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뿐냥뿐 Jan 28. 2021

내 꿈은 취향을 결정한다

꿈은 무의식이라는데?!

아, 너무 오랜만이야. 이리 오래 안 쓸 줄 몰랐는데.

역시나 투잡은 잠을 내어주고 해야 하는 일이라 짬이 나지 않았다. 아니다 쓰려고 보면 12시가 넘어가는 밤이라 글을 쓸 수 없었다. 창피한 일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지금도 무지 졸리다. 그래서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좋아, 자연스러워.


나의 꿈은 내 취향을 반영하기도, 취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아주 강렬한 꿈이 하나 있는데, 그 꿈으로 인해 나의 첫 취향이랄 것이 생겼다.


나에게 파자마는 숙면을 취하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다. 패션에 조예가 없는 나는, 그 무엇을 입어도 멋이라는 게 폭발하지 않는 타입이다. 그런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옷은 파자마다. 그러다 보니 왠지 파자마가 잘 어우리를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파자마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중학교 때 꾼 꿈 때문이었다.


추운 겨울이었다. 별 생각 없이, 늘 그랬듯이 내복을 입고 잘 준비를 마쳤다. 따듯한 이불 속에 들어가 머리를 대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주변을 둘러보니 동네 삼거리, 출근하는 회사원, 등교하는 학생들이 바글바글한 버스 정류장 앞이 나타났다. 너무 분주한 그곳에서 난 멀뚱히 서 있었다. 그런데 먼가 얼굴이 붉어지며 창피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고개를 내려 내 모습을 보니, 잠잘 때 입었던 내복을 입은 채로 서 있었던 것이다.  하필 내복은 살색이었고, 엉덩이와 무릎이 늘어나 서 있었지만 마치 앉아 있는 듯한 어정쩡한 자태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내 모습을 인지하고 나서는 너무 도망가고 싶었다. 도망가려고 발을 굴러도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온몸의 모공으로 창피함이라는 감정이 하나씩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잠에서 깼다. 깨어났는데도 십대 시절의 나는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했다. 그 이후로는 내가 가진 옷 중 편안하면서 예쁜 것, 살색이 아닌 것, 공을 들여 옷을 입고 잤다. 그렇게 입고 잠에 들면 좋은 꿈을 꿀 거 같은 기분에 하루의 마지막이 편안했다. 왠지 그 이후로 좋은 꿈을 더 많이 꿨던 것 같기도 하다. 


파자마에서 침구까지 좋은 꿈을 꾸게 해줄 것 같은 물건, 그렇게 애정하는 한 부분이 생겼다. 



근래엔 체력을 필요한 곳에 쓰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나의 화두다. 할일은 많지만 체력을 줄고 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 더 필요하다. 이러한 말들을 친구와 나누면서 극단적으로 표현할 때가 많은데,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며 일을 할 바에 그냥 누워 있자. 체력이 중요한 우리에겐 누워 있는 게 더 이득일 수 있어."라는 게 말버릇이 됐다. 그렇게 내 건강이 헤쳐질 정도의 일은 하지 않는다. 차라리 조금은 배고프게 지내고 내 정신건강을 챙기자라는 의미였다. 이 말이 내내 마음에 남았는지 꿈에서도 난 그 말을 하고 있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카페였다. 내 앞엔 공유 배우와 잘생긴 또 다른 님이 앉아 있었다. 난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미소 짓는 얼굴로 한참을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마치 인터뷰에 응하는 사람처럼.


"나이들수록 잘생긴 사람이 좋은 이유요? 보기만 하는 건 체력을 소비하지 않죠.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거든요." 


기분 좋은 일에도 체력을 아끼겠다는, 하지만 최고의 즐거움을 추구하겠다는 의미였다. 뭐 이런 거에도 나름의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인지. 늘 하는 말이 이렇게 꿈에 나온 건 처음이었다. 꿈에서 깨서는 뭐 대단한 깨달음을 얻은 양 말하던 내 모습이 기막혀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더 잘생긴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기로 했다. 왜냐면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이쯤에서 보는 잘생긴 분!

꿈은 이렇게 취향을 확고하게 만들어준다.


* 야! 오늘도 한 편!



이전 07화 재택근무 할 때는 커튼을 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