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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Oct 01. 2018

우리 집엔 손톱깎이 두 개가 있다

손톱깎이 자랑을 하려는 건 아니고 .....


         손톱이 거슬린다. 아침에 회사를 가려는데 뭔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뭘까. 아. 서랍을 열다가 깨달았다. 손톱이 내가 허락하는 어느 일정 길이 이상을 넘어버렸기 때문이구나. 컴퓨터로 하는 작업이 많아서 그런지 아무래도 손톱이 길면 키보드를 두드릴 때마다 경쾌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보통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다듬긴 하는데. 그 때가 되었나보다. 했다. 그런데, 없다. 서랍을 열었는데 ‘나의’ 손톱깎이가 없다.



         두 개의 손톱깎이가 있다. 있었다. 나의 것과 당신의 것. 밥통이 하나, 청소기가 하나, 컴퓨터도 하나 거의 대부분이 하나로 모아지는 결혼에 희한하게도 손톱깎이는 두 개를 그대로 들고 와서 계속해서 쓰고 있다. 물론, 그 크기가 밥솥이나 청소기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본래의 까닭은 그렇지 않다. 온전히 취향의 차이 때문이다. 손톱을 자르는 그 사소한 취향의 다름.



         마른 상태에서 손톱이 날카롭게 잘려나가는 걸 선호한다. 경쾌하다. 손톱 안의 살이 거의 보일 듯 바싹 다듬는 것을 좋아한다. 남아서 걸리적거리는 게 싫다. 어차피 일주일 즈음이면 다시 깎아야하지만 하루 이틀이라도 좀 벌면 좀 덜 귀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서다. 죽을 때까지 자를 건데, 며칠씩 좀 뒤로 미루면 괜찮잖아라는 게으르고 게으른. 반면 당신은, 물기가 남아있는 무른 상태의 손톱을 자른다. 그게 다듬는데 훨씬 힘이 덜 들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자른 손톱이 멀리 튀어나가지 않는 장점도 있다 덧붙인다. 이게 다 손톱 상태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의 것엔 다듬은 손톱이 튀지 않게 모아주는 부분도 없어서 매번 사방팔방 손톱 잔치가 열린다고도 타박한다. 당신의 것은 뭔가 뭉뚝하게 깎이는 느낌이라 덜 깎은 기분이 든다고 싫다한다. 그렇게 우리는 보통 밤이 되면 나는 샤워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은 샤워를 다 마친 후에 손톱을 본다. 각각의 손톱깎이로. 아, 밤에 손톱 자르면 쥐가 먹고서 그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했는데. 맨날, 내 것만 드시겠구만.


찾았다. 요놈.



         다르다. 이처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부분도 다르다. 그저 손톱 하나 다듬는 것뿐인데. 결혼을 하고선 마주했던 건, 정말 다른 세계였다. 다 아는 건 분명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보니 그 끝을 알 수 없는 상상하지 못했던 당신이라는 세상. 학교도 다니고 사회생활도 하면서 꽤 많은 사람을 마주했고 그럴 때마다 그래, 세상의 모든 사람은 나와 달라, 그러니까 그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야해 라고 배우고 느끼면서 살아왔는데. 이건 또 다른 문제였다! 나와 다른 세상과 같이 보내야만 하는, 같이 보낼 수밖에 없는 시간을 무수히 많이 보내고 보낼 것이며 보내야하며, 더욱이 이러한 생각을 내 반대편에서 당신도 같이 할 거란 그 지점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고 먹먹해질 때가 있다. 이건, 그 다른 세상을 얼마나 좋아하는가와 성질이 다른 문제란 걸 알기에.



         자른다. 출근은 해야 하고 찾을 시간은 없으니까. 내키진 않지만 당신의 것을 집어들고 손톱을 깎기 시작했다. 역시, 이상하다. 아. 그 특유의 경쾌한 느낌이 없어. 속으로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고작 열 개의 손톱을 자르면서. 고작 3분의 시간도 걸리지 않았는데. 버스가 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서 짐을 챙겼다. 엘리베이터에서 자꾸만 손톱 끝을 만지작거렸다. 나의 것이 아닌 것 같은 나의 손톱을. 이르게 익숙해지려고.



당신의 세상과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서.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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