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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만 아는 한 가지 마음속 단어_18

허무하다

by 맑은날의 무지개

피어나는 꽃, 만 아니라

곁에 자라난 잎에도 늘어진 가지에도

보여지는 색에도 그리고

자라나는 계절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한다.

이유가 없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허나 그 또한 이유이고

더군다나

솔직하지 못한 대답이다.

흔들리는 파도는

언제라도

잠잠해질 수 있다.

닫힌 문은

언젠가는

열릴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끌어내는 어둠은

어느 때고

끝낼 수 없다.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이

다가오면

모든 것이 흐려진다.

선명했던

그 많은 것들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어제보다 더 어두운 밤,

비가 내릴 것 같은 내일.

흐려진 사물은

이내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것.

풀잎 하나도

그 모양이

그 색깔이

그 시기가

이유가 있다고 했다.

나에게도 이유는 있겠지,

그래도

"그냥"

비가 내리는 것에

이유를 찾는 일이

흔하지 않듯

"그냥"



#허무하다_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져 매우 허전하고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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