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 21개로 완성되는 엄마자존감

아이들 덕분에 자라는 내 자존감.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는 장점보다는 단점에 집중하는 환경인 것 같다. 나의 단점을 보완해서 더 나은 나로 이끄는 것이 중요하고, 그 단점을 커버해야 그나마 모자란 뭔가를 채워서 보통이라도 따라가는 느낌??


못하는 걸 끌어올리는 게 얼마나 버겁고 힘겹겠는가. 그러다 보니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성취감도 맛보기가 힘들다. 자존감을 높이고 자기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장점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과가 좋은 것 같은데 그렇게 바라보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자녀의 감성에 관한 수업에 숙제가 있었다. 온 가족의 장점을 각 개인마다 21개 이상씩 적어보는 것이다. 20을 넘어서서 21이라는 숫자는 아이들에게 엄청 많은 숫자로 인식되는 것이다. 그만큼 많은 장점을 찾아보는 것이 과제이다. 사실 나 역시도 숙제받으면서 아이들이 21개나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어느새 다음 수업시간이 가까워져서 급하게 아들에게 SOS를 치면서 숙제를 같이 하자고 했다. 아직 너무 어린 막내딸은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고, 언제나 늘 바쁜 신랑은 자연스럽게 패스다. 이렇게 가족을 알아가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에 함께 한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이 소중한 시간의 가치를 언젠가 깨달을 때 좀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


어쨌든 아들에게 이 과제를 함께 하자니 너무 좋아하면서 기대한다. 귀찮아할 줄 알았는데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대신 글쓰기가 서툰 아들의 요구사항은 자기가 글씨 쓰는 건 너무 힘드니 장점을 말로 하면 적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속사포처럼 엄마의 장점을 쏟아내 줬다. 21개나 되니 좀 버겁지 않을까 했는데 후루룩 포스트잇 두 페이지를 가득 메웠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장점이 많지만 이걸 보면서 아이가 나를 바라 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아이에게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는 걸 느끼니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


엄마라는 이름의 무게가 항상 버겁다 느끼는 나다. 여전히 그 엄마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온전히 사랑해주고 있었다. 어떤 다른 편견도 시선도 배제된 오로지 자신의 관점으로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준다는 것이 이렇게 충만한 기쁨을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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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을 많이 한다
: 이것도 장점이 되는 건가? 아이들 눈에도 내가 바쁘고 일이 많아 보이는구나. 일을 많이 하는 엄마의 부지런한 모습 혹은 자신을 대신해서 많은 일을 해준다는 생각으로 해석해줬다.
6. 특별하다.
:참 감동스러웠다. 엄마에 대해서 엄마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그 감정이 감사하고 감동이었다. 사실 어떤 엄마도 아이에겐 특별하겠지만 아이가 이 표현을 써준 것이 참 고마웠다. 정말 아이에게 내가 더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더 힘이 불끈 나는 기분이다.
8. 엄마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 이 문장은 그저 웃음이 낫다. 뭔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릴 때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웃음이 나는 그런 연애할 때의 그 기분이랄까? 배시시 웃음이 나오는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느껴졌다.
17. 예쁘다.
: 세상 이보다 통상적인 칭찬이 없는 줄 알면서도 역시나 예쁘다는 칭찬은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정말 외모의 기준에서가 아니라 정말 예뻐 보이는 그 마음인걸 알기에 더욱 기분이 좋다. 오래 보아야 더 예쁘다 이 말처럼....
18. 엄마는 인기가 많다.
: ㅋㅋ 엄마가 한 인기 하는 건 알아가지고!!! 엄마의 인기를 알아봐 줘서 고마워!!
22. 엄마에겐 항상 행운이 일어난다.
: 아이가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거나 좌절하고 낙담하는 이야기를 할 때 항상 해주는 말이 입으로 좋은 말을 많이 하고 좋은 생각을 많이 할수록 행운이 붙어 다닌다고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런 모습이 아이에겐 엄마에게 행운이 일어난다고 생각한 거 같다. 이런 일상에서 드러나는 나의 행동이나 가치관이 아이에게 그대로 반영된다고 생각하니 그간의 가랑비처럼 해줬던 것들이 그냥 삭아 없어지지 않고 아이의 몸과 마음에 체화되고 적셔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내 자존감에 어깨뽕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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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칭찬도 쭉 적어보았다. 각자 적어서 서로 읽어주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내 칭찬이 가족 수만큼 늘어나는 거니까 듣는 입장에서도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사실 우리가 장점을 찾으면서 사는 날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생소하기도 하지만 일상적으로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이 그간 아주 좋은 장점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숙제반 재미반으로 함께 했던 시간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 한 이 시간에 눈물이 왈칵 났다. 그간의 시간들이 배신하지 않는구나, 아이들 눈에 비치는 나,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도 좀 더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았다.


나의 하루하루의 삶을 남이 보지 않지만, 내가 보고 아이들이 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내려고 했던 하루하루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새삼 느끼며 내 마음의 자존감이 더 커지는 걸 느낀다.


아이들은 사막에 단비처럼 메말라가는 나를 촉촉이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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