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작성하기 위해서 어젯밤, 동생에게 그때의 심정을 물었다.
“언니 그때 진짜 한심했어.” -응, 인정.
“하나도, 정말이지 하나도, 성공시켜본 경험이 없었잖아.” -그래도 눈 씻고 보면 하나는 있었을걸.
“지금에서야 봐줄 만한데, 상황이 그랬던 건지 언니 그때 인성도 나빠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니까.”-알았다. 그만 해라.
나의 동생, 나의 치부를 낱낱이 알고도 욕으로라도 나를 보듬어준 존재. 나는 동생이 없었다면, 아마 더 밑바닥을 보고서, 더 오래 절망했을지도 모른다.
1월 1일 신년도 아니고, 12월 31일, 나는 동생과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아마 이것이 다른 인간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그럼에도 염치없이 편하게 살고 싶었지만 말이다.
당시 몸무게 92kg, 엄마의 “100kg 될래?”가 더 이상 경고가 아니고 예정이 되어버린 상황. 나는 많이 나가니까 다이어트 방법도 모른 채 빨리 뺄 수 있다고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쪄온 "92kg"는 나를 가장 잘 설명해줬다. 다이어트 시작 전에, 나는 바닥을 친 인생 그래프를 되돌릴 수 없을 듯했다. 다시 글을 쓰는 것조차도 많은 품이 필요했다. 몸이 무거우니 방안에 누워 스마트 폰질을 하는 것이 일상의 대부분이었다. 다이어트 생각만 계속하다 보면 몸은 탄탄한 몸을 상상하면서도 집 밖을 나가기가 힘들거나 두려웠다. 그래서 집안에서만 생활했고 집순이 생활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몰랐다.
내 식이 습관이나 운동습관을 돌아볼 만한 장치가 일절 없었다. 이런 나를 한심하게 여긴 동생이 다이어트를 하자고 했다. 사실 동생은 나와 같이 운동을 안 했어도 목표한 바를 잘 이뤄냈을 것이다. 이미 동생은 6kg 정도 감량한 상황이었다. 그에 반해 나는 92kg이었으며 계획도 없었다. 그저 동생이 시키는 대로 하루를 금식하고 닭 가슴살 소시지가 오기 전까지 두유를 먹으며 버텼다. 다음 날, 바로 모교에 딸려있는 헬스장에 등록했다. 도보 5분 거리에 학생 할인을 받아 2개월에 5만 원, 6만 원 총 11만 원으로 운동 장소를 마련했다.
운동은 운동대로 신경 써야 했지만 나는 식이가 더 문제였다. 오히려 의사 선생님께서 몸무게 때문에 식이를 먼저 하고 운동을 하라고 추천해 주실 만큼 나에게 식이 요법이 중요했다.
먹는 것은 누구보다 잘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잘 먹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섭식장애인 폭식증이 있었다. 양껏 많이 먹고 숨어서 몰래 먹고, 음식을 먹고 토하기까지 했다. 더 먹는 것은 기본이고 시도 때도 없이 먹었다. 허기를 굉장히 빨리 느끼고, 특정 음식이 무지하게 당길 때는 꼭 그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주로, 탄수화물이었다. 나는 음식에 대한 안 좋은 습관들을 다 갖고 있었다.
83kg 때의 사진.사실 1년여간의 기간 동안, 총 두 가지의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했다. 전통적인 다이어트 방법-중탄수,중단백질,저지방-과 저탄 고지 다이어트이다. 첫 번째로는 닭 가슴살 소시지, 두유, 팽이버섯, 쌈 야채를 사서 매일 소량씩 먹었다.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 이렇게 먹었다. 몸무게는 92kg에서 83kg까지 뺐다. 몸무게가 몸무게인지라 살은 잘 빠졌는데, 칼로리 계산하면서 먹으니 스트레스도 쌓이고 더 먹는 날엔 죄책감도 들었다. 더 큰 문제는 건강에 적신호가 생겼다. 생리가 중단되고, 거식증이 생겼다. 아예 식사를 거르는 것이다. 그리고 숨어서 먹는 습관을 고치지 못해 애를 먹었었다.
3월 2일에 동생은 개강을 했고 이제 온전히 혼자서 해야 했기에 숨어서 먹는 것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떻게 뺀 살인데, 요요가 와서 다시 쪄버릴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이 다이어트 방법은 영 아니라 판단했다. 혼자 다이어트 한 지 정확히 3주 뒤인 23일에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찾아 나섰다. 다이어트 전 기본적인 생활 패턴도 망가져 있었고, 후에도 물론 살은 빠졌으나 기본 건강 면에서 그렇게 좋은 평가를 내릴 수는 없었다. 여전히 폭식의 위험과 불면증은 있었고 생리와 변 같은 기본 건강지표라 할 만한 것들이 여전히 안 좋았기 때문이다. 이 다이어트를 지속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 했던가, 나는 데이브 아스프리의 최강의 식사를 읽게 된다.
유아독존 인간의 다이어트:전개(2)에서 더 자세하게 이야기하겠지만, 저탄 고지는 탄수화물 중독을 벗어나게 해 준 내 인생에 한 줄기 빛과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의 성격을 온화하게 바꿔놓고 내 몸무게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즐거이 살을 빼게 해 준 (정말 버티는) 꽃길과 같았다. 섭식장애를 벗어나게 한 건, 만성적 스트레스에서 탈출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강제적으로라도 좋은 식재료를 섭취하고 내 몸이 원할 때 음식을 먹는 것으로 극약처방했다. 나는 그때에 학업 스트레스를 벗어난 참이었고, 저탄 고지 다이어트를 하게 되어서 대부분의 식이장애 증상들을 벗어났다.
그렇지만, 저탄 고지가 처음부터 나에게 꽃길이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이 자매의 케미가 궁금하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wxlj7S48c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