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것은 결혼 2주년을 맞이해서 쓰는 편지입니다.
시간이 참 빠릅니다.
지난 9월에는, 한 달 동안 참 많이도 다퉜습니다.
밥을 먹다가도. 차를 몰다가도. 거리를 걷다가도.
하루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는 일 없이 투닥였습니다.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처음 겪는 시간이라
참 힘들었습니다. 참 힘들었을 겁니다. 당신도.
회사를 그만뒀을 때도 결혼식을 준비할 때도
다른 어떤 생활의 변화가 찾아와도 그런 적이 없었던 우리입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고, 그래서 더 힘들었습니다.
당신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보냈던 시간이었으니,
당신도 몹시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면,
우리가 가장 많이 투닥인 지난 달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어느 누구의 잘못이든, 실망이든, 분노든,
함께 고된 시간을 보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안하다고, 더 빨리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당신도, 그리고 저도. 우리는 서로를 무척이나 사랑하니까.
언젠가는 지난 달의 우리처럼 또 서로에게 자그마한 이유로 크게 상처가 남아
아무는데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노력하고 노력할 테지만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때는 지금을 좀 더 떠올리겠습니다.
아주 많이 사랑해서 그만큼 힘들다는 걸 아니까.
더 솔직히 이야기하고 더 보듬겠습니다.
그래서 사랑으로 힘들게 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자라오며 너무도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아서
그게 얼마나 따뜻하고 위대하며, 든든한 위로가 되는지 압니다.
하지만 때로는 한없이 무거워서
도망가고 싶어질 때가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받았던 사랑을, 건강하게 당신에게 전하겠습니다.
똑같은 실수를 그대로 범해 당신이 힘들지 않게,
예쁘게 당신의 편에서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은 늘, 당신이 서투르고 저는 늘 잘한다 합니다.
하지만 나의 잘함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신에게 알맞게가 더 필요합니다.
막상 여기까지 꾹꾹 눌러쓰고 보니
꼭 노래가사를 옮겨 적은 것 같습니다. 그것도 1990년대 옛날 노래 말입니다.
근데 이 상투적인 내용이, 상투적인 이야기가 될 때까지
얼마나 또 많은 사람에게 보편적인 일이었을까요.
그래서 더 와닿고 절절하고 절실할 것입니다.
이제서야 이런 이야기를 2주년 편지에 쓰는 걸 보면
아직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더 열심히 사랑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1년 그리고 또 1년 더 제 옆에서 건강히 있어주어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1년도 또 당신과 함께 보내는 게
가장 행복하고 즐겁고 재미있을 거 같아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대가, 참 좋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19.10.21.
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