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수액 저축

엄마는 결혼을 감사해야 해!

아빠가 좀 바빠서 맘에 안 들 수는 있지만….

엄마는 결혼을 감사하는 게 좋겠어!

응? 왜?

우리들이 있으니까!!!


사실 며칠 전 이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도움을 1도 안주는 신랑 때문에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거운 것 옮기는 걸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신랑이 야속하고 어이없고, 짜증이 났다. 잠깐 해주고 자기 일 보면 될 걸…. 다른 곳 정리가 산처럼 쌓인 집을 보면서 오로지 자신의 일 밖에 안 보이는 신랑이 너무 이기적이게 느껴졌다.(이미 이사 날부터 신랑한테 열폭할 사건으로 감정의 쓰레기통이 꽉 차 있는 상태였다.) 결국 속이 상하고, 마음도 감춰지지가 않아서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펑펑 울어버렸다. 울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아서 멈추고 싶지가 않았다. 아이들은 당황했다.


그러나 그 당황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아이들 뿐이었다. 나를 끌어안아주고 다독여줬다. 엄마 울지 마, 엄마 내가 안아줄게… 정말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등을 토닥여주는 5살의 위로가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또 8세의 아들은 내편을 들어주면서 아빠 진짜 너무하네…. 하면서 자기가 그 무거운 세탁기를 들어준다고 시늉을 한다. 세탁기는 옮기다 보니 무리가 있는지 나머지 정리되지 않은 다른 방을 부산스럽게 정리했다. 아이들도 이렇게 눈치가 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데…. 아빠라는 사람이 저렇게 이기적이고 못됐다는 생각에, 그리고 저런 사람을 고른 게 나라는 사실이 너무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신랑은 멀티가 안 되는 스타일이다. 하나에 꽂히면 다른걸 못 보는 직진형이라는 걸 매번 잊고 나는 서운해진다.)


그 날 저녁에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 나는 결혼 안 할래, 결혼하면 싸우니까 그냥 동생이랑 같이 살래, 우리는 익숙해져 있으니까 그래도 많이는 안 싸우지 않겠어? 하고 물었다. 속으로 덜컥 겁이 났다. 아이에게 결혼이 부정적으로 비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결혼이 꼭 필요하진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싶었다.


음…. 결혼하면 싸울 수도 있지만 안 싸울 수도 있어,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하는 것도 생각해봐. 하지만 좋아하고 사랑해서 결혼해도, 결혼 후엔 책임져야 할 것도 고민해야 할 것도 그리고 감당해야 할 것도 늘어나고 많아져. 그러니 결혼은 네가 그만큼 신중하게 고민하고 그때 가서 선택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법처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기에 그런 사회적 시계에 너를 맞춰야 할 필요는 없어. 아이가 낮에 속상했던 일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기억할까 봐 한편으로는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아이들과 맛있는 핫 케이크도 만들어 먹고, 보드게임도 하고 신나서 엄마의 발을 씻겨주는 서비스까지 해줬다. 8살 5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뜨거운 물을 받아 비누칠을 해주는 아이들 때문에 저녁 내내 행복했다. 엄마를 필두로, 8세 오빠를 5세 동생이 씻겨주고, 5세 동생을 8세 오빠가 씻어주고 서로 기분 좋은 서비스를 해주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이런 꿀 같은 시간은 내 삶을 행복으로 물들이고 있다. 결혼을 통해서 얻은 아이들의 존재가 나를 살린다. 한때는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내 고통의 근원 같았다. 사실 아이들 양육이 고통이라기보다는 혼자만 감당하는 억울함이 내 고통의 원인이었다. 함께 하기 위해서 기꺼이 감당할 계획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히 나 홀로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8세, 5세 아이들이 나의 위안과 휴식이 되고 내 공감의 조력자가 되었다. 아이를 기른 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것들이 많다. 물론 꼭 알아야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보면, No pain, No gain!! 애쓴 만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은 진리인 것 같다.

andrew-jay-OdjhBf4Ar4I-unsplash.jpg Photo by andrew jay on Unsplash


아이들과 나에게 사춘기라는 산맥이 다가오겠지만, 이 어린 시절의 비타민 수액들을 기억하고 구구절절 적어둬야겠다. 그래야 내 삶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 영양제 맞듯이 이쁜 소리 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비타민 수액처럼 자가 충전해야겠다.


매번 나는 아이를 통해 새롭게 배운다. 아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다시 보고 순간순간 뼈 때리는 아이의 가르침에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과 감사를 느낀다. 오늘도 아이들은 지구별이 낯선 나에게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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