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꾸하고 싶은 나에게...
꾸준하다는 건 뭘까? 매일매일 하는 것이 꾸준한 건가? 사실 대부분이 그렇게 알고 있다. 나 역시도 꾸준한 것이 매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정말 꾸준하게 못하겠더라.
꾸준하게 못하니까 좌절감이 쌓이고 포기하게 된다.
꾸준히 못할 바에야 안 하고 말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학교에서 좀 논다는 친구들이 지각 할바엔 학교 안 가고 말지!! 같은 느낌~~ ㅋㅋㅋ
나로 예를 들자면 새벽 기상 5시라고 정해놓으니 5시 10분에 일어나도 5시에 못 일어난 것 같은 생각에 아침부터 좌절감으로 시작하게 된다. 10분이지만 시간을 못 지켜서 늦었다고 시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꾸준한 게 뭘까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니 결국 내가 그 꾸준함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어떤 기준을 정하느냐가 나의 꾸준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금처럼 새벽 5시라는 수치적 기준보다는 새벽 기상이라는 큰 틀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이었는지, 그걸 마치거나 시도했으면 그것도 완수로 정하는 것이 나에게 맞는 꾸준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즉, 내 성향에 맞는 꾸준함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나의 주관적 상황에 대한 파악이다.
나는 농촌유학을 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을 오가는 일이 많아서 이동의 변동성이 많고, 아이들과 함께 이동해야 할 때 전적으로 나 혼자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새벽에 운전할 일도 많고, 아이들과 여행을 가도 오롯이 운전과 맛집과 여행 계획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신랑이 운전을 하는 동안 내가 맛집을 찾고, 이런 시스템이 안 되는 상황이다. 아직 둘째가 어리니 화장실에 갈 때도 여전히 내 손과 몸이 같이 가야 하는 상황이다. 늘 두배의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나의 주관적인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또 이것이 나에게 좌절로 돌아온다. '왜 나는 운전하는 시간에 맛집을 미리 찾지 못할까?'운전하면서 맛집을 어떻게 찾냐고!! 딱지 감이다. 그런데도 남들은 하는 것 같은데 나만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급하고 마음이 급하다. 늘 혼자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데 결과는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그냥 인정해야 한다. 어른 2명의 몫을 혼자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내려놓아야 한다. 어른 한 명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나에게 좀 더 여유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기계가 아니니까...'
시간이 있다면 운전을 해서 도착해서 맛집을 찾거나
(시간 포기)
vs
시간이 없다면 운전을 해서 도착한 지점에 있는 어느 식당이고 그냥 들어가거나(맛집 포기)
그냥 선택의 문제이지 너의 능력의 문제가 아님을 인식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놓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머리로 알아도 이걸 받아들이는 데까지, 그리고 화를 내거나 짜증을 안 낼 수 있도록 마음을 먹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이런 나의 상황에 365일 매일 뭔가를 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니 TO-DO 리스트가 숭숭 비어있는 것을 보는 것이 힘겨운 것이다. 365일을 하루도 빼지 않고 다 하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이다.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리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하는 내적 갈등에 대한 고민을 내가 너무 잘 알기에 그들에게는 존경심과 경외감을 보낸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못해서 매번 실패감과 좌절을 겪을 '365일 매일'이라는 높은 허들에 나를 묶어 둘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지키기 어려운 약속을 전제로 루틴을 정해서 나를 루저로 만들지 말자는 말이다. 그래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고 오늘도 충분히 열심히 살아냈다고 스스로에게 토닥일 수 있는 힘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의 상황을 인식하고 보니 나의 꾸준함을 위해서는 여백이 있는 TO- DO 리스트 일정을 짜는 것이 나를 지키는 최선이 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것도 역시 답은 아닐 수 있다. 정말 하루 이틀만 좀 더 여유를 두다 보면 자기변명과 게으름으로 부지불식간에 넘어가게 된다. 여유와 게으름은 정말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그 발란스가 어그러지는 순간 자기변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 같다. 이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TO-DO 리스트에 약간의 여유를 준다. 그리고 거기에 대체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1일 1포 스팅이라면 매일 포스팅을 못하면 바로 실패가 된다. 그러나 주말을 비워두는 것이다. 목표는 1일 1포 스팅이지만 주중으로 한정해놓으면, 1주에 5포스팅이 되는 것이다. 주중에 못하는 날은 주말에라도 채워나갈 수 있게 여유 설정을 두는 것이다. 그러면 좀 더 힘을 내서 달성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대체 리스트라는 것은 모든 곳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예를 들어 매일 마라톤 5km라고 하면 비가 오는 날이나 밤늦게, 혹은 지방으로 이동할 경우는 지키기가 어렵게 된다. 이때는 실내 운동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스쿼트 100개, 런지 100개, 플랭크 1분 이렇게 대체 리스트를 설정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일에 대한 것도 역량이 길러지거나 주변의 상황이 달라진다면 조금씩 중량을 붙여가며 TO-DO 리스트를 업그레이드시켜가는 것이다.
근 한 달 동안 TO-DO 리스트에도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 위주로 하면서 나에게 여유를 주니 자유로운 행복감과 함께 게으름과 나태함이 동시에 자라는 걸 몸소 체험했다. 하루만 더, 에이~ 오늘만... 하는 순간, 나의 게으름을 합리화하고 타협하려는 나약한 나라는 인간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선택한 방법에는 약간의 게으름이 자랄 수 있는 여지는 있다. 주중에 할 수 있는 상황에도 미루려 할 수 있고, 가랑비에도 실내 운동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위험은 남아있지만 그래도 실패했다 보다는 우회하고 지속할 수 있게 나에게 맞는 환경설정을 한 것이다.
여유 있는 TO-DO리스트로 성공의 확률을 높이면서 나 스스로 해내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나에게 자신감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인지라... 급격한 감정의 기복과 컨디션 난조로 완전히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게 무슨 의미라고, ' 내가 왜 하는지에 대한 목표와 방향을 읽어버려서 관두게 되는 순간들도 있다. 그러나 이때, 잠깐 쉬었다 하더라도 또다시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 또 시작하는 거다.
작심 3일을 3일마다 하면 그게 또 꾸준함이 되는 것 같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가 어렵다면 그저 퐁당퐁당이라도 계속 마음을 먹고 도전을 일삼는 것이다. 아직도 퐁당퐁당 쓰인 다이어리나 완수하지 못한 TO-DO 리스트를 볼 때면 자괴감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래도 내가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포기가 아니라 쉬었다 오늘 다시 시작한 나도 엉덩이 토닥이며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갈수록 내공이 쌓이면 쉬는 기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믿음이다.
한순간의 여유가 게으름이 될까 봐 타이트함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고, 나 스스로를 주눅 들지 않고 다시 도전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 경계와 발란스를 지키는 것이 무척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꾸준함의 기준을 찾아보고 만들어가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매일매일 할 수 있는 꾸준함, 졸꾸가 안된다면 그 전 단계를 이렇게 설정해보고 꾸준함의 근육을 좀 더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