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는 딱 여름 요맘때만 나온다. 사실 나는 산딸기가 그리 맛있는지 잘 모르겠다. 약간은 싱거우면서도 시큼하고 알알이 잘게 입안에 퍼져버려서 과육의 씹는 맛도 좀 모자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 집의 고급 진 두 명의 아이들 입맛에는 더없이 맛나고 귀하다. 유독 까탈스러운 입맛과 제철에 아주 반짝 나오는 시기의 과일들을 귀신같이 좋아한다. 첫째는 어린아이 같지 않게, 제철 잠깐 나오는 무화과와 석류, 그리고 완두콩과 산딸기를 요맘때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아이 덕분에 철이 바뀜을 알게 된다.
마트에 같이 갔다가 산딸기를 봤다.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리오. 마트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산딸기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기에 카트에 넣었다. 계산할 때 보니 그램당으로 치니 소고기보다 비싸다. 박스 채 들고 왔지만 씻어보니 한 소쿠리도 안 나온다. 오늘도 내 입에 들어가긴 글렀다.
눈을 반짝이며 산딸기를 받아 드는 두 놈이다. 반 절 씩 똑같이 나눠줘도 서로의 그릇을 힐끗 쳐다본다. 항상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그래도 크게 차이가 안 나는지 산딸기를 앞에 둔 채로 첫째의 수다가 이어진다.
아들: 엄마, 산딸기는 보석 같아요.
나: 엥? 보석?? (한 번도 보석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던 나는 찬찬히 산딸기를 쳐다보았다.)
아들: 원래 보석에 빨간색이 많잖아요? 루비같이!!
나: 그래??
(딸기처럼 그냥 빨간 색도 아니고, 뭐랄까 보석처럼 영롱하면서 깊이가 있는 검붉은 빨간색을 가졌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표면이 빛에 반사되어서 광택이 흐르는 것이 보석을 가공해서 빛나는 광택과 무척 흡사했다.)
아들: 그리고 이렇게 하나씩 알알이 빠지는 것도 루비 보석 같지요?
나: 보석??
(산딸기가 알알이 나눠져서 입안에서는 팡 터지는 과즙 미를 느끼지 못한다 생각했던 나와 달리 그 작은 알갱이가 모여서 보석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아들이다.)
산딸기를 한두 해 먹은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전혀 몰랐을까? 나와 달리 아들 눈에는 보석으로 보이는 산딸기다. 그렇게 아들이 이야기하고 보니 영롱한 빨간색에 빛을 받아 광택이 흐르며 작은 보석 알들이 알알이 박혀서 반지나 목걸이의 큰 펜던트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내가 가지고 있는 목걸이랑도 흡사했다. 산딸기가 또 다르게 보인다. 아들 덕분에 산딸기를 현미경으로 들여 다 본 느낌이다.
산딸기를 루비 같다는 아들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건너편의 딸랑구는 또 달랐다. 보석같이 귀한 산딸기를 짱구 과자처럼 손가락마다 끼워서 와구작 와구작 씹어먹고 있다.
나: 오빠는 산딸기가 보석 같다는데 우리 꼬맹이는 뭐 같아?
딸: 응. 보속 같아(시 큰 퉁 한 동조). 빨간색 보속. 근데 손가락에 쏙 들어가.(보석 이야기는 관심 없는 듯)
나: 손가락이 빨간색 모자를 썼네?
딸: 엄마 그 과자!!(짱구를 떠올리며) 손가락에 끼워먹는 과자 있잖아. 봐봐~~ (열 손가락에 다 끼운다) 그리고 한 손, 5손가락을 한 번에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아기의 입안에 다 들어가지 않아서 산딸기 과즙이 입 주변을 따라 흐른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들 덕분에 산딸기를 아주 찬찬히 들여다보고 오감을 다해 느껴봤다. 매사 긍정적이고 쿨한 둘째 덕분엔 산딸기를 저렇게 과격한 방법으로 먹을 수 있고 먹는 모습만으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상에서 사실 딱히 뭘 느끼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바쁜 삶을 사는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산딸기 하나를 먹으면서도 의미를 찾고 재미를 찾아가는 것 같다. 삶의 소소한 재미를 찾아가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참…. 다른 두 녀석이다. 두 녀석 덕분에 오늘 산딸기가 나에게도 특별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