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house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 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 단어.
오늘 잘난 척할 영어 단어는 outhouse이다. Out은 ‘밖에, 바깥’이라는 뜻이고, house는 ‘집’이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outhouse는 뭘까? 밖에 있는 집? 아하, 별장을 말하는 건가?
하긴, 예전에는 시골 어디를 가더라도 동네 어귀에 ‘별장’ 한 채쯤은 있었다. 희한한 것이 촌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집이 외지면 외질 수록 이런 ‘별장’은 많이 있었고, 집 한 채에 ‘별장’ 한 채가 딸린 곳도 많았다. 정말이냐고?
사실 outhouse는 별장이 아니라 ‘(옥외) 변소, 뒷간’이라는 뜻이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집과는 동떨어져 있는,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 흔히들 ‘푸세식 화장실’이라고 불렀던 변소 말이다. 요즘 세대라면 감이 안 올 수도 있는데, 사진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아무리 잘난 척하는 단어를 배운다 해도, 갑자기 웬 변소냐고? 예전에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일이 있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중 주인공 조인성은 어릴 적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사람이었다. 아빠의 주먹을 피해 도망을 치던 어린 조인성은 산 밑에 있던 공중변소를 발견하게 되고, 변소 안에 숨게 된다.
위 사진에서는 변소 안 구멍을 들여다보고만 있는데, 드라마에서는 결국 저 구멍 안으로 들어가서 숨는다. 그래서 극 중 조인성에게 트라우마가 생기게 된다. 아빠를 피해 도망쳤던 화장실(변소)에서 편안함을 느껴서, 화장실에서만 잠을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굉장히 감동적으로 본 드라마인데, 제 버릇은 개 못 준다더니, 이 감동적인 드라마를 보면서도 저 ‘변소’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가 궁금해졌다. 그렇게 찾아본 영어 단어를 지금 여기에서 잘난 척하는 중이다. ^^;;
It was not as if we didn’t resort to an outhouse at home, but it was clean and even had a linoleum floor. At that school, for reasons of contempt or whatever, nobody seemed to bother to aim for the hole.
우리 집에도 변소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 집 변소는 깨끗했고, 심지어 바닥에는 리놀륨이 깔려있었다. 학교에서는, 모욕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뭐 때문이었는지, 아무도 구멍에 맞춰 용변을 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 앨리스 먼로(Alice Munro)의 <디어 라이프(Dear Life)> 중에서
친구: 와, 한국에 아직도 이런 오지가 있을 줄은 몰랐어. 세상에, 여긴 핸드폰 전파도 잘 안 잡혀.
나: 머리와 마음을 비우고, 그냥 푹 쉬다 가기 딱 좋은 곳이야. 교통이 불편해서 그렇지, 1년에 한 번씩은 오고 싶은 곳이기도 해.
친구: 그런데 화장실이 어디 있어? 아무리 둘러봐도 안 보이네.
나: 화장실은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야 해. 옛날식 집이라서, 변소가 저 밖에 있어.
친구: 뭐? 밖에 있다고? 그럼 밤에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떡해?
나: 변소가 영어로 outhouse거든. Out이 괜히 들어가 있겠니. ‘밖’에 있으니까 그렇지.

친구: 이달 말에 이승철 콘서트 한대!! 꼭 가야지. 같이 갈래?
나: 이승철 좋아하는구나?
친구: 응. 노래 잘하지, 목소리 죽이지. 내가 ‘마지막 콘서트’를 제일 좋아하거든. “밖으로 나가 버리고~.”
나: 밖으로 나간다고 하니까 생각난 건데, 집 밖에 따로 있던 옛날 푸세식 변소를 outhouse라고 하는 거 아니?
친구: (홱! 돌아서며) 콘서트 나 혼자 갈게. 빠이~.
나: 왜? 같이 가. 나도 이승철 좋아해.

*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콘서트에 안 데리고 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