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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향 카레

아침 식사 시간, 조잘조잘 말이 많다.

오늘은 아이들이 좀 일찍 일어난 날이라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했다.

메뉴도 전날 미리 만들어 놓았던 카레라 손 갈게 많지 않았다.  

간편한 한 그릇 메뉴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아들의 학교 생활은 꼬치꼬치 캐묻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엄마: 아들! 학교는 어때?

아들: 재밌어!

엄마: 친구들은 어때?

아들: 괜찮아!

엄마: 무슨 시간이 제일 재미있어?

아들: 과학! 실험하고 나면 비타민도 주셔!


아들에게 관심 표명을 하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엄마: 선생님은 어때?

아들: 음... 그냥 그래. 친절하진 않아! 짜증도 자주 내고 TT

엄마: 윽... 아쉽다. 아들. 그래도 선생님에게 또 좋은 면이 많이 있을 거야. 잘 찾아보자.


요런 저런 학교 생활 물어보는 재미에 시시콜콜한 것들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나왔다.

아들이 느끼는 감정들도 재미있고,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작은 학교라서 아이들도 적으니 물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아들반 인원은 전체 4명이다. 그것도 남자 친구 셋, 여자 친구 하나.


아들: 엄마! 근데 아이들이 00 이를 좋아하는 것 같아!

엄마: 아 그래? (00 이는 아들반의 유일한 여자 친구다.) 너는?

아들: 나는 별로~ 난 관심 없어. 근데 친구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엄마: 그래?

아들: 근데 친구들이 나한테 다른 친구 누구랑 사귄다고 하길래 나 사귀는 사람 있다고 했어.

엄마: 어? 너 사귀는 사람 있어?


엄마인 나는 금시초문인 상황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직 딱히 이성에 관심을 드러내거나 한 적이 없었던 탓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엄마: 어.... 근데 아들은 누구랑 사귀는데?

아들: 나? 엄마랑 사귀지?

엄마: 엥? 뭐라고?

아들: 난 친구한테 엄마랑 사귄다고 했어.

엄마: 엄마랑 사귄다고??

아들: 응. 사귀는 게 꼭 친구랑만 사귀어야 하는 거야? 아니면 꼭 연인이라는 사람들만 사귀는 거야?

정확하게 사귀는 게 뭐야?

엄마: 음...  사귄다는 건,  서로 호감을 가지고 그 사람한테 관심을 나타내고 노력하면서 깊이 있게 사람을 알아가는 것 같은데? 엄마가 생각했을 때~

아들: 어! 그래서 나는 엄마라고 한 거야.


내가 말해놓고도 아들의 논리와 딱 맞아떨어졌다.

아이들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가지고 서로에게 관심을 나타내고 노력하면서 좀 더 그 사람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꼭 사귀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어... 그렇네. 정말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고 더 좋은 호감을 가지고 있고, 더 잘 보이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고, 좋은 관계를 위해서 더 노력하는 사이네? ㅎㅎㅎ 우리 가족은 서로 사귀는 사이구나!!


아들이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소리에 벌써, 이렇게 큰 건가? 하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는데...

아들의 대답에 알 수 없는 안도감과 함께 아이들과 며칠 전 함께 본 벚꽃 향기가 코끝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든다. 카레에서 벚꽃 향기가 나다니...

내년 봄 벚꽃을 볼 때 즈음엔 아들의 고백은 없겠지만 나는 여전히 카레를 볼 때마다 벚꽃향기를 느낄지도 모르겠다. 사춘기에 네가 엄마의 마음을 후벼 파는 시점이 온다면 나는 벚꽃구경을 가야겠다.

카레에서 벚꽃의 향기가 느껴질 정도로 우리에겐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노라고...

그렇게 영글어가는 너를 기다릴 수 있는 엄마가 되겠노라고....

아들의 작품


그렇게 아들은 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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