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굽는 고기가 질렸다고 했었는데 그래서 해먹은 것이 사골국이었다. 사골국은 저탄고지 식단 초기에 잡뼈 1kg를 사다가 만든 적이 있다. 그때 참 좋은 기억이 있어, 다시 사골국을 만들어 먹었다. 이번에는 고기도 좀 넣어서 푸짐하게 만들었다. 주식이 고기이다 보니 자칫 느끼해져 질릴 수도 있는데, 다른 천연 향신료, 조리법으로 고태기(고기+권태기)를 극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
나는 국을 먹으면 살이 찐다. 정확히 말하면 몸이 붓는 것이다. 나에게는 꽤 오랜 습관이 하나 있는데 국밥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생선 반찬이 나오면 밥에 물을 말아먹거나 남은 밥을 국물에 말아먹는 습관이 있다. 이제 좋지 못한 습관 대신, 밥의 양을 제한하고 짜지 않은 고깃국물로 배를 채우고 있다.
#3
나는 내 몸에 관한 디스포리아를 가지고 있었다. 디스포리아는 몸에 관한 불만족을 넘어서 불일치감까지 느끼는 것을 일컫는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살이 다 빠져있어 원하는 실루엣이 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거울을 보기도 싫었고 이런 꼴인 나도 싫었다. 몇몇의 사람들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나는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에 단지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잘못이있다고 생각한다. 단정적으로 말한다. 나는 이러한 현상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가장 사회적이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몸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주입하는 것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미적 기준이 평면적이고 잔인해서 그렇다.
우리는 다이어트 광고를 무의식적으로 본다. 그리고 친구와 걸어가며 "(누구든) 살 좀 빼야겠다."라는 말을 경각심 없이 내뱉는다.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는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는 신체에 관한 불만족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부족함을 채워준다는 "무엇"을 얻으면 진짜 행복하게 될까? 궁극적으로 나는 진짜 날씬한 몸매를 원했을까?
+) 당신이 날씬한 몸매를 원하는 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다. 이에 대해 하등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나 조차도 더 낮은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걸. 개인의 선택은 사회(사상)의 종속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다만 바라건대, 나는 여러분이 인간다운 다이어트를 하기를 바란다. 비록 처음 시작은 신체적 불만족이었을지라도 다이어트 과정과 끝에는 나를 아껴주는 방식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여러분의 다이어트가 나를 예쁜 몸, 살 빼기의 수단이 아니라 나에 관한 작은 사실들을 알아내는 즐거운 과정이기를 바란다.
일단, 나는 나를 업신여기는 마음으로부터 살고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한 건강한 방법으로 감량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다이어트 여정이 어디에 도달할지는 모르지만 전에 없던 내 모습이 미래에 자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신체에 대한 불일치감은 없어졌지만 나는 아직도 내 몸에 관한 불만족이 남아있다. 나는 여전히 애인의 옆에 예쁜 모습으로 서고 싶은 욕망이 있고 독자분들께 더 날씬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전부는 아니다. 나는 나 그 자체다. 모두가 원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보다 능률적인 다이어트 법을 알려드리는 것도, 폭식과 호르몬에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나의 지향점이다. 나는 다양한 행복 지향점을 고려하는 것으로 영원히 채울 수 없을 것 같았던 불-만족을 채워나가고 있다.
2020.02.10.(월)64일차
잡뼈를 넣고 끓인 사골국과 오리고기+계란후라이
저탄고지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사골을 끓여 먹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좋은 지방질의 필요성과 귀찮음을 이겨낼 저탄고지 식단에 대한 확신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다.
귀찮음을 얘기하자면, 쌀밥과 반찬 이외의 메뉴를 고민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종종 레시피북이나 인스타그램의 메뉴를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밥상에 올라오는 건 다 때려 넣고 볶거나 간단한 조리법의 요리이다.(웃음)
2020.02.11.(화) 65일차
71.3kg
사골국과 오리고기와 목살 그리고 시금치 나물
Q. 훈제 오리고기, 먹어도 되나요?
시판 훈제 오리고기는 거의 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엄격한 키토제닉 식단에서는 배제하는 식품입니다. 훈제 오리고기 안에 들어있는 식품 첨가물이 장 내 미생물의 환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저도 먹고 나서 찾아보니, 부정적인 견해가 있더라고요. 식단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먹은 것인데, 훈제 오리고기가 올바른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래간만에 기분전환으로 먹기에는 좋았습니다. 오리에는 기름이 풍부해서 지방질 섭취에 도움이 됩니다.
2020.02.12.(수) 66일차
게란프라이 4개
배가 고픈데 시간이 없다 보니, 계란 프라이만 먹고 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폴바셋 딸기 아이스크림+에그타르트 각 1개. 붕어빵 두 개씩 w. 동생
길거리 음식이 보이면 길 가다가 꼭 사 먹어야 하는 자매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둘이 곧잘 먹으러 다녔고 같이 먹으러 다니는 것이 삶의 낙입니다. 쇼핑을 하고 나서 카페에 있고 싶었는지 동생이 먹고 싶었던 것을 얘기하더라고요. 평소 같으면 계란을 사 먹었을 텐데 오늘은 동생과 먹고 싶었던 것들을 먹었습니다.
2020.02.13.(목) 67일차
목살+계란프라이와 콩나물 무침
그 후, 계란 프라이가 먹고 싶어서 식단에 추가했습니다. 계란과 목살은 버터에 구웠어요.
그리고 콩나물 무침을 반찬으로 먹었습니다. 콩은 키토제닉에서 권장하는 식품은 아닙니다. 렉틴 성분 때문에요. 그렇지만 저는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한식반찬이란 기준에 맞췄기 때문에 적당량 먹었어요.
2020.02.14.(금) 68일차
닭 반마리
냉동실에 닭이 있길래, 닭 한 마리를 해서 먹었어요.파, 생강, 무, 양파를 넣고 두 시간 정도 삶았습니다. 이후에 국간장이랑 소금으로 간을 했고요.
닭 손질이 조금 번거로웠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만드는 거 두 시간, 먹는 거 10분...
갑분초콜렛
원래는 99% 초콜릿을 먹는데 갑자기 초콜릿이 먹고 싶어 져서 초콜릿을 먹었습니다. 아무리 밸런타인데이라도 몇 개 먹고 말았을 텐데 이렇게 단 것이 먹고 싶은 것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졌었습니다.
2020.02.15.(토) 69일차
닭개장과 순대 그리고 밑반찬들.
초콜렛을 먹고 입이 터졌는지 일반식이 먹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래간만에 국밥을 먹었습니다. 순대도 평소에는 순대 내장만 먹었을 텐데 당면 순대도 먹었어요.
눈에 띄는 신체 변화는 몸이 무겁고 약간 복통이 있었습니다.
2020.02.16.(일) 70일차
73.9kg
자제하던 식욕이 터졌나 봅니다. 잘 유지하던 하향세가 도루묵이 되어버렸어요.
삼겹살
공복 유산소 한 시간을 하고 삼겹살을 먹었습니다. 눈이 오고 추워서 밖에 나가 운동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오전에 운동하고 삼겹살 한 끼로 1일 1식을 지켰습니다.
2020.02.17.(월) 71일차
73.7kg
왜 갑자기 초콜릿이 먹고 싶고 치팅을 하게 되어 몸무게가 상승곡선을 찍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몸도 부었고 배도 아픈 이유를요. PMS였습니다.
Q. 식단 기록의 좋은 점
식단 일기를 쓰고 나서 좋은 점은 주(A week) 단위로 뭘 먹었는지 체크하고 먹었던 것들에 대한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식단에서 벗어난 음식을 먹은 나를 덜 미워하게 되고, 식단을 잘 지킨 시간과 보상에 대한 인식을 해서 성취감과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게 되며 자기 자신에 대한 관대함이 늘어났어요. 사실 다이어트 과정에서 매 번, 매 순간 좋을 수는 없고, 이렇게 현실과 부딪히는 일이 있어요. 호르몬, 우울함, 귀찮음, 무기력 같은 일들이요.
그럴 때마다,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채찍질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 이 기록들의 의미예요.
삼겹살과 계란 그리고 시금치 나물
간단하게 삼겹살과 삶은 계란을 먹었어요. 어머니가 김밥하고 남겨두신 시금치를 먹기도 했답니다.
마감 직전 갑자기 카메라에 찍힌 사진.jpg
자, 벌써 식단일기를 쓴 지 10주가 지났네요. 꿈이나 작품을 오래 그린 적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저에게는 이 글들에서 오는 정과 인연들이 정말 소중한 추억이에요.
제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면을 보여 드리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어요. 한 사람의 여러 면과 성장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독자분들처럼 더 나은 사람이 되어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개인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