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뿐냥뿐 Jan 09. 2021

나의 장점과 마주하기

세상 제일 부끄러운 일이야

친구랑 새해맞이 기념으로다, 마주한 인생의 숙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우린 단점보다 장점을 마주하는 것을 더 어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난 나의 단점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숨쉬지 않고 백 가지는 나열할 수 있다. 내가 느끼기도 전에 집에서, 학교에서, 회사에서 수없이 들어왔고 어느 순간 그 단점들을 모조리 나의 것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그 단점을 열거하는 것도 지쳐 아주 쿨한 사람처럼 "훗 마저 난 ㅈ밥이야"라며 웃는다. 뭐 단점 때문만은 아니고, 셀 수 없는 가능성 중 이룰 수 없는 것들이 많고, 나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장점에 대해 다시 돌아가보면, 주변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본인의 장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기도 하고, 왠지 부끄럽기도 해서 손사레를 치고 만다. 예전엔 누군가 나에게 칭찬을 하면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역으로 나의 치부를 드러내며 친구가 말해준 장점을 내가 나서서 단점으로 덮어버렸다. 그러다 점차 나에게 그런 면이 있나? 날 좋게 봐는 사람이구나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수줍어 세상 듣기 힘든 말을 들은 사람처럼 하늘을 멀뚱 쳐다보며 약 20% 정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누군가 말해주는 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됐지만, 스스로 장점을 찾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나서서 내가 내 장점을 찾는다니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건 마치 내 자신과 빼빼로 게임을 하는 기분이다. 하는 사람도 나, 지켜보는 사람도 나 그 모든 게 참을 수 없어.

생각보다 괜찮으려나... 에흠.

역시 그런 걸 보면 난 나를 잘 모른다. 알면서도 모른다. 모든 일엔 균형이 중요하다면서 정작 내 자신을 정의할 때 부족한 점, 채워야 하는 거, 고쳐야 하는 것 등 늘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친구에게 "넌 좋은 점이 참 많아, 그걸 너가 인정하고 받아들면 좋을 거 같아."라고 말하고 보니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구나 했다. 그래서 나도 나와의 빼빼로 게임을 한번 해볼까… 용기가 나질 않아! 그래서 우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어보기로 했다. 우울, 무기력 등이 찾아오면 금방 좋아하는 것들을 까먹고, 취향을 잃어버린다. 그러다 보면 인생의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된다. 지금 조금씩 비를 내려 촉촉하게 한 뒤 나의 장점과 마주해보기로 한다. 

 


이전 05화 시간 먹는 고래가 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