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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쯤 평온하고 인자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극한직업일세.... 그 직업... 


이제 9살. 내가 둘째를 낳을 때 잠깐 고모네에 아이를 맡긴 것 말고는 단 한 번도 내 손을 떠나본 적 없는 아이다. 시댁이랑 친정이 멀리 있기에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던 탓에 시댁이든 친정이든 따로 떨어질 일이 거의 없었다. 


결혼 전 나는 아이들 문화프로그램 기획업무를 한 적이 있다. 덕분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캠프를 꼭 보내 야지 다짐했었다. 캠프에 와서 변화하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눈으로 보는 것은 나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이제 9살이 되는 아이가 가기 딱 좋은 겨울방학 캠프에 아이를 보내기로 했다. 


아들이 캠프를 가는데 내가 홀가분한 이 마음은…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실 그 주에 업무 관련 중요한 일들이 있어서 내가 신경 쓸 일이 줄어드는 것이 중요했다.  일정도 잘 맞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또 1학년 내내 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부딪힐 일이 많아서 아들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홀가분하게 아이를 캠프에 데려가 주었다. 언제나 엄마 바라기인 아들이라 다른 식구들이 걱정일 정도였다. 그런데 막상 아들이 울고불고할 줄 알았거늘.. 깔끔하게 찐한 뽀뽀를 하고 들어가 주었다. 


캠프에 넣어 놓고도 캠프장에서 발이 떼어지지가 않았다. 말 많은 아들이 선생님한테 혼날까 걱정도 되었다가 내 맘이 갈팡질팡이었다. 어쨌든 보내 놓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하루 종일 조잘 되던 아들의 목소리가 없어서 절간같이 조용한 집이 낮 설었다, 또 한편으로는 역시… 조용해서 좋군이라 했다가… 마음이 왔다 갔다기 하다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캠프에 올라온 사진을 카페에서 둘러보면서 아들 얼굴 찾는데 혈안이 되기도 했고 아들의 모습에 대견하고 어느새 쑥 자란 아들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캠프 프로그램 중 부모가 아이를 위해 편지를 써서 보내는 시간이 있었다. 떨어져 있어서 그러지 애틋한 마음이 컸다. 


<사랑하는 아들 우리 00에게 >

00야. 캠프에서 너무 즐겁게 지내는 모습 멋지다. 

엄마가 너무 00 이를 아기로 생각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지. 엄마 눈에는 언제나 아기처럼 보이고 걱정되고 혹시나 다칠까 선생님 말씀은 잘 듣고 올까? 친구들과 잘 지낼까? 이런저런 걱정을 했거든.


작년 1년은 학교라는 사회에 00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조바심을 내던 1년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캠프에서 엄마 아빠랑 떨어져서 의젓하게 놀고 활동하고 자신의 의견을 친구들 앞에서 전달하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가 너무 든든하고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을 캠프에서라도 느끼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엄마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학교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성장하고 나누고,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00 이가 알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재미없는 학교가 아니라 정말 재미있는 학교가 있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서 00 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참여하느냐에 따라서 더 재미있어지는 곳이 바로 학교란다. 


00야, 엄마도 00이랑 이렇게 오래 떨어져 있는 건 처음이었는데, 00 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빠랑 동생이랑 00 생각을 많이 했어. 더구나 모처럼 오신 할머니는 00 이가 없으니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면서 00이 이야기를 만 번쯤 하신 것 같아. 


벌써 캠프가 며칠 안 남았는 데 있는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서 놀고 즐기길 바랄게. 엄마는 현재를 충분히 느끼고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인생을 정말 알차게 성실히 사는 사람이라 생각하거든. 며칠 후면 엄마랑 아빠가 우리 00이 만나러 갈 거니까 그때 우리 보고 싶었던 마음, 밀렸던 이야기 다 하자꾸나. 그리고 찐한 포옹도 잊지 말아 줘. 밤에는 항상 감사기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 잊지 말고… 퇴소식 때 보자.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 우리 아들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한다. 언제나 너는 엄마의 최고 아이돌!! 


이렇게 애정 가득 담은 편지를 보내고 며칠 후 바로 캠프가 끝났다. 아이를 데리러 갔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서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와 서먹함이 흘렀다. 엄마를 보자마자 뛰어 달려올 줄 알았는데, 뭔지 모르지만 오랜만에 보는 서먹함에 약간 서운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했다. 


또 친해진 친구와 이별인사를 하는 모습에 불쑥 커버린 느낌도 들고, 또 한편으로는 엄마 품이 아닌 아이들 사이에서 나름 야성적인 느낌이 살아난 것 같기도 했다. 좀 더 독립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행동을 하기도 하고 아무튼 그간에 내가 아이를 파악하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가 흘렀다. 


사실 캠프 갔다 와서 더 어른스럽고 야무 저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 외의 다른 느낌은 내가 예상했던 것이 아니라 당황스러웠다. 일주일 만에 불쑥 큰 것 같은 아들이 생소했다. 나도 아들도 며칠은 적응기가 필요할 것 같은 느낌이다. 아들이 군대 가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캠프 갔을 때 발길을 못 떼고 강당 앞에서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나의 마음과는 달리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하루 만에 잔소리가 발사될 느낌이다. 엄마라는 직업은 참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평온하고 평안한 마음을 유지하며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엄마인데 나는 엄마라는 직업을 갖기에 참 다혈질의 불리한 조건인 것 같다. 


아마도 아이는 그저 아이의 속도로 그렇게 자라고 크고 있을 터인데 엄마인 나의 마음만 미친년처럼 울그락 불그락 널을 뛴다. 지난 일주일은 아이의 부재가 나의 그리움을 자극했는데, 아들이 캠프에서 돌아와 하루 만에 나의 마음은 다시 널뛰기다. 언제쯤 나는 엄마라는 직업에 적응하고 평안하고 인자한 어미의 경지에 이룰 수 있을까?


없으면 보고 싶고, 있으니 잔소리 방언이 터질 것 같다. 

잔소리 방언 대신 대나무 브런치에 입을 틀어막고 손끝으로 타이핑을 튕겨본다. 

극한직업일세...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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