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약사 일기
도깨비
한자리에서 약국을 한지 꼬박 3년이 되었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약국에서 술래잡기를 하고, 엄마 손잡고 오던 아이는 엄마 약 사러 심부름을 오기도 한다. 쪽쪽이를 물고 다니던 아이가 오늘은 “ 나 이거 안 가지고 싶어. 눈으로만 볼 거야.” 하길래 피식 웃음이 났다.
분명 나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볼 때마다 다리가 길어지더니 이제는 복약지도할 때 올려다봐야 하는 학생도 있다.
독감 유행, 수족구 유행, 코로나, 공적 마스크… 별일도 있었지만, 대부분 날들이 잔잔하게 흘러가다 보니 해가 몇 번 바뀌었다는 걸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다 훌쩍 커버린 남의 집 아이들을 볼 때, 새삼 내 나이를 실감하곤 한다.
이 시간 동안 헤어짐도 있었다.
“약사님, 나 이사 가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하고 작별 인사를 하신다.
누군가는 어린이였다가 어엿한 청소년이 되고, 누군가는 떠나간다. 나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드라마 ‘도깨비’에 나오는 공유에 빙의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