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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둥지 위로 날아간 새

Crow's nest

by 불이삭금

내 영 어 콧 대 를 세 워 주 는 오 늘 의 한 마 디

"이 말이 영어로 이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영단어. 친구들 앞에서 잠깐이나마 으스대고 잘난척할 수 있게 해주는 영어단어.




오늘 잘난 척할 영어 단어는 crow’s nest이다. 전에 crow’s feet에 대해 다룬 적이 있었는데, crow가 또 나왔다. Crow는 ‘까마귀’라는 뜻이고, nest는 ‘둥지’라는 말이다. 그러니 crow’s nest는 ‘까마귀 둥지’라는 뜻이 된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들어봤어도 까마귀 둥지는 금시초문이다. 까마귀도 뻐꾸기 따라서 자기 둥지 위로 날아간 걸까?


Crow’s nest는 우리말로 ‘(돛대 위의) 망대’라고 한다. 돛대 위에 높이 달려 있는 바구니처럼 생긴 망대 말이다. 저 멀리 수평선 너머 해적선이 다가오는지, 육지가 보이는지 경계를 서고 살피는 곳이다. 일설에 의하면 예전 바이킹들이 바다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 crow’s nest에서 데리고 있던 까마귀를 날려보냈던데서 이 단어가 기인했다고 한다. 새는 반드시 가장 가까운 육지를 향해 날아갈 테니, 그 새의 뒤를 쫓아가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허나, 또 다른 설에서는 그저 돛대 위에 덩그러니 달려있는 모습이 새 둥지같이 보여서 그런 이름이 붙은 거라고 일축하고 있다. 어느 쪽이건 명확한 증거는 없다. 어쨌건, 이 단어가 처음 쓰인 게 1807년이라고 하니, 나이가 꽤 된 단어임은 틀림없다.


brag 011-1.bmp 육지가 보인다~!!


책 에 서 사 용 된 예

It was mid-morning when the call came from the crow’s nest.

“Ship starboard” shouted Birdman, so-called because he spent all of his time in the crow’s nest. On normal ships, performing lookout duties in the crow’s nest was seen as a punishment. Birdman, however, loved it. Other men, even the experienced “seadogs”, would suffer from sea-sickness up there at the top of the mainmast. Small movements down below were amplified in the crow’s nest and most men would empty their stomachs after just a short period of time performing lookout. Birdman never vomited. At least, not up in the crow’s nest.

망대 위에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침나절이었다.

“배를 우현으로” 새인간이 소리쳤다. 그를 새인간이라고 부르게 된 건 그가 대부분의 시간을 망대 위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보통의 배에서는 망대 위에서 경계 근무를 서는 것을 일종의 벌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새인간은 망대 위를 사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설사 경력이 많은 노련한 선원이라 할지라도 돛대 꼭대기에서는 뱃멀미로 고생을 했다. 망대 위에서는 아래에서 보이는 아주 사소한 움직임도 모두 확대되어 보이기 때문에, 망대에 올라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들 먹은걸 게워내곤 했다. 새인간은 절대로 토하지 않았다. 적어도 망대 위에서는 말이다.

- Stephen Swann의 <Adventures of a Cabin Boy> 중에서


(* 여담이지만, 위 소설을 우리말로만 읽었을 때는 망대 위에서 경계 서는 걸 즐겨하는 것과 ‘새’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번역자가 친절하게 망대가 crow’s nest라고 알려주는 각주를 써주지 않는다면) 기껏해야 “망대가 하늘하고 가까워서 그런가?”하고 넘어갈 것이다. 그때 이 ‘잘난 척 영단어’를 통해서 crow’s nest를 알고 있었더라면 바로 이해가 가지 않을까? 이미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지금 이것도 필자가 잘난 척하고 있는 거다.^^;)


단 어 활 용 의 적 절 한 예

친구: 난 전망대가 좋더라.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 사방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거.

나: 마치 crow’s nest에서 보는 것처럼 말이지?

친구: 그게 뭔데?

나: 배에서 돛대 위 높은 곳에 달려 있는 망대를 영어로 crow’s nest라고 해.

친구: 그렇구나. 아마 나도 안전한 육지는 언제쯤 나오는 건지, 이 지독한 안개는 언제쯤 걷힐지 알고 싶어서 그러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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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도 끝 도 없 이 잘 난 척 하 는 예

친구: 너 우산 가져왔니? 같이 좀 쓰자. 아침엔 분명 화창했는데, 갑자기 웬 소나기야.

나: 비가 오는 걸 보니, 견우와 직녀 생각이 나고, 견우와 직녀 생각을 하니 까치와 까마귀 생각이 나고, 까마귀 생각을 하니…

친구: 야, 너 그거 이미 했어. Crow’s feet. 벌~~써 잘난 척 한 단어잖아.

나: 세상에 까마귀가 들어간 단어가 하나일 거라는 편견을 버려. 까마귀 생각을 하니 crow’s nest가 생각나는구나. 돛대 위에 높이 달려 있는 망대를 crow’s nest라고 한단다. 야! 너 혼자 가면 어떡해? 그 우산 내 꺼잖아! 같이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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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밑도 끝도 없이 잘난 척을 할 경우 주위 친구들이 우산을 혼자 쓰고 가버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사진 출처: 저작권: PearsonScott Foresman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row%27s-nest_(PSF).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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