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우는 감사의 시간

아이들과 일정하게 하려는 습관이자 루틴 중 하나가 자기 전에 오늘 하루에 감사할 일에 대한 것들을 떠올려보고 기억해 보기다. 메모를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아이들과 집중하기에는 불을 꺼놓고 오늘 하루를 상상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


나는 감사에 대한 효용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내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고 강퍅한 현실에서 감사를 쥐어짜 내듯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고, 매일의 일상에서 감사를 찾는 것이 시큰둥한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요새 내 마음의 아주 작은 숨구멍이 트이니 감사거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건, 바로 이런 습관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 하루에 한 가지 정도의 기쁜 일과 감사한 일로 잠이 들면 자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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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도 연습을 통해 근육을 만들어야지 더욱더 많은 감사를 느끼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행복지수가 높아지지 않을까?


7세 4세 아이와 하는 감사는 정말 기초적인 것들에 충실하다.

대부분이 먹을 것에 관한 감사가 가장 많다.

특히나 잘 주지 않는 과자나 사탕들을 먹은 날은 감사가 저절로 나온다.

과자의 종류별로 감사가 나오는 날이다.


오늘도 누워서 감사를 찾아가는 시간에 역시나 둘째는 과일 먹은 것들에 대해서 종류별 감사를 읊어댔다.

그래도 첫째는 나름 하루의 일과를 생각해보는 듯싶다.


신랑은 결혼 생활 내내 바빴다. 주말 외에는 얼굴 마주 칠일이 없을 정도이다.

너무 바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에서 워라밸을 지키는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누군가의 이야기로 그것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은 잔소리일 뿐이다.

이런 신랑이 내일 일이 있어서 어색하게?? 일찍 왔다.


정말 이런 일이 없었던지라 저녁에 신랑 얼굴을 보는 일이 솔직히 어색할 정도였다.

항상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간들에 언제나 자리에 없었던 신랑을 보니 반가움보다는 어색하다는 게 좀 서글펐다.


첫째의 감사는 우선 먹는 걸로 시작했고, 노는 걸로 마무리를 짓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번뜩 생각났다는 듯이, 아빠가 오늘 일찍 들어온 게 너무나 감사하다 한다.


저녁에 아빠를 보는 일이 거의 없는 아이들에게 오늘은 썸띵 스페셜!! 한 날인걸 나는 잊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네 명이 나란히 누워있는 것에 나는 어색함만 느꼈지 감사한 일인지 인지하지 못했다.

신랑도 한편으로는 어색했을 것 같다. 저녁의 아이와 나의 풍경이 너무 낯설다 느꼈을 텐데...

아이의 감사에 나도 미안해졌다. 어색하다는 생각 말고 이걸 감사로 여길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게 부끄러웠다.


남편도 어색한 분위기에 끼어 있었는데, 이 감사의 말을 들으니 너무 기뻤나 보다.

눈감고 있길래 자는 줄 알았는데 어느새 아이를 꼭 껴안는다.


어색한 감정에 어쩌면 가족에게 소외되었다 느꼈을 남편의 감정 상태를 내가 배려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의 그 순수한 마음에 아빠의 마음이 한층 따뜻해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감사,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시간들을 오늘 나는 아이를 통해 배웠다.

감사의 근육은 어쩌면 내가 가장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아이에게 한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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