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알았더라면 덜 억울했을 텐데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건, 몇 백원으로 대여점에 빌려온 만화 보기. 만화 속 주인공들은 대게 우연히 발생한 사건 혹은 어떤 사람을 만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엔 보잘 것 없던 쭈그리였지만, 점점 재능을 꽃피우고 정점에 선다. 물론, 시련은 있다. 하지만 각성을 통해 이겨낸다.
만화에 과몰입했던 나는, 나에게도 재능이 있으리라 믿고 이거저거 해보게 된다. 그렇지만 무엇을 하든 더뎠던 나는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에 2배를 해야, 그 친구들만큼 얼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아직 십대가 아니던가. 이 정도 노력쯤은 괜찮다. 언젠가 나도 내 재능을 찾고 꽃 피우리라 생각했다.
재능을 찾진 못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잘하는 무언갈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력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참 부족한 사람 같았다. 나에게 노력은 못하는 사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노력을 한다는 것이 지치고 힘들었다. 뭐 하나 그냥 얻어지는 게 없었다. 하물며 체질까지도. 원하는 것을 하려면 노력해야 했고, 정말 간신히 턱걸이 하듯이 얻어냈다. 어떤 때는 얻기보단 얻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그런데 얼마 전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길 봤다.
노력은 당연하다
이 말이 나에게 들어온 이유는, 다른 사람의 이야길 듣고 보면서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노력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면 내가 했던 순간들이 덜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냥 하는 거였다. 노력은 당연하다. 이 말이 이제야 마음에 닿았다. 미련한 나는 이걸 조금 일찍 알았더라면 덜 억울했겠다 라고 또 생각을 더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쉽지 않다 생각한 내 인생이 앞으로도 쉽지 않겠지만 그것이 당연하다 생각하게 될 수 있어서, 좀 참을 만해질 거 같다. 재능 없는 나를, 늘 아등바등 노력해야 조금 나아질 수 있었던 나를, 너그럽게 봐줄 수 있을 듯하다. 마음을 힘들게 했던 것 중 하나가 덜어졌다.