


4.

“You’re one-third friend, one-third brother, one-third bee partner, and one-third boyfriend,” I told him. He explained to me I had one too many thirds in the equation, which, of course, I knew, as I am bad in math but not that bad. (p. 216)

“넌 1/3은 친구고, 1/3은 오빠고, 1/3은 양봉하는 파트너고, 1/3은 남자친구야.” 내가 말했다. 재크는 내가 1/3을 하나 더 넣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나도 안다. 내가 산수를 못하긴 하지만 그 정도로 못하진 않으니까.


릴리가 썸을 타고 있는 재크에게 해준 말. 14살 소녀의 심정을 잘 드러내 준 대사 같아서 좋아한다.


5.

I said, “If I was a Negro girl – “

He placed his fingers across my lips so I tasted his saltiness. “We can’t think of changing our skin,” he said. “Change the world – that’s how we gotta think.” (p. 216)

내가 말했다. “만일 내가 흑인 여자애였으면…”

재크가 손가락을 내 입술 위에 댔다. 짠맛이 났다. “우리 피부색을 바꿀 수는 없어.” 그가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거. 그걸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야지.”


백인 소녀 릴리와 흑인 소년 재크는 이성친구가 될 수 있을까? 재크는 말한다. 바꿀 수 없는 피부색에 대해 논하지 말고,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를 생각해보자고.


6.

“There is nothing perfect,” August said from the doorway. “There is only life.” (p. 256)

“아무것도 완벽한 건 없어.” 오거스트가 문간에 서서 말했다. “단지 삶이 있을 뿐이야.”


7.

“You don’t have to put your hand on Mary’s heart to get strength and consolation and rescue, and all the other things we need to get through life,” she said. “You can place it right here on your own heart. Your own heart.”

“힘이나 위로, 구원을 받기 위해, 그리고 삶을 헤쳐 나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얻기 위해 성모상의 가슴에 손을 댈 필요는 없어.” 오거스트가 말했다. “바로 여기 네 가슴에 손을 얹으면 돼. 네 심장 위에.”


* 여기에 있는 한글 해석은 직접 번역한 것이다. 한국에 출간된 번역본과는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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