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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에 실패했다는 패배감에 휩싸일 때….

벌써 오늘로 다이어트를 선언한 지 51일째다. 사실 엄청나게 다이어트로 인생역전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고 평생의 운동습관을 정착시키는데 확실한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 동기부여와 더불어 노력의 결과물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바디 프로필도 찍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나는 운동 마니아까지는 아니지만 운동 자체를 좋아하고 어릴 적에는 수영선수 생활을 했을 정도로 운동에 취미가 있는 편이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는 아예 운동은 나의 영역이 아닌 것처럼 담을 쌓았다. 호리 하고 마른 몸매는 선천적으로 아니기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근육질의 건강한 몸매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이런 굳은 결심으로 1월 1일부터 51일째 매일 운동을 하루도 쉬지 않고 하고 있다. 유산소 운동을 기본으로 근력운동을 더해가면서 강도도 올려보고 매일 루틴을 위해서 운동 시간을 가장 먼저 배치하기도 했다. 물론 며칠 연휴로 인해서 식사 루틴이 깨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운동만큼은 놓치지 않고 꾸준히 했다. 스스로 참 대견하다 칭찬해주며 지친 몸뚱이를 달래 가며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나의 노력과는 달리 체중계 위에서 나는 참 작아졌다. 눈바디로는 많이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내가 보기에도 좀 슬림해지는 느낌(느낌일 뿐이었나?)을 가지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체중계의 숫자를 보면서 한숨이 나왔다. 


특히 연휴 며칠이 지난 후에 몸무게는 과히 충격적이었다. 그래도 한 달도 넘게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어쩜 그렇게 변함이 없는지 푸른 소나무 같았다. 그나마 연휴 전에 빠졌던 것들도 연휴를 기점으로 다시 원위치가 되었다. 중간중간 무게가 달라지긴 했지만 화장실 전후와 수분의 섭취에 따라서 거의 3킬로가 왔다 갔다 해서 뺐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저번 주에 친구를 만났는데 몰라 볼 정도로 슬림해졌다. 거의 3주 만에 10킬로를 뺀 것이다. 참 대단했다. 오이와 누룽지로 연명하며 연휴에도 샐러드를 고집하며 보낸 그 친구가 진짜 대단했다. 사실 다이어트의 방식이야 워낙 다양하기도 하고 자기에게 맞는 방식이 있기에 어떤 게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굶는 것도 진짜 노력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것 같았다. 다만 내가 할 수 없는 다이어트 방식이라 일찌감치 이 방식은 선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운동보다는 굶기를 선택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었나? 하는 내 방식에 불신을 품기도 했다. 


그래도 결론은 어쨌든 저 방식으로는 내가 오래 못한다는 한결같은 결론이었다. 오늘도 그저 운동을 하러 나가기로 했다. 연휴 이후에 운동하는데, 탄력 받고 힘낼 일이 없어서 슬럼프가 왔다. 사실 체중이라는 숫자에 집중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바디 프로필을 찍는다는 목표가 있으니 이 역시 그저 무시할 수도 없었다. 기본 중량은 빼야지 그래도 최소한의 복근의 흔적이라도 보일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내 몸뚱어리는 도대체 변하지 않는 몸인가? 왜 이러지 싶기도 했고 스멀스멀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결국 실패하는 건가? 비교하고자 한 건 아니지만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잡생각들이 나를 공격했다.


매일 운동하러 나가서 짧은 영상을 찍는다. 유튜브에 나이스 한 몸매의 성공적인 다이어트 브이로그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 영상마저 아무짝에 쓸모가 없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영상 찍는 맛도 신나지가 않았다. 


거기에 운동만 한 것도 아니었다. 벌써 거의 한 달 동안은 간헐적 단식까지 함께 하고 있는데…. 참 움직이지 않는 몸무게가 발목을 잡는 느낌이다. 다른 사람은 간헐적 단식만으로도 10킬로씩도 뺀다던데… 에라이.. 짜증 나…짜증나의 연발이었다. 


연휴 중간에도 다이어트를 위한 멘털 관리를 위해서 마인드 스트레칭이라는 책을 읽었다. 유튜브 다노 TV의 다노 언니가 쓴 책이다. 자주 보는 채널이라 관심이 가기도 했고 다이어트의 방향성도 같아서 읽었는데 단순히 다이어트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자신을 사랑하는 법,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흘려 읽고는 오늘 운동을 가는데 "왜 나는 운동을 하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질문을 던졌다. 역시나 결론은 건강한 삶과 좋은 습관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그 건강한 삶이라는 목표가 너무 길고 멀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운동을 하지 않아도, 샐러드가 포함된 식사를 챙겨 먹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지 않아? 이런 생각들이었다. 맞았다. 며칠 그렇게 산다고 당장 죽는 것도 아니잖아? 맞다. 당장 죽지 않으니 눈 앞에 와 닿는 성취감이 아니었다. 


장기 단기의 목표 설정에 나는 실패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기 목표는 건강한 삶과 좋은 습관!! 이 맞다. 반면, 단기로 즉각적인 보상이 될 만한 것들이 없어서, 더욱 지치고 힘들었다. 체중의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현재 나 스스로 만족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뭘까?


근데 스쳐 지나가듯 읽었던 마인드 스트레칭의 한 대목이 생각났다. “지금 이 순간이 모여 오늘을 만들고, 오늘이 모여 내 삶이 돼요.” 맞다. 그저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산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데 이걸 자꾸 잊어버린다. 미움받을 용기의 책에서도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사는 자네라고 말한다. 이 책들을 읽었을 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거렸는데 삶의 적용의 문제까지 끄집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운동을 하는 내 삶에 적용해보니 그냥 운동하고 나서의 셀프 칭찬이나 개운함 같은 것들도 나에겐 큰 보상이 될 수 있겠구나… 그것만으로도 지금 현재 여기라는 공간에서 내가 온전히 느끼고 만끽할 수 있는 나만의 기쁨이었고, 성취감이었다. 


체중이라는 피할 수 없는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슬럼프의 원인이 여기에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하진 않지만 어렴풋이 짐작만 한다. 여전히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일은 어렵고 외부의 현타도 수시로 오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만의 방법으로 길을 찾아가는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다이어트 패배감에 휩싸일 때 단기의 목표를 좀 더 쉽고 운동 자체만으로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나 기분을 목표로 두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것 같다


오늘도 입닥하고 열운동 하자!! 다이어터들이여!! 패배감 따위는 개나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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