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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발리에서 서호주 넘어가기

전초전에 불과했다...


" 발리에서 두 달 동안 사는 건 좀 지겨우려나?"

물론 발리를 가기 전  생각이었다.

지나 보니 두 달도 부족하게 놀게 많더라 하하하

그냥 발리에만 있어도 될 것을

오지랖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두 달 살이, 아이들까지 메고 지고 가는

동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호주여행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욕심에서 시작된 서호주 로드트립

엄마를 위해서는 발리의 휴양지,

아이들을 위해서는 호주의 캠핑카 로드트립

일타쌍피 발리와 서호주에서

두 달 살기라는 생각이었다.


어쨌든 발리의 비자가 30일인걸 감안하면

 이래도 저래도 비자를 연장하거나

나갔다 들어오거나 비슷비슷할 것 같아서

감행한 서호주행!


겁도 없이 호기롭게 캠핑카로

장장 10일의 여정을 예약까지 한 상황이었다.


캠핑카를 운전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 때문인지

서호주 넘어가는 날까지도

어수선한 마음이었다.


발리 준비하고 하루하루 여행 다니고

예약하고 발리 가이드하느라

호주 여행 준비는 영 손 놓고 있었던 지라

부담감을 가지고 서호주 비행기를 타러 가는 날이다.


거리상 발리와 서호주 여행을 함께 묶는 건

꽤나 매력적인 여행코스다.


발리공항에서 서호주의 퍼스까지는

4시간이 채 안 걸리는 코스에

발리와 호수 사이에는 저가 항공들이 있어서

긴 여행객 들에는 추천하고 싶다.


다만 건기에 떠난 여행이라

발리는 여름, 퍼스는 겨울이라

짐은 한 보따리가 된다. 여름, 겨울 짐을

다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덕분에 짐 싸기가 아주 곤욕이었다.

다행히 여름짐은 발리호텔에 맡기고

겨울짐만 가지고 호주로 이동했다.


짐이 반절로 훅 주니

나의 숨통도 터지는 기분이었다.

매번 이동할 때마다 4개의 트렁크가

무척이나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입국하러 들어갈 때만 해도 여유가 좀 있었다.

공항에 좀 이르게 도착해서 딩패스받기 전에

과자에 무알콜 맥주까지 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저렴이 항공인지라 탑승 전에

점심 겸 식사를 공항에서 해결했다.


확실히 발리시내에 있다가 들어오니

공항의 물가가 낯설 만큼 비싸게 느껴졌다.


가성비라고는 없어 보이는

캘리포니아롤과 쌀국수, 스프링롤과

라멘을 시켜 먹고는 에어아시아 탑승창구로 향했다.


웨이팅이나 결항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항공사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탑승 시간이  전광판에 올라오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기가 어려웠다.


드디어 탑승 시작이다. 다행이다.

웨이팅도 결항도 아니게 정시에 맞춰서 비행기는 출발했다.

늘 비행기에서 할 일을 생각해 두지만 비행기만 타면....

쉬고 싶어 진다. 그저 멍 때리고 싶다.

하려던 것 중에서 이런저런 주의사항만

눈으로 휘릭 훑어보았다.


당장 오늘의 숙소는 예약을 했고,

내일부터 탈 캠핑카 예약도 완료된 상태니 당장 급한 건 없는 것 같았다.


매일매일 하루살이 여행 코스로 눈이 퀭했다. 

어느새 잠이 들어버렸다.

아침부터 공항 오는 내내 긴장했던 탓인지 피곤했다.


어느새 도착한 호주...

확실히 싸늘한 공기도 느껴지고 발리의 감성과는 다른 호주만의 풍경과 재취가 느껴졌다.

이제, 호텔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어... 셔틀버스?! 근데 어디서 타지?

어... 미리 탄다고 따로 호텔 측에 이야기를 안 했는데

어... 셔틀버스가 오는 시간도 장소도 모르는데??

와... 미쳤다... 어쩌지? 눈앞이 깜깜했다.


엄마와 아이 둘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

비행기에서 멍 때리며 자버린 나를 질책하고 싶어졌다.


셔틀버스가 있다는 생각에

그 외의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타야 하는지 혹시나

셔틀버스를 타려면 따로 예약을 미리 했어야 했던가??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 부분을 말 잊어버리고 있었다.


발리에서 늘 쉽게 타던 고젝과 그랩으로

이동 문제를 까맣게 손 놓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이 무섭다. 한 달 살았던 발리에서의 행동들로

아예 무계획 구간이 생긴 것이다.

여행계획에 있어서는 그래도 꽤나 꼼꼼하게 짜는 편인데도 도착하는 날 가장 중요한 것들을 놓쳤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유심도 교체를 안 해서

인터넷이 안 되는 상황이다.

ㅎㅎㅎ


공항에서 숙소까지 거리도 멀지 않고

바로 셔틀 타고 이동할 생각이라

숙소 정보만 프린트해서 챙겨 왔던 지라

찾아볼 방법도 없었다.


프린트물에는 셔틀버스 장소나

시간표가 제대로 적혀있지 않았다.

한번 더 체크했어야 했는데...


가이드 자격 완전 상실이다.

혹시 이 상황을 엄마가 아실까 봐 걱정이었다.

엄마가 아시면 걱정이 태산처럼 늘어나실 테니까...


비행기 티켓을 끊을 때는,

비행기 도착시간이 늦은 오후라 도착해서 뭘 할까?

가까운데 구경이라도 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있었는데....

웬걸... 

숙소까지 안전히 들어가는 게 급선무가 되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뜩 나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심지어 호주 달러도 없었다.

비상금 일절 없이 여행 필수품이라는

체크카드만 달랑 들고 들어왔다.

도착하자마자 수수료며 뭐며 따질 것 없이

우선 ATM기에서 현금을 뽑았다.

(그래도 수수료가 3달러가 넘어간 건 경악할 일)

공중전화에 쓸 동전을 바꿀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숙소의 전화번호 정보는 가지고 있었다.

공중전화도 보이지 않고,

전화로 하는 영어는 더욱 서툴렀다.


동전 바꿀 곳이 만만치 않아서

철면피 깔고 공항의 드럭스토어에서 

숙소로 전화를 부탁했다.

다행히 거절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주셨다.


마음이 당황해서 그런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소리가

왱왱거리기만 했다.

대충 알아듣기는 했으나 혹시나 이 기회를 놓치면

숙소로 가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 드럭스토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장소와 시간을 한번만 더 크로스 체크 해달라고^^

내가 알아들은 게 맞는지 더블체크 하고 싶다고....


숙소와 통화를 해보니 우리가 도착하고

이미 한대의 차량이 이동을 한 상황이었다.

1시간 단위로 운행하고 있어서 아쉽게

셔틀버스는 약 한 시간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혼미한 정신을 부여잡으며

아... 여긴...  발리가 아니야.

더구나 호주의 저녁은 더 일찍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준비 안된 자의 저녁은 초조하기만 했다.


아이들과 엄마는 아직 저녁도 못 먹었지만

셔틀버스가 오는 주변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쌀쌀한 호주의 저녁 찬바람이

정신을 다시 깨우는 기분이 들었다.

"정신 바짝 차려라 완쏘야."

아이들에 엄마까지 모시고 온 여행이라 긴장의 연속이다.


하루도 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가 없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전초전이었다.


다행히 한 시간을 기다리니

호텔의 셔틀버스 차량이 왔다.

차량이 온다는 정보는 알고 있어도 오기 전까지

마음 졸이는 게 여행객의 마음 아닐까?


드디어 저 멀리 숙소의 이름이 적힌 차량이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운전기사를 향해 너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차량에 탑승완료. 자리에 않고 나서야

긴장되었던 목근육이 살짝 이완되었다.

호주의 찬 바람이 이제야 시원하게 느껴졌고,

눈앞에 호주의 야경이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운전기사님은 꽤나 유쾌하셨고

던져주시는 질문에 웃으며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도 허들을 뛰느라

정신줄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호주 도착 첫날부터 대소동을 러서 그런지

서호주 로드트립을 잘 마칠 수 있을지

걱정과 근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는 잘할 수 있다"며 숙소로

가는 와중에 몇 번을 되뇌었다.

곱씹으며 나에 대한 의심을 꾹 눌러댔다.


서호주 로드트립...  

퍼스에서의 첫날이 유난히 길고 고단하게 느껴졌다.

내일은 더욱 반짝이길 기대하며

호주에 발을 디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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