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하다
피어나는 꽃, 만 아니라
곁에 자라난 잎에도 늘어진 가지에도
보여지는 색에도 그리고
자라나는 계절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유가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허나 그 또한 이유이고
더군다나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흔들리는 파도는
언제라도
잠잠해질 수 있다.
닫힌 문은
언젠가는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끌어내는 어둠은
어느 때고
끝낼 수 없다.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이
다가오면
모든 것이 흐려진다.
선명했던
그 많은 것들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어제보다 더 어두운 밤,
비가 내릴 것 같은 내일.
흐려진 사물은
이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
풀잎 하나도
그 모양이
그 색깔이
그 시기가
이유가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이유는 있겠지,
그래도
"그냥"
비가 내리는 것에
이유를 찾는 일이
흔하지 않듯
"그냥"
#허무하다_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