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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삶의 본질을 말하다.

땡큐 포 마이 러버&티처 딸랑구.


저번 주엔 청계산에 갔다 왔다. 집에서 가깝기도 하고, 어디 갈까 고민하고 찾는 시간에 그냥 정해진 산을 올라가자는 마음이었다.


예전엔 주말에 집에 있는 것이 용서가 안되어서 거의 강박 수준으로 외출을 했었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과 다양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외출하기 전부터 아이들 교육에 적합한 장소인지 정보를 찾고, 예약하고 운전까지… 그때는 그냥 당연히 주말엔 이런 체험활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있었다(일종의 직업병이었나 보다).


시간이 지나 보니 외출을 위한 과정이 나에겐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아이들과 남편은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는데 나 혼자 이 과정을 준비해야 하니 언제나 나는 마음이 급하고 조급했다. 더구나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지… 정보 챙기기도 바쁜데, 간식부터 뒤치다꺼리는 어찌나 많은 지 누구 하나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서 많이 서운하기도 했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은 특별한 외출보다는 루틴 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 고민하거나 시간을 들이지 않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니 훨씬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 페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가 매일 같은 옷을 입는 이유랄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냥 "청계산으로 가자"다. 아이들이 조금 자라서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의 외부활동이 현저히 줄었다. 유치원에서도 외부 견학이나 활동도 조심스럽고, 첫째는 말할 것도 없다. 학교 운동장조차 이용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고, 아이들이 답답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청계산은 야외 공간이고 좋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몇 번 산행을 아이들과 함께 했었다.


어젯밤엔 아이들과 감사일기를 나누는 베드타임을 하다가 엄마의 죽음… 즉 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죽음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다. 나 역시도 아직 엄마의 존재에 대해서는 죽음을 떠올려 본 적이 없다.


 잠자기 전 기분 좋게 대화를 하는 타이밍이었는데 둘째는 엄마의 죽음을 떠올리고는 울먹이다 울음보를 터트려버렸다. 엄마가 죽으면 안 된다고!!! 나는 둘째의 이야기에 엄마가 빨리 죽지 않으려고 매일 운동도 하고 건강한 음식도 먹는 거니까 너희도 엄마 따라서 자주 운동도 하고 야채도 주는 대로 잘 먹자 했다. 그래도 아직 그 두려움이 가시지 않는지 불을 끌 수 없다며 얼굴이 슬픔으로 범벅이 되었다.


둘째를 꼭 안아주었다. 그 보드라운 살결과 쌕쌕 쉬는 숨결이 나를 둘러쌌다. 토닥거리며 재우는데 아직도 표정은 불안으로 가득 찬 얼굴이다. 이 따뜻한 생명을 안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찔금 나온다. 나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기도 했고, 아직 나의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내 인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줘서 어깨 뽕이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산행을 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운 덕분인지 아이들은 산행에 대해서 군말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나선다 하면 물론… 집에 혼자 있을 수 없으니 따라나서기도 하겠지만 불평불만을 달고 나서진 않았다. 그리고 어제 밤 건강하게 운동도 해야 한다 했으니 더더욱 군말이 없다. 산을 올라가면서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곡이 얼어붙어서 아이들은 스케이트도 즐기고 조잘대면서 산을 올랐다.


힘들다는 둘째에게 일찍 안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했지?? 지금처럼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고 과자, 인스턴트, 소시지 같은 음식 말고 건강하고 좋은 야채를 먹어야 한다를 강조했다.

그러자 딸랑구가

“건강하고 행복한 마음도 가져야 해”

하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6세 딸아이의 이야기에 멈춤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마음의 괴로움이 없는 평온하고 평안한 상태. 그 마음이 없이는 운동도 식단도 사실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다. 어젯밤부터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해야 할 일!! 운동이나 먹는 것 내가 통제하거나 거들어 줘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강조하고 이야기를 했는데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멈춤 상태가 되어버렸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마음인데… 평안하고 온전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고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건데 엄마는… 그것도 이야기 안 하고 6살 딸내미한테 정답을 들었다. 엄마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딸내미였다.


등산 초입에 망치로 한대 얻어맞고 산행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내내 머릿속에 딸랑구 이야기가 빙빙 돌아다녔다. 내가 때론 이렇게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나를 점검해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또 내려오는 길에 둘째가 이제는 다리가 사라질 것만큼 아프다고 해서 벤치가 있는 곳에서 한숨 돌리기로 했다. 이미 오빠랑 아빠는 스케이트 놀이와 작은 송사리를 잡겠다고 일찌감치 내려가서 보이지도 않았다. 벤치에 앉아있으면서 노래를 종알 종알 하는 둘째다. 힘들다더니 노래할 힘은 남아있다니… 젊긴 젊구나 ㅋㅋㅋ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 부자보다 가난한 게 좋은 거야!!!

엥?? 왠 뜬금없는 소리야? 부자가 좋지 가난한 게 뭐가 좋냐??? 아이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면서 잘못된 경제관념을 가지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부자가 좋은 거야!!! 했더니 엄마 근데 흥부 같은 마음씨가 좋은 거라 했어. 그리고 작은 것도 감사하라고 부자처럼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아이들은 참 말을 잘 듣는다(내 말만 안 들어…) 학교에서 배운 내용,  예배를 통해서 들은 말씀을 곱씹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 같다. 물론 가난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아이의 취지는 욕심보다는 나눔과 감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초점이라는 것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부자가 되어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감사를 할 수 있으며 더 많은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니 부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주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어른이 둘째 아이의 마음이 예뻤는지 이름을 물어보면서 맛있는 귤을 하나 주셨다. 그러자 내려가면서 오빠랑 나눠먹어야지!! 한다.

흥부 같은 마음, 작은 것도 나눠먹어요!! 를 외치면서 다시 다리에 힘을 내었다. (그렇다고 흥부 같은 가난함을 추구하진 마라!! 딸아. 지금은 자본주의 시대다!!! 를 강조하고 싶지만 너의 취지를 알기에… 어미는 입을 다물었다.)


오늘 산에서 둘째 딸에게 삶에 중요한 것들을 배운 날이었다. 40년 넘게 산 인생보다 6살 인생이 삶의 본질을 더 잘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신의 마음, 그리고 타인과 함께 하는 나눔과 감사.


엄마보다는 더 나은 인생을 살 것 같아서 엄마는 기부니가 좋다. 더불어 운동도 잘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엄마는 오늘만큼은 입닥해야할 것 같다.

너의 큰 가르침에 오늘도 엄마가 성장한다. 땡큐포 마이 러버&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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