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참 녹록지 않은 직업인 것 같다.
뭔가 알 것 같고 자신이 생길 만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 육아인 것 같다.
단순히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키우는 과정이 끝이 아니다.
매번 나를 돌아보는 작업이 동반되는 것이 어쩌면 가장 녹록지 않은 것 같다.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은 유독 방학이 길다. 2주가 좀 넘으니...
덕분에 둘째는 첫째랑 같이 다니다 보니 어린이집 다니면서도 의도치 않게 혼자 긴 방학을 맞이한다.
예전엔 이 방학이 아이에게 얼마나 소중할까를 생각하니 단 하루도 그냥 보내는 게 아쉬워 나름대로 엄마표 체험 일정을 만들어서 하루하루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찾아다녔다.(둘째야, 미안해..) 사실 아이에게는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요새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다 보니, 내가 너무 힘든 일정은 좀 내려놓게 된다. 애가 하나일 때는 그래도 시도라도 했는데, 성별이 다른 애 둘을 혼자 데리고 다니는 건 생각보다 훨씬 버거운 일이다.(화장실 가는 문제부터, 샤워 문제까지...)
사실 이렇게 내려놓기까지도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주고 싶은 것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많기에 어쩌면 내 욕심에 내가 생각한 기준에 맞춰하려다 보니 그리 힘들게 돌아온 것 같다. 물론 강인한 체력의 아이들을 집에서 감당하기 버거워서 한 선택일 수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내 체력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지치고 피곤했다. 엄마라는 책임감과 무게도 있지만 나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완전쏘중이기도 하니까, 이 두 개의 발란스를 맞춰 나가는 것이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또 육아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대로 되는 법이 없다는 걸 알기까지도 참 오래 걸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려고 계획했던 일이 자꾸 어그러지는 것에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왜 이 시간에 안 자지? 아이가 자면 해야 할 업무가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완전히 내려놓는 것도 쉽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꾸 잠을 안 자고 뭔가를 하게 되고, 매번 부족함에 욕구불만에 싸여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며 바닥을 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근태 작가님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에서 이야기하다 보니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관심이 있는 엄마들이 "self harassment"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강도 높은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려다가 일종의 자기 학대를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이만 키워도 힘들고 부족한데 무언가를 하려고 하니 거의 자신에 대해서는 학대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한 사람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온전히 하루 종일 시간을 쓰고 '아... 만족한 하루였어'라고 하며 육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에는 나의 그릇과 내공이 부족했다. 그래서 아이 어릴 적 육아할 때가 가장 힘든 시기인 것 같다. 아이와 나와의 발란스를 맞추는 과정에서 나를 포기하지 못한 시간이 힘겨운 싸움이 되는 것이다.
12월 연말엔 한 해를 되돌아보고, 1월 연초엔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1년 중에 어쩌면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무언가 나만의 계획이나 일정을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할 것 들도 있고 고민하고 싶은 것들도 있는데 나는 아이들과 있을 때만은 멀티가 안된다. 육아 내공은 언제쯤 쌓이는 것인지.... 12월 20일 경부터 시작된 아이의 방학은 나에겐 올스탑을 의미한다. 새해를 맞이했음에도 여전히 나는 새로운 한 해의 계획을 좀 더 구체적이고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방학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무도 없이 오롯이 혼자 나만의 몰입된 시간을 가져야 정리가 될 것 같아서 아이들이 없는 시간으로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개학날이다. 아침에 늦지 않게 유치원 차량을 타기 위해 나섰다.
뒤따라 오는 아들이 걸어오면서 귀랑 볼이 아프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돌아섰는데, 목부터 볼이 부어오른 게 눈으로 확인되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렇지도 않았고, 딱히 아픈 증상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혹시 볼거리라면 전염성이 있어서 유치원 등원은 당연히 안된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 아이보다는 내가 기다린 개학이었나 보다.
어쨌든 당장 차량을 타고 유치원을 가는 건 무리였다. 차량이 눈 앞에 보인다. 전화를 걸어 아이의 컨디션을 이야기하고 끊었다. 뒤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에 교차했다. 혹시나 많이 아픈 거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가장 앞섰고, 한편으로는 방학 내내 괜찮다가 개학날 아픈 건 뭐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볼거리라면.... 다시 2주간은 꼼짝없이 가정보육이다... 4주 내내 가정보육!!! 오마 갓~
이런 생각들이 들자 갑자기 현기증이 몰려왔다. 비싼 유치원 비를 낸 것도 아깝거니와 연초라 계획도 세우고 준비할 것도 많아서 오매불망 기다린 개학인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살포시 짜증이 몰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5분 사이에 머릿속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리 부르스가 난다.
아... 역시 육아는 내 맘대로,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뭔가 원점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라 힘이 빠지고 허탈해졌다.
근데 집에 딱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많이 비워졌다. 아이가 열이 많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슴속에 쑥 밀고 들어왔다. 똑딱 앱(병원 예약 앱)을 켜고 병원을 예약했다. 아이가 볼거리인진 단순 감기인지 확인해야 했고 상태도 봐야 하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상황과 상태를 받아들이는 나의 모습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있지만 아이가 아플 때 좀 더 따뜻한 엄마가 될 수 있는 것도 나만 할 수 일이니까...
어??? 내가 컸나? 아니면 포기가 빨라진 건가?
포기를 빨리 할 수 있는 것도 내가 큰 거 같았고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내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으니 훨씬 내 안의 에너지가 충만한 느낌이 들었다.
내 머릿속 모니터에 육아 내공이 10+ 상승했습니다.라는 글자가 폭죽과 함께 팡팡 터졌다.
그래. 조금 늦게 한다고 조금 늦게 간다고 인생이 달라지지 않아라고 다독이며 아이를 안아줬다.
.
.
.
며칠 가정보육을 하면서 아이랑 함께 있는데 문득문득 온전히 접어지지 않은 나의 마음이 나의 계획이 불쑥불쑥 내 맘속에 등장해서 나를 어지럽힌다. 나타나는 횟수와 강도도 예전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이런 나를 돌아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육아 내공의 하락 메시지가 뜰까 봐 조마조마하다.
육아... 진짜 녹록지 않은 극한 직업 중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