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님, 힘든 처방전 가져왔어요.” 하며 겸연쩍게 웃으신다.
“그런 말씀 마세요~ ”
라고 말은 했지만!
가루약 300포... 눈앞이 캄캄해지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모네는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다닌다.
15개월 아이가 혈압강하제, 위산분비 억제제, 갑상선 호르몬제와 같은 일반적으로 성인이 먹는 약들을 1/10알, 많게는 2/3 알씩 복용한다. 심장 기형을 동반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아 조제를 시작한다. 이 약이 잘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 영혼도 한 방울 넣는다. 가루 분배만큼은 이등병처럼! 각 딱 잡고 왼쪽에서 한번, 오른쪽에서 한번 눈을 가늘게 뜨고 살펴봐야 한다.
며칠 후, 모네 어머니는 커피를 들고 들르셨다.
고마워하고 또 미안해하셨다.
조제.
이건 약사 업무이고, 조제할 양이 많은 건 오롯이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인데.
나 역시 고맙고, 또 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